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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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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왜 국민들을 戰場의 前線으로 내모는가?

이건영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건영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90년대 초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우리민족끼리란 등식으로 분칠한 카타르시스랄까. 당시의 대학도서관에서는 책이 너덜너덜해지면 또 구입하고 또 구입하곤 했다고 한다.

긴 소설이지만 당시 젊은이들의 을 흔들어 놓은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내용은 이렇다.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무력으로 침공해 온다. 국방력이 약한 남한은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남한 대통령이 북한한테 지원을 애걸한다. 북한은 민족끼리를 내세우며 흔쾌히 핵미사일로 일본의 무인도를 공격한다. 일본은 북의 핵공격에 혼비백산하여 군대를 철수하고, 남북 국민들은 함께 만세를 부르며 환호한다.’

무슨 만화 같은 이야긴가. 그때부터 운동권은 북한의 핵은 곧 우리민족의 핵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 대통령, 문재인도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달달한 애국심으로 몸을 떨며 흥분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 뜬금없이 남북경협으로 일본을 이기자고 외치는 것이다. 소설처럼 북한의 핵으로 일본을 쳐부수자는 말인가, 아니면 북한이 비장의 경제무기라도 갖고 있다는 말인가? 북한에 애정을 표하고 일본에 적개심을 표시하는 방법치고는 유치하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전쟁 중이다. 정부끼리의 갈등이 국가 간의 싸움이 되었다. 대통령이 진두에 서서 이기자, 지지말자로 선창한다. 무엇을 이기고 무엇에 지지말자는 말인가? 어느새 이 정부의 목표가 일본타도가 되었는가?

온 나라가 미쳐가고 있다. 대통령에 뒤질세라 고관대작, 여당, 공공기관, 언론, 시민단체 등등이 죽창을 들고, 볼펜을 흔들고, 이순신을 불러내고, 휘장과 플래카드가 난무하고, 완장 찬 홍위병들이 의병처럼 날뛰고. 욕설과 쌍소리와 저주. 조상의 피를 따지고, 제품의 성분을 분석하고. 관제선동의 내음이 진해서 유치하다. 국민들이 집단최면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만 反日을 하나? 일본도 反韓을 한다. 우리가 일제불매운동을 하는 만큼 일본인들도 한국산불매운동을 한다. 대통령은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하나 그건 우리가 피해자니까 얼마든지 응석을 부리고 투정을 부려도 된다는 발상 같아 창피하다.  

나는 겁이 많다. 나는 친일일까? 당분간 조심하자. 조금만 삐딱하면 부역자, 반역자, 매국노, 토착왜구의 딱지가 붙는다는데 잘못하면 대대로 가문의 치욕이 된다.

그러나 나는 법률가도 아니고 정치학자도 아닌데, 왜 반일을 해야 하는지, 왜 문재인정부에 박수를 치고, 일본에 강제징용 배상하라고 핏대를 세워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대법판결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이를 친일 반일의 인증잣대로 쓰겠단 말인가?

광화문에 모인다는 수만 군중들, 그들은 과연 한일 간의 쟁점이 무엇이고, 정부가 징용보상에 관한 어떤 복안들을 가지고 어떻게 성실하게 협상했는지, 일본이 얼마나 사악하게 굴었는지 알고 있는가? 그들이 보기에 일본은 절대악이고, 우리정부는 선하고 정의로운가? 

징용배상문제로 비롯된 일본과의 갈등은 간단한 문제였다. 돈으로 따지면 고작 4억 원. 서로 입장을 주고받으며 타협하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이 타협하자고 졸라대어도 우리정부는 외면을 했고, 이번엔 일본이 칼을 빼어드니까 우리가 다가가도 일본에서 상대를 안 한다. 그동안 감정이 쌓인 만큼 수백 년 전의 까지 끄집어내게 되었다. 그래도 옛일은 미뤄놓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온 국민이 총대를 메고 나설 사안은 아니다.  

나는 최근 도고 시게노리의 참회록 격동의 세계사를 읽었다. 일본에서 태평양전쟁 개전 시와 종전 시 외무대신을 두 번이나 역임한 그가 끝까지 미국과는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취한 여러 가지 일화들이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인도차이나문제로 일본을 코너로 몰고 있었다. 그러나 더 큰 적은 전쟁을 바라는 군부와 그들의 선동으로 들끓는 국민여론이었다. 그는 반역자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정작 전쟁이 일어나면 나도 총대를 들고 전장터에 나서겠지만 외교관의 임무는 어떻게 하건 평화적인 협상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외교는 이기고 진다기보다 타협점을 찾아가는 게임이라며, 일본해군이 진주만을 폭격하는 순간까지도 A, B, C안을 내밀며 미국대사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물론 그는 전쟁을 막지 못했다.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가 전쟁말기에 다시 외무대신으로 불려나왔다. 지금 일본인들은 그를 조선에서 건너온 평화의 사도로 기억한다. 1)

우리 정부는 북한에서만 평화를 찾는다. 일본을 적으로 찍어놓고 파시즘 냄새나는 선동구호로 군중심리를 불지른다. 타협점은 없는 것 같다. 군중심리를 연구한 귀스타브 르 봉은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군중의 힘이지만 선동과 조작, 최면에 의해 행해지는 야만적 행위는 바로 민주주의 적이라고 했다.

제발 국민들을 전장의 앞에 세우지 말라.   

(주 1) 도고 시게노리는 조선사람이었다. 임진왜란 때 납치된 도공의 후손으로 4살 때까지도 박무덕이란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는 1급 전범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 사망했다. 참회록은 그가 옥중에 집필한 것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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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 박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계획학 박사
건설부차관
국토연구원장
교통연구원장
중부대 총장
단국대 교수


등록일 : 2019-08-12 09:27     조회: 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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