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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겨레의 밭’을 제대로 가꾸고 있는가

조갑출 바른사회운동연합 운영위원

조갑출 바른사회운동연합 운영위원

 한때 유치환 시인이 재직했던 나의 모교에는 지금도 그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蘭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은 교가의 가사와 ‘겨레의 밭’이라는 제목의 교훈 또한 그분의 작품이다. 여느 학교의 그것과는 달리 짤막한 한 편의 詩 형식을 띤 교훈 속에는 여성으로서의 소명과 자긍심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나에겐 커다란 긍지로 다가오는 이 교훈이 한 때는 여성의 권익과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성차별적 교훈이라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다행히 지금까지 잘 지켜내었다.

 졸업한 지 40년이 훌쩍 넘은 여고시절의 교훈을 새삼 들먹이는 연유는 우리 여성들 스스로가 ‘겨레의 밭’이라는 자각과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여성을 겨레의 밭으로 귀히 여기고 존중하는 사회가 된다면 건강한 사회, 건강한 나라, 건강한 미래가 우리 겨레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지난 세기의 중후반부터 많은 미래학자들이 금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얼핏 보기에도 그 예측은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모름지기 여성이 건강하고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정치인 몇, 장관 몇, 기관장 몇, 고위공직자 몇이 여성인가로 여성지위의 척도를 삼아서는 아니 된다. 보통여성들의 삶이 귀하게 존중받고 있는지,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사회활동의 장애요소로 생각하지 않고 당당히 그 고유의 역할을 즐길 수 있는지, 청소년들의 신체와 정신과 영혼이 온전히 건강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들이 바로 우리 겨레의 밭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발달하고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 없는 듯이 보이는 첨단사회에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조여성을 만들어서 인공난자를 생성하고 인공자궁 속에서 임신을 하고 출산을 대행하며, 로봇이 대신 어머니 역할을 하며 육아와 훈육을 담당한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건 가능하지 않을 듯싶다.

 우린 과연 겨레의 밭을 제대로 가꾸고 있는가?

 사춘기 접어들면서 여성으로서의 정체감이 확립되는 그 때부터 성인으로 자라는 시기까지, 결코 길지 않은 그 시기에 우린 겨레의 밭을 가꾸기 위해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그 밭을 가꾸기 위해 가래질로 땅을 일구어 대지에 공기를 불어 넣고, 척박한 돌부리를 걷어내고, 비옥하게 거름을 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저출산 인구절벽 시대를 개탄하면서도 밭을 가꾸는 정책은 별반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성숙하기 시작하는 여아가 니코틴과 알코올에 노출되고 성폭력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원조교제, 10대 임신, 낙태, 베이비 박스에 대해 먼 나라 얘기처럼 무덤덤하거나, 타성에 젖어 이젠 더 이상 충격 받지 않는 세상 아닌가? 음란 영상물과 비디오 게임, 입시지옥에서 그들의 영혼이 찌들도록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성차별에 찌들고 있는 이 세태를 바로잡지 않고 겨레의 밭이 비옥하게 가꾸어질 수 있겠는가?

 여성이 자신의 신체적 생리적 특성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도록, 임신과 출산과 양육이라는 과업에 대해 자긍심과 올곧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가족의 중심이며, 사회의 중심이며, 겨레의 중심임을 깨닫도록 정신을 단련시켜야 한다. 여성으로서의 삶,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참아야 할 것과 주장해야 할 것, 자신을 부단히 수련해야 할 것들에 관해 가르쳐야 한다. 여성을 위한 이러한 모든 교육투자는 결국 겨레의 밭을 가꾸는 투자가 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아빠 없이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비혼모 여성들이 그 아이를 낙태하지 않고 낳아 준 것만 해도 우리 사회가 고마워하고 갸륵하게 생각해야 할진대, 녹녹치 못한 현실을 견뎌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정책적 사회적 지원이 과연 충분한 것인가?

 이러한 모든 것들, 겨레의 밭-여성을 제대로 가꾸는 일에 보다 더 큰 열정을 쏟아야 겨레의 미래가 창대하게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오래 전 ‘여성문제연구’지에 게재하였던 글을 현 상황에 맞게 일부 수정하였음을 밝힙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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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출
 
연세대학교 대학원 졸업(간호학박사)
적십자간호대학 총장
현) 중앙대학교 간호부총장 겸 건강간호대학원장
     삼성꿈장학재단 이사
     올바른양육연구소 대표
     바른사회운동연합 운영위원

등록일 : 2018-02-05 09:27     조회: 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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