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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신규채용, 연령차별을 없애야 한다

조갑출 바른사회운동연합 운영위원

조갑출 바른사회운동연합 운영위원

  경기침체라는 암울한 늪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절망케 하는 것과는 달리 새내기 간호사들은 신바람 나는 졸업을 맞는다. 4학년 1학기를 마치면 대부분의 학생이 대형 의료기관에 취업이 확정된다. 고학력자 취업난 시대에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나, 이쯤에서 의료계의 간호사 채용 문화를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관마다 독특한 조직문화가 있고, 추구하는 이념과 사명이 제각기 다를 것이기 때문에 직원을 선발하는 기준도 마땅히 다를 것이다.
전문직 간호사로서의 직무능력과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지, 우수하고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나름대로 여간 연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초임 연령이 몇 살인지가 선별의 중요한 잣대의 하나가 된다는 점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현 정부 들어서고 나서 소위 블라인드 채용이 의료계에도 도입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그러한 현상이 흔히 발생하고 있다.
 
  과연 초임연령이 어릴수록 간호사로서의 자질이나 간호능력이 더 커지는가?” 라고 묻고 싶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직원 채용 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만큼이나 연령차별도 금기시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장유유서의 유교사상의 잔재랄까, 어느 조직에서나 연령이 조직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 인습의 틀을 깨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일반기업에서는 구성원의 연령과 입사경력으로 조직의 질서와 기강을 잡던 틀이 이미 무너져 내렸다. 소위 능력 중심의 인사제도가 정착되면서 40대의 부하직원이 50대의 상관을 젖히고 임원에 기용되는 일이 있지만 그 조직이 와해되거나 기강이 무너졌다는 얘긴 별로 듣지 못한 것 같다.
 
  인력을 키워 내보내야 하는 교육기관 입장에서 보면 취업현장이 우리의 고객 내지는 시장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잘 준비된 좋은 인력을 기용해야 하는 취업기관 입장에서 보면 공급처인 교육기관이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관에서는 인재를 공급하는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흐름을 바로 읽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전망이 밝고, 면허를 소유하는 전문직에 대한 사회일반의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간호학과 학사편입이 늘어나고 있다. 간호학에 입문하는 학생들의 평균연령도 증가되고 있으며 그 배경이 다양해지고 있는 이 흐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심성이 좋고 생각이 바르며, 게다가 성적도 좋은 학생, 나름대로는 최상이라고 생각하고 추천하더라도 나이가 또래보다 너 댓 살 많으면 영락없이 채용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고통과 죽음 등 한계상황에 처한 간호대상자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지고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람이 보다 성숙하게 행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학교와 가정의 보호아래 제때에 또박또박 학업을 마친 새내기들은 속을 썩어 보지 못한 생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어찌 각기 다른 모양과 다른 유형의 아픔으로 연명해가는 자들의 고통의 무게를 알랴. 앳띤 새내기의 미성숙함이 고통으로 쪌은 환자들에게 신선한 생기로 다가 갈 수 있다 치자.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다고 했는데 4, 5년간의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성숙함에 비할 것인가?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내의 폭과 깊이, 인격적 성숙은 환자의 고통과 삶을 이해하고 감싸 안을 수 있는 양질의 간호로 표현될 수 있다. 환자나 가족으로부터 끊임없는 인내와 수용을 강요당하는 간호는 팔팔한 생속으로는 지탱하기 어려운 연륜의 향기를 필요로 한다. 철모르는 어린 환자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긴장감에 짓눌려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에 차 있는 가족들을 보듬는 일 까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인내와 성숙함을 요한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면, 나이는 삶의 깊이와 경험의 다양성을 나타낼진대, 오히려 연령이 간호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복수전공의 잇점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취학적기를 놓치고 뒤늦게 입학하는 학생들 중에는 이미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마친 학생들이 많으며, 번듯한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간호의 문을 두드린 자들이 많다. 그들은 간호를 보는 시각이 현실적이고 성숙되어 있으며, 간호직에 대한 선택동기가 뚜렷하고 자긍심에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들 앞으로의 디지털 시대는 예측을 불허하는 사회가 될 것이므로 예측력 보다는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처력을 키워야 된다고 한다. 그 대처력은 환경을 조절하여 보호받으면서 자라나는 온실보다는 다소 험난하지만 질박한 삶의 경험에서 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다. 물론, 다양한 사회경험에서 비롯된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화가 때론 순수하지 못하여 조직의 문화를 흐리게 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인간은 쉼 없이 뭔가로 되어지는 존재(becoming), 이루어가는 존재라고 보는 간호학자 로저스(M. Rogers)의 인간관을 믿고, 그 되어지는 방향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일 것이라고 믿는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연령이 엮어내는 생활경험의 다양성과 성숙이라는 긍정적 영역에 더 무게를 주고 싶다.
 
  따라서, 필자는 연령이 간호사 신규채용에서 중요한 잣대로 작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고 싶다.
 
  아울러, 고통과 삶을 돌보는 간호업무의 특성상 무한한 인내와 경륜이 절대 필요하다는 점에서 55-62세 정도인 간호사의 정년도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처럼 건강과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연령에 관계없이 간호현장에서 뛸 수 있게 한다면 간호사 부족문제도 다소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 본 원고는 간호사신문에 기발표했던 원고의 일부를 수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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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출 부총장(바른사회운동연합 운영위원)
 
연세대학교 대학원 졸업(간호학박사)
적십자간호대학 총장
현) 중앙대학교 간호부총장 겸 건강간호대학원장
삼성꿈장학재단 이사
올바른양육연구소 대표
바른사회운동연합 운영위원

등록일 : 2018-10-19 08:53     조회: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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