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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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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상실의 시대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종흡

박종흡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지금 우리는 격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꿈이 꿈틀거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꿈을 잃고 상심의 늪에 자꾸만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아 그런 것이다.
 
  이 땅에 ‘코리안 드림’은 있는가?
 
  우리는 전란(戰亂)의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폐허 속에 꽃을 피웠다. 배고픔에 허덕이면서도 열심히 땀을 흘리면 언젠가는 이를 극복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왔다. 실제로 그런 꿈은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강의 기적은 일어났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불과 반세기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우리 경제는 나날이 성장하여 이제는 경제 강국이 되었다. 정치적으로도 국민의 자유와 평등이 놀랄 만큼 신장하였다.
  이것이야말로 나뿐 아니라 우리 국민 대다수가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할 만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의식과 문화 수준의 향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그 길은 아직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꿈은 피부에 닿을 정도로 가시화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발이 닳는지도 모르고 뛰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면 취직이 되는 줄 알았고, 직장인들은 일벌레가 될지언정 묵묵히 일하면 가정은 그럭저럭 꾸며갈 것으로 믿었다. 노인들은 자식들이 부양해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한 마디로 누구나 노력하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도 될 수 있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만치 꿈이 현실로 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도 ‘코리안 드림’은 계속되고 있는가?
 
  어느 나라나 성장과 발전 뒤에는 반드시 음지가 따른다. 번영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이다. 우리라고 예외가 있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하면서 생겨난 병폐들이다. 이러한 많은 병리 현상들은 사회의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른바 ‘사회적 간극 현상’이다. 돈, 권력, 정보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둘러싼 사회계층 간의 간격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중산층은 사람으로 말하자면 허리와 같은 것이다. 허리가 약해지면 머리와 가슴이 아무리 좋아도 다리가 움직여 주지 않게 된다. 축구경기로 말하자면 미드필더가 제 역할을 못 하여 수비와 공격수 간의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각종 통계를 보면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상승 진입한다는 것은 바늘구멍만치 어려워지고 오히려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율이 날이 갈수록 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부(富)와 권력(權力)의 세습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후대에까지 대물림하는 것이다. 권력이나 지위의 대물림이 간혹 우리 주변에서 목격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왕조시대나 북한과 같이 극히 폐쇄적인 독재국가가 아닌 한 자유국가의 경쟁 사회에서는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부의 대물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는 왜 미국의 포드나 록펠러,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부호가 없는 것일까? 그들은 모두가 부모로부터 물림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수성가(自手成家)하여 된 부자들이다.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숨 쉬는 사례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부호 중 그런 부자는 몇이나 될 것인가. 얼마 전 세상을 시끄럽게 한 ‘땅콩회항사건’의 주인공인 어느 재벌의 딸은 제힘으로 그 자리에 올라 호사를 누리고 있었을까?
  일전에 강남의 아이들이 다른 지역의 아이들보다 일류대 진학률이나 유수 기업 취업률이 더 높다는 어느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심지어 의과대학이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중 부유층 학생 점유율이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잘사는 집은 더 잘살고 못 사는 집은 점점 더 못 사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이대로 가다가는 더 악화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 사회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아니 이미 다가왔다면, 생각만 해도 이처럼 끔찍하고 무서운 일도 없을 것 같다.
  사회적 유동성(社會的 流動性)이라는 말이 있다. 계층 간의 이동이 경쟁의 결과에 따라 인위적 장벽 없이 자유스럽게 가능해야 한다는 뜻이다. 빈곤층과 중산층 그리고 상류층의 경계가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노력한 만치, 땀 흘린 만큼 자기 몫이 돌아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코리안 드림’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이다.
  나는 종종 우리 집 근처 배수지 운동장을 돈다. 오늘도 다녀왔다. 올해는 날씨까지 더워서 나무 밑을 걸을 때마다 기분도 시원하다. 그러나 해의 이동에 따라 그늘도 다른 곳으로 바뀐다. 음지와 양지가 자연스럽게 순환한다. 겨울이 되면 또 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도 바로 이래야 한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꿈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 꿈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만이라도 있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도 나와야 하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어야 한다. 거북이도 때로는 토끼를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 미운 오리 새끼도 둥지가 필요하다. 패자부활전과 역전의 사다리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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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흡 이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성균관대 행정학박사
국회입법차장(前)
공주대 객원교수(前)
現 수필가 시인
등록일 : 2018-10-01 09:27     조회: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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