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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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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거짓 같은 진실, 진실 같은 거짓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종흡

박종흡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우리는 진실이나 진심을 말하는 사람을 정직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정직이란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마음이 바르고 곧음을 뜻한다. 누구나 거짓된 사람을 좋은 시선으로 볼 리 없다.

그런데 진실과 거짓을 명백히 구별해 내는 것이 쉬운 일일까?  실생활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 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진실을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 속에 거짓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거짓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속에 진심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사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사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진실과 거짓 간에 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 해 감정이 씁쓸하다. 이러한 전쟁 아닌 전쟁은 비단 진영논리에 빠져 허덕이는 정치권이나 이익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사회 집단 간에는 물론 개인 간이나 심지어 한 가정 내에서도  볼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 밖의 외부에서 이러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나 자신의 마음속에서도 거짓과 진심의 싸움이 거의 날마다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거짓말은 나쁘다.’ 라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서 혹은 선생님에게서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면서 살고 있다. 거짓말 대회에서 1등을 한 거짓말은 ‘난 단 한 번도 거짓말 한 적이 없다.’ 라는 거짓말이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런 해석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 하는 의도가 선의냐 아니면 악의냐에 따라 거짓말의 유형을 ‘괜찮은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로 구분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쁜 거짓말부터 살펴보자. 가장 흔한 나쁜 거짓말은 말할 것도 없이 자기의 이익을 챙기거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혹은 자기의 숨겨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남을 기망하는 거짓말이다. 요새 걸핏하면 거들먹거리는 ‘가짜뉴스’, ‘내로남불’식 말잔치, 그리고 전후사정이나 주변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사실을 자기는 모른다고 우겨대는 ‘모르쇠’ 거짓말은 그 속을 드려다 보면 이러한 유형의 것들인 셈이다.

저급한 거짓말도 있다. 남을 골탕 먹이거나 놀리기 위해서 하는 ‘간보기’나 ‘재미보기’식 거짓말이 그런 것이다. 이러한 짓궂은 거짓말은 친한 사람 간에 할 때에는 애교로 넘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예기치 못할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뜬금없는 루머나 왜곡된 사실을 주위에 유포하는 언행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카카오톡이나 유튜브같은 사회대중매체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그 폐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병적인 거짓말도 있다. 이른바 뻔뻔한 거짓말이다. 거짓 의도는 없지만 무의식 중에 머리와 입이 따로따로 노는 경우이다.  주위에서도 간혹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거짓말을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느끼지 않나 생각된다.

이유와 방법을 불문하고, 나쁘지 않은 거짓말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런대로 용인할 수 있는 거짓말이 없지는 않다.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아름다운 거짓말이라고나 할까.

남의 기분을 좋게 해 주기 위해서 혹은 위로해 주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병문안 간 친지에게 ‘얼굴빛이 참 좋아졌는데, 곧 뛰어다닐 거야.’ 라고 한다든지, 식사하고 밥값 내면서 미안해하는 친구에게 ‘난, 가진 게 돈밖에 없어. 돈 내는 게 내 취미야.’ 라고 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진심 같은 거짓말은 가정에서 부모 자식 간에나 부부 간에도 흔히 볼 수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가끔 전화를 걸어 ‘식사는 제때에 제대로 하세요?’ 라고 묻는다. 나는 십중팔구 ‘응, 걱정마라. 잘 먹고 있다.’ 라고 자동 응답한다. ‘몸은 요?’ 라고 물으면 아파서 끙끙 앓을 때도 ‘괜찮다.’ 라고 단답으로 대하고 만다. 속으로는 ‘얘들아, 나 언제 병원 신세 질지 몰라.’ 라고 투덜대면서도...

‘거짓말 안 하기’는 보통사람보다 특히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요사이 어느 공직 임명을 둘러쌓고 벌어지는 국론 분열사태를 보면서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생각난다. 언제 늑대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진실과 진심은 법에 의해서만 재단되는 것이 아니다. 궁극에는 양심이 잣대가 되어야 한다.

문득 영국속담 하나가 떠오른다. ‘하루 동안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동안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한 달 동안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한 해 동안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짓고, 평생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해야 한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가장 정직한 마음이 된다고 한다. 거짓의 씨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싹이 트기 때문이다. 남을 속이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과 같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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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흡 이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성균관대 행정학박사
국회입법차장(前)
공주대 객원교수(前)
現 수필가 시인

등록일 : 2019-10-30 14:27     조회: 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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