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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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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문화 코드로 본 한국과 일본 사회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여러 국가 사이의 다름에 대해 생각하고 비교·연구하는 것은 너무도 흥미로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근래 일본을 잘 알고 있다고 할 만한 독일인 일본 전문가빌란트 바그너(Wieland Wagner, 1956~ ) 박사가 출간한 책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저자도 저자려니와 그 저돌적인 제명(題名) «품위를 지키며 쇠퇴해가는 일본(Japan, Abstieg in Würde, Deutsche Verlags-Anstalt)»(2018)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저자 바그너는 독일에서 역사학과 독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극동 국가에서 일본의 초기 팽창 정치(Früh Expansionspolitik)>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언론인으로 각종 독일 매체에서 활동하며 독일 내 일본 및 아시아 전문 특파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저자는 도쿄를 시작으로 상하이, 베이징, 뉴델리에 특파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다시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넓은 시야를 갖고 있는 일본 전문가가 쓴 책이기에 제목을 쇠퇴해가는 일본이라고 붙인 이유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책의 내용 중 몇 가지를 간략하게나마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 상하이에서 6, 베이징에서 2, 뉴델리에서 2, 도합 10년 만에 2의 고향일본으로 귀환한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 예의 바른 사람들, 시간을 엄수하는 기차, 청결함. 그리고 아시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던 편안함을 만끽했다.
* 스모그 없는 시야, 그리고 일본 음식이 반가웠다.
* 그런데 이 2의 고향이 뭔가 변했는데, 처음에는 그걸 감지하지 못했다.
* 상대적인 조용함과 숨 막히는 일상생활로 인해 처음에는 유쾌했던 느낌이 시간이 지남에 권태감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본 사회는 예로부터 단합과 조화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사회 갈등과 관련해 그리 격렬한 다툼이 없다. 일본인은 주워진 운명에 순응하면서 국가에 크게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들은 혼자 고통스러워하며, 조용히 인내한다.”, 바로 그런 점이 일본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약점이기도 하다(Das ist Japans Stärke, aber es ist auch Japans Schwäche.)”라고 지적합니다.
 
오랫동안 서방 세계는 일본을 모방에 능한 국가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사실 일본의 전통 수공업자들은 예로부터 주어진 견본(Muster)을 주면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기대했던 수준에 이르기도 하고, 그 높은 수준을 훌쩍 뛰어넘기도 하였다. 이것이 오늘날 일본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일본은 모방이 아니라 세계가 따라나서야 할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할 단계에 왔다. 요컨대 다음 단계의 걸음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가 저자의 지적입니다.
 
필자는 여기에 문화예술사적 측면에서의 해석을 덧붙여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본 정원의 정서는 우리의 것과 사뭇 다릅니다. 일본 정원을 대표하는 교토(京都)의 료안지(龍安寺) 정원을 살펴보겠습니다. 깔끔한 분위기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정원 구석구석에서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무는 인위적으로 좋은 곳에 옮겨 심었고, 나뭇가지는 정갈스럽게이발이라도 한 듯 가위로 다듬었습니다. () 또한 세심하게 숙고한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마당에는 깨끗하고 작은 백색 자갈이 깔려 있고, 그림을 그리듯 일정한 무늬의 갈퀴 자국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감히 정원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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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安寺 Ryoanji

 
일본 정원은 사색하며 보는 관상용입니다. ‘숨 쉴 수 없는 긴장감이 정원 구석구석에 짙게 맴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일본의 정신을 볼 수 있고, 그 점을 일본 사회는 매우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반면 우리의 정원 문화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정원의 수목은 있는 나무를 그대로 활용해 조성하며, 나뭇가지에 인위적인 가위질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그 한가운데에 하늘()을 상징하는 둥글고 작은 섬이 있습니다. 연못에는 땅()을 상징하는 네모난 둘레를 조성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연못 안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요컨대 우리네 전통 정원은 홍익인간 정신만큼이나 뿌리 깊게 전해오는 우리의 문화 코드, 하늘은 둥글(), 땅은 네모나고,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천지인(天地人) 정신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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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안압지와 창경궁 후원의 연못에는 둥근 섬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손질도 거부하며 가꾸지 아니한 자연미를 추구합니다. 인위적인 것을 철저하게 배제한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 코드는 예를 들면 건축 문화에서, 가면() 문화에서 고스란히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일본과 한국, 한국과 일본 문화의 근간과 그걸 영위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이처럼 크게 다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필자는 우리 앞날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진단해봅니다.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 되는 이유»(한국경제, 1985)는 대만계 일본인 샤세키(謝世輝) 교수가 저술한 책의 제목입니다. 당시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일본이 특유의 집단 근면성 덕분에 세계 최첨단 산업국으로 발돋움했지만 20세기 말이 되면 한계에 부딪치는 반면, 한국은 새로운 컴퓨터 산업이 주도하는 21세기에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초보적인 워드프로세서의 출현을 신기하게 여기고, PC가 상용화되지 않아 이메일(e-mail)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샤세키 교수는 혹자는 한국인이 개인주의적 생각이 강하다고 부정적으로 폄하하지만, 컴퓨터 시대에는 그 개인주의가 바탕이 된 창의력이 큰 장점으로 떠올라 일본을 추월하는 요소로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시의 필자에게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필자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문화 코드, 즉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 분망함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만의 동력으로 유추해봅니다. 오늘날 세계에 우뚝 선 우리의 입지가 우연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해 1940년대 뉴욕에 모인 미국 추상표현주의자(Abstract Expressionist)’들이 우리는 오로지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데 동의한다(We agree only to disagree)”(Abstract Expressionism, 2016, Taschen GmbH)고 결의한 것과 우리의 문화 코드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를 유독 사랑한 주한 독일 대사 한스울리히 자이트(Hans-Ulrich Seidt) 박사는 우리 문화 코드에 깃든 생각의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찬탄하며 짧게 아방가르드(avant-garde) 정서가 깊이 내재해 있다고 피력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저력을 보다 긍정적으로 차분한 마음으로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여봅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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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교수(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등록일 : 2018-12-14 11:46     조회: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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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이답이다 2019-02-11
    우리의 문화코드를 정원문화가 내포하는 자유분망함, 개방성에서 찾은 것은 탁월하다고 본다. 또 다른 표현으로 나는 고고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존감을 들고 싶다. 한국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간섭을 지극히 싫어한다. 마당쇠가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쓸력 빗자루를 드느데 안방마님이 마당쇠야 마당 쓸어라하는 순간 그 마당쇠는 빗자루를 던져버린다는 말이 내려온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한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민족은 신바람족이라고 한다. 4차산업시대에 걸 맞는 마당을 깔아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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