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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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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갑( 甲 )은 없다

-어느 런던 택시 기사가 준 교훈 ( 敎訓 ) –

정진태 바른사회운동연합 회원

런던의 택시는 블랙 캡 ( Black Cab ) 이라는 별칭으로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고 사랑 받는 대중 교통 수단 중 하나입니다.
생긴 것이 동그란 두 눈을 크게 뜬 맹꽁이 같이 앙증스럽기도 하고, 검정색의 육중한 몸매는 권위를 상징 하는 듯도 합니다.. 그래서 생긴 모양대로 사랑받고 위엄있게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런던의 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면허를 따는데 보통 3 년 이상 열심히 고시 ( 考試 ) 공부하듯 해야 겨우 취득할 수 있으니 한번 따고 나면 자부심도 대단할 만 합니다.
런던의 거리는 옛 마차가 다니던 길을 포장해 놓아 좁고 매우 복잡한 길로 정평이 나 있어 옛날 도로 안내 내비게이터가 없던 시절 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시내 중심가 반경 6 마일 속에 있는 25,000 여 개 길 이름은 물론 주요 건물 13,000 여 개, 주요 상점들 50,000 여 개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시험관이 묻는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의 최단거리 내 도로, 건물, 업소 이름을 모두 답해야 합격이 되었다 하니 우스개 소리로 런던 택시 기사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 0 “ 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복잡한 런던 시내에서는 종종 교통 체증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 때마다 택시 기사들이 운행 중 차에서 내려 수신호로 교통 정리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읍니다.
 
하루는 궁금하여 택시 기사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니 그의 대답은
 
" 런던의 택시 기사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며 도로를 제일 많이 사용하는 도로의 주인입니다.
만일 도로가 혼잡해 지면 도로를 제일 많이 이용하는 도로의 주인인 내가 불편하니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 "
 
대수롭지 않게 당연한 일을 왜 묻느냐는 표정이었습니다.
 
런던에서의 4 년 생활을 마치고 80 년 대 중반 귀국하여 출 퇴근을 포니 중고차를 하나 구입해 몰고 다녔습니다.
 
직장에 출 퇴근을 하려면 매일 잠수교를 지나 다녀야 했는데 그 때 겪은 경험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 때의 잠수교는 아래층이 편도 두 개 차로 로서 출 퇴근 시 2 차선 도로를 운전하고 가다 보면 갑자기 뒤에서 빵빵 클락션을 울리며 당장 비키라고 종종 협박(?)을 당했습니다. 죄송 하지만 주로 택시 기사님들로부터 말입니다.
 
그래도 영국에서 4 년을 보내며 나름 규정을 지켜가며 운전을 했으니 서툰 운전 솜씨는 아닌데 이유를 몰랐읍니다.  2 차선에서 비키라면 저보고 한강 물에 빠지라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택시 기사는 자기가 도로의 주인이니 모두 비키라는 것입니다. 도로 위에서 소위 텃세를 부리고 요즘 말로 갑(甲) 질을 한 것이죠. 아마도 서울 택시기사는 사 ( 士 )자가 붙은 기술을 가진 기사 ( 技士 )이고, 저 같은 자가용 운전자는 그저 기술 없이 운전하는 사람 ( 運轉者 )이니 격 ( 格 )이 다르다는 뜻 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택시 기사이며 도로의 주인인데 런던 택시 기사와 서울 택시 기사가 왜 그렇게 생각이 다르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 위의 이야기는 40 년 전 서울의 일부 택시 기사님들 이야기이니 지금 서비스 경쟁을 하고 친절하신 서울 택시 기사님들께서는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
 
오래 전 한 때 있었던 일을 오늘 꺼낸 이유는 안타깝게도 요즘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제가 경험한 옛 일이 환생( 還生 )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 지상에 연일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하는 모 재벌 그룹 일가의 일탈 행위가 갑 (甲) 질이라는 신조어로 이름 붙여져 회사 가치는 물론 집안의 명예도 추락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얼마 전에도 모 유제품 생산 업체와 판매 대리점 간에 그리고, 프렌차이즈 업체와 가맹점, 건설업이나 제조업의 원청사 ( 原請社 )와 하청 (下請 ) 업체 간 등 등 먹이 사슬로 엮여 거래 관계가 있는 분야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져 사회의 공분 ( 公憤 )을 사기도 했읍니다.
 
