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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이젠 그만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은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속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속담에도 있듯이 우리는 남이 잘되는 것을 못 보지요라거나 밥을 굶어 배가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남이 잘되는 것은 못 봅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론 매체에서도 저명 논객이 ,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는 것을 못 보지 않습니까?”라는 논리를 펴면, 사회자는 그렇지요하며 부정은커녕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마치 우리네 정서 깊은 곳에 남이 잘되는 걸 배 아파하는 심성이라도 있는 듯, 그게 바로 졸렬한 우리의 민족성이라도 되는 양 말하는 것을 들을 때면 필자는 참담한 마음을 가눌 수 없습니다.  

오래전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할 때의 일입니다. 독일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여러 분야를 섭렵(涉獵)하던 중 우연히 ‘Die Schadenfreude’라는 낱말을 만났습니다. 풀이하면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해 남의 불행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기쁨이거늘(Schadenfreude ist die reinste Freude)”이라는 속담이 독일에도 버젓이 있더군요. 순간, 좀 우습긴 했지만 우리만 뒤틀린 심보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약간 안도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대륙을 달리하는 언어권에서도 인간이 가진 심성에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에겐 이와 상반되는 속담도 있습니다. “명주옷은 사촌까지 덥다라는 속담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잘되면 그 은혜가 자기에게까지 이른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속담, 권순우 편역, 송원, 2006)   

그런데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우리 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지만, 명주옷 속담은 왜 그리도 잊혔을까 궁금해집니다. 

필자는 이 또한 왜색(倭色)이 짙은 식민 교육의 잔재라고 믿습니다.

정복자는 으레 피정복민의 사회가 무능하고, 부패하고, 저질적인 국민성을 가졌다고 강조합니다. 그럼으로써 정복의 당위성을 각인시키고, 결과적으로 피정복민은 정복자에게 모름지기 감사하며 굴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민주의를 펼쳤던 국가들의 기본 정책지침이었습니다.  

그러니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제국이 우리 국민에게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졸렬한 민족성을 가진 민족이라고 얼마나 끈질기게 주입했겠습니까 

그러면 일본인의 실상이 어떨까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의 일입니다. 일본 컬링팀의 한 선수가 한국 딸기가 맛있다는 말을 했다가 일본 사회로부터 매국(賣國) 행위라도 한 양 뭇매를 맞고 매도(罵倒)당한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민망하고 안쓰러울 정도로 졸렬해보였습니다. 딸기 하나로 일본 사회 차원의 배앓이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래 한일 간의 갈등 국면에서 일본 사회가 드러내는 여러 행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중 하나가 수년 전부터 일본 유명 서점가에 생기기 시작한 혐한(嫌韓) 서적 판매대입니다. 한 나라를 혐오하는 서적만 따로 모아놓은 판매대라니, 헛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일본 지식인들의 현주소가 어떠한지를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 대목입니다, 

반면, 국내의 크고 작은 서점가에서는 이와 비교할 만한 코너를 결코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 사회가 그런 국가 차원의 배앓이를 하는 것은 어쩌면 자격지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이제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그만 폐기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적폐의 하나이기에 영구 파기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모습이 너무나 볼썽사납습니다 

그에 덧붙여 명주옷은 사촌까지 덥다라는 속담을 많이 활용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더욱더 밝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품기 때문입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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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교수(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등록일 : 2020-05-08 16:09     조회: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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