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로그인 바로가기
문서 자료실 바로가기

자유기고

자유기고 게시판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역전 드라마가 좋다

박종흡

역전 드라마가 좋다
 
박 종 흡(바른사회운동연합 이사)
 
 
  나는 중학생 때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청소년시절의 대부분을 흑석동에서 살았다. 흑석동은 지금은 명색이 강남지역에 속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변두리 중의 변두리로 매우 후진 곳이었다. 그곳에는 명수대 극장이라는 조그맣고 허술한 극장이 하나 있었다.
 
  나는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학생 출입금지라는 학교의 지시를 어기고 심심할 때마다 몰래 극장을 드나들었다. 재미있는 것이 당시에는 변두리 극장은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 상영하던 터라 시간 보내기기가 십상이었다. 나는 서부활극 보기를 무척 좋아했었다. 지금은 그런 촌스러운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때는 의리의 사나이들이 악당들에게 당하면 울부짖고 반대로 악당들을 쳐부수는 반전 장면에서는 박수를 보내며 난리를 쳤다.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주인공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반전될 때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와 같은 이솝 동화에서도 느린 거북이가 교만한 토끼를 따라잡게 됨으로써 통쾌한 맛을 준다. TV드라마를 보면 부자 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이 우여곡절 끝에 연애에 성공하는 주제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사회적인 단면을 역설적으로 풍김으로써 무언가 우리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 사회도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삶의 현장이 되려면 감동적인 역전 드라마가 여기저기서 펼쳐져야 한다. 우리 주변에 부자 집에서 태어나 부()를 대물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삶 자체가 우리를 감동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가난하거나 보잘 것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온갖 고난을 극복하면서 자기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더 많은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천박한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귀족사회가 되어서도 안 된다. 노력한 만큼 제 몫을 받고 성실한 만큼 대접을 받는 보통사회가 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려면 개천에서 용이 많이 안 나와도 좋다. 그저 개천이 맑아져서 그곳에 물고기들이 뛰놀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그 만치 역동적으로 되고, 나아가 부나 권력이 어느 특정한 사람이나 계층에 고착되지 않는 이른바 사회적 유연성이 높은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감을 뜻한다.
 
  요사이 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젊은 사람들은 그들대로, 나이 먹은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죽겠다고 들 한다. 대개가 주머니 형편 때문으로 짐작되지만 이것 말고도 사람마다 괴롭고 고달픈 사연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라나 뭐라나 하는 고약한 현상이 이를 더욱 부추기는 것 같다. 우울증이나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의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충격적인 소리도 들린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신문을 읽다가 한강의 투신자살 장소로 잘 알려졌던 마포대교를 생명의 다리’, 힐링의 다리로 재탄생시키면서 시민 공모를 통하여 선정된 경구들을 다리 난간에 설치한 조형물에 부착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들 글귀 중 다음 두 개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조금 늦는다고 속상해 하지 마, 살아가면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래.”
  “힘들 때도 일주일을 굶었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일주일을 굶고 누가 고기를 사줬는데, 그때 눈물이 나더라.”
 
  나도 같이 외치고 싶다.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이여.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누구에게나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기회는 온다고...지금 힘든 건 지나가는 구름이라고...
 
 
등록일 : 2017-10-16 13:40     조회: 1061
Copyright ⓒ 바른사회운동연합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