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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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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비어야 아름답다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세계 도시 곳곳에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광장이 있습니다. 런던에는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 파리에는 콩코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 워싱턴에는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는 광화문 광장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시각적으로 비움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넓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도시환경공학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전 세계는 이른바 도시화(Urbanization, Citification)라는 바람을 타고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발생적으로 큰 도시에는 어김없이 도심 속의 빌딩 숲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런 추세에 서울이라는 현대 도시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도심의 광장은 시각적인 허파와도 같은 휴식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장의 성격에 따라 주변에 나무들로 큰 숲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아마도 광장이 시각적으로 채움보다는 비움의 멋에서 더 높은 미학(美學)을 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서울의 광화문 광장은 어떤 모습입니까? 복잡하고 떠들썩한 공간으로 변모한 지 이미 오랩니다. 시원한 광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비움의 미학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더군다나 600여 년 전인 1395년 우리 선조들이 경복궁과 함께 조성한 육조(六曹) 거리의 역사성을 되돌아보면 더더욱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우리 선조가 그 옛날에 그렇게도 넓은 공간을 조성했던 깊은 뜻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비움의 철학에 담긴 깊은 뜻을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반추해볼 때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시각적 환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예가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의 산토리니입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 색깔과 해안가에 즐비한 건물 벽면의 하얀색의 어울림은 시각적 시원함의 으뜸 사례일 것입니다. 코발트블루(Cobalt blue)의 바다, 순백색의 건물 그리고 높고 푸른 하늘의 조합은 말 그대로 단조로움의 미학입니다. 근래 우리 미술계의 새로운 화두인 단색화와 맥을 같이합니다. 즉 조화로움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반대로 조화롭지 않으면 추()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부끄러운 예를 필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보았습니다. 그것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장에서 말입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독일 건축가들은 한결같이 ‘DDP’의 건축물을 본 것만으로도 서울을 찾은 보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DDP’ 건물은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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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DDP 광장에 소리 소문 없이 대형 조각품 두 점이 세워진 것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작품이 어느 작가의 것이든, 또 예술성이 얼마나 뛰어나든 그 여부를 떠나 전혀 조화롭지 못한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 작품의 색조나 구성이 ‘DDP’라는 신개념의 추상적 대형 조각품이라 할 수 있는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문득 시각적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DDP’ 광장의 공간에 광화문 광장의 병폐가 전염된 건 아닌가 싶어 불안했습니다. 이런 식의 욱여넣는 생리는 단조로움의 미학을 훼손할 뿐입니다. 광장은 기본적으로 채움보다는 비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DDP’ 명소를 찾아올 세계 문화인들의 찌푸린 눈살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한 오늘입니다.
 
[출처 : 자유칼럼그룹 2018.3.23.]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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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교수(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등록일 : 2018-03-29 15:46     조회: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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