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로그인 바로가기
문서 자료실 바로가기

바른소리쓴소리

바른소리쓴소리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동학당과 문재인 정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 이승훈

이승훈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구한말 동학군은 除暴救民, 輔國安民, 그리고 斥倭洋倡義를 내걸고 기병하였다. 고부군수의 가렴주구가 촉발한 봉기였지만 회복불능으로 망가진 조선왕조와 갑자기 험악해진 외세의 위협에 절망한 백성의 선택이었다. 성공하였다면 부패한 정권은 타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斥倭洋의 기치 아래 근대화가 가능했을까? 안중근의사는 부친의 지휘 아래 동학당을 토벌하였다. 동학당의 거사를 당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개화와 자강에 역행하는 망동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 이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겼고 러일전쟁에서도 일본은 이겼다. 각자 자기 문중 이익만 도모하던 우리의 지도층은 안목과 경륜이 시대착오적이었고 신뢰 상실로 백성의 절망을 지지로 바꿀 수도 없었다. 제국주의의 흐름을 탄 역사의 물결을 우리 힘으로 헤쳐 나갈 힘은 애초에 없었다. 일본이 한반도를 병탄하고 우리는 식민지로 전락하여 35년을 보냈다. 백 년 전 기미독립운동은 그야말로 삼천만 겨레가 하나로 뭉쳐서 벌인 항쟁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야만적 국제질서는 우리의 절규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똘똘 뭉쳤어도 우리의 힘은 독립 쟁취에는 크게 미흡하였다.

3.1운동 이후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다시 극렬한 반일의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일제를 겪지 않았는데도 소위 6.3세대인 내 평생 처음 느낄 정도로 반일 정서가 드세다. 반일만이 아니다. 미국이 원자탄 투하를 서두르지 않았으면 김원봉의 원대한 계획이 한반도를 우리 힘만으로 수복할 수 있었다는 원망도 나온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 백 년 동안 우리가 겪은 고난은 모두 사악한 외세 탓이고 무고한 우리는 자력으로 이 역경을 버텨내고 있다는 식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태평양 건너 미국의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오늘의 분단 한반도는 120여 년 전 동학 혁명 당시 조선과 얼마나 다른가? 사드 보복의 중국과 수출 규제 보복의 일본을 보면 힘을 앞세우는 국제질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그때처럼 망국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제는 우리가 맞설 힘과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다행히 지난 세기 하반기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는 비록 분단 상태이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국력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혼자서는 주변 4강 누구와도 겨룰 수 없다.

만약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이겼으면 어땠을까? 오늘날 티벳과 신강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겼으면? 블라디보스토크가 부산으로 옮겨왔을 것이다. 일본이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과 맞서지 않았으면 몇 천도 안 되는 광복군이 자력으로 우리 땅에서 일본을 몰아낼 수 있었을까? 만주에 주둔하고 있던 일제 관동군만 수십만이었다고 한다. 조국 독립을 위해 흘리신 선열의 피는 마땅히 숭모해야 한다. 특히 기미독립운동이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독립 의지를 각인시킨 것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님들의 노력도 강대국들이 우리의 독립을 그들의 국익처럼 존중하도록 이끄는 데는 크게 미흡하였다.

우리의 독립은 강대국들이 국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반 동강이 분단국가로만 가능하였다. 선열 독립운동가들이 백방으로 뛰셨지만 분하게도 우리는 강대국들의 무자비한 각축장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일 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직도 국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4강 하나하나와 맞설 힘을 갖추기 전에는 현 정세와 4강의 국익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파악하고 우리 이익을 실현하는 외교전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굽힐 때는 굽히면서도 필요한 국익을 쟁취하는 것이 외교전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괜한 분란을 일으켜서 어렵게 구축한 동맹마저 와해시키면서 고립의 길로 가고 있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백 년 전 동학당과 매우 유사하다. 積弊淸算除暴救民이고 대북정책은 斥倭洋倡義. 집권에 실패한 동학혁명과는 달리 현 정부는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그동안 실적을 보면 갑갑할 뿐이다. 적폐청산으로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갔는데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보니 과거 행적이나 집무 실적이나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오히려 외교안보와 경제는 국가 근본을 무너뜨리고 있다. 

집권으로 자리를 차지한 뒤에 실정만 거듭하면서도 반외세 종족주의를 팔아 재집권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닌가? 구한말 자기 문중의 이익만 도모하던 망국 세력과는 다름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과연 우리는 100년 전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을 깨달음을 얻었는가?

필자소개
 
본문이미지
 
 
 
 
 
 
 
이승훈 교수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現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등록일 : 2019-07-19 17:20     조회: 1978
Copyright ⓒ 바른사회운동연합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