갑(甲) 질의 형태는 위의 사례 뿐 아니라 열정 페이, 텃세, 언어 폭력 등의 형태로 대학, 군대, 종합 병원 등 조직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급기야는 문화 예술계 일부에서는 사제 ( 師弟 )간 “ 미투 ” 라는 형태로 그 폐해가 폭로되고 있읍니다. 이름만 보아도 토종인 ‘갑’ 질 및 텃세 에서 외래 종인 ‘미투’ , 그리고 하이브리드 형인 ‘열정 페이’ 까지 다양하여 과히 “ 갑 질 공화국 “ 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탄생하지 않았나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거래에서 계약이란 갑(甲)과 을(乙) 쌍방이 대등한 관계에서 맺어져야 하는데 위에 열거한 예에서 보듯 갑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는 시혜 ( 施惠 )를 베풀 듯 기울어진 잣대로 계약을 맺게 하니 갑은 주인이요 을은 머슴의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주인인 갑이 옛 서울 일부 택시 기사처럼 내가 주인이니 모두 비키고 내가 왕 ( 王 )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그 태도 입니다.
그게 바로 요즘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갑(甲) 질 문화로 환생 ( 還生 )을 한 것 입니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갑과 을이 공생 ( 共生 )하는 곳입니다. 이 세상에 누구도 영원한 갑 (甲)은 없는 법 입니다. “을” 인 대리점 사장이 백화점에 손님으로 가면 “갑”의 신분이 됩니다. 빚 많은 재벌 회장이 은행에 가면 ‘을’의 신분이 되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사는 이 곳은 갑과 을이 모두 주인이 되어 모두가 편하도록 스스로 가꾸어야 할 곳 입니다.
런던의 도로는 런던 택시 기사가 가꾸어야 할 곳인 것처럼 어느 한 쪽이 일터를 더럽히면 갑 을 모두에게 불편을 주는 곳 입니다.
 
왜 한국의 갑 (甲)은 자기가 주인인 그 환경이 더럽혀지면 자기가 불편해 진다는 영국 런던 택시 기사의 현명함을 깨닫지 못 할까요?
 
머슴 부리듯 “갑” 질이나 하면 “을”은 주인 의식 ( 主人 意識 ) 없이  시키는 일이나 겨우 하는 머슴 밖에는 안 됩니다.
이러면 “갑“ 에게 돌아가는 것은 손해 ( 損害 ) 라는 두 글자 뿐 입니다.
말 한마디 호칭 하나에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여행 업을 하는 지인 ( 知人 )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입니다.
프랑스 어느 도시의 한 카페에 붙어 있는 가격표에는
             Coffee              : 8 Euro
             Coffee ^^           : 5 Euro
Excuse me Coffee please   : 1.5 Euro
 
라고 적혀 있었답니다. 카페에 와 갑(甲) 질하는 일부 무례 ( 無禮 ) 한 손님을 막기 위한 지혜로운 가격표 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커피를 주문 하시겠읍니까?
 
런던의 택시 기사가 그립습니다. 요즘 런던의 블랙 캡이 우버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답니다. 세월은 어찌할 수 없나 봅니다.
다음 번 런던에 가면 꼭 블랙 캡을 타고 멋진 런던 기사와 런던 거리의 주인이 되어 달려 볼 생각 입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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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태 (바른사회운동연합 회원)
 
() 독일 ZF Lemfoeder GmbH 한국 사장
()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지주회사 총경리
저서: 금지(禁止)된 고백(告白)
등록일 : 2018-06-08 10:05     조회: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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