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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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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닭싸움 장’과 ‘물갈이론’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닭싸움(鬪鷄)’ 하면 필자는 1960년대 유럽에서 동남아 한 나라의 문화를 소개할 때 보았던 영상이 떠오릅니다. 담배 연기 자욱한 지하 창고 같은 공간에서 잘 훈련된 닭들이 싸움하고 있었습니다. 그 주위에서는 돈을 건 사람들이 흥분을 한 채 고함을 지르며 응원을 하는 가운데 닭들이 피를 튀기며 무섭게 싸우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 같은 닭싸움영상을 만든 이유는 국제동물보호단체가 동물 학대 현장을 고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근래 우리 사회는 총선의 계절이 다가오자 어지러운 정치 마당으로 빠르게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 이전투구와도 같은 모습에 부끄러운 닭싸움이 연상되어 한편으론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필자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정치 소비자이자 평범한 시민입니다. 정치에 관한 한 전문성이 없는 한낱 필부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상식을 뛰어넘는 정치인의 주장이 때론 역겹기까지 합니다. 구호인지, 비방인지 모를 괴음(怪音)이 귀를 더럽힙니다 

그 괴음 한가운데는 정치권의 이른바 물갈이론이 있습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은 물갈이론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입니다. ‘물갈이론이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가 싶습니다 

요즘 주장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당 차원에서 어느 지역구에 나올 입후보자와 대적할 후보를 싸움닭을 골라내보내듯이 합니다. 어느 3선 의원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어느 누군가는 다선 의원에게 지역구를 내려놓고 정치에서 퇴역하라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또는 그간 관리해온 지역구 대신 험지(險地)’에 가서 출마하라고 몰아붙이기도 하고, 때론 어떤 원로 정치인들은 험지 출마를 자진하여 나서기도 합니다. 국내정치 마당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지역구가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습니다. 

얼마 전 한 의원은 도박이라도 하듯 60세 이상과 3선 의원에게 출마 포기를 권하면서 해당 의원 모두가 자기 제안에 동참한다면 소속 당에 자기의 전 재산을 내놓겠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작태(作態)가 아닐 수 없으며, 상식적인 예()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반면 의회민주주의가 정착한 구미(歐美) 여러 나라에도 반드시 지역구가 있고, 지역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국회라는 정치 광장에서 자기 지역구의 민심을 전달하는 순기능을 수행한다고 필자는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해당 지역구에서 다선(多選) 의원이 배출되는 것은 그 고장의 자랑이기도 하고, 그 정치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다선 의원이 자연스레 국회의장으로 뽑히고, 집권당이 되면 다른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요컨대 국회에는 새롭게 선출된 초선의원도 있고 3, 4, 5~6선의 원로 의원이 공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화학적 융합처럼 조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갈이론같은 주장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근래에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물갈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정치학계의 학자, 현장 정치인, 정치평론가의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물갈이 사고가 정치판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깊숙이 침윤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원로 사회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살벌합니다.

나이 든 세대가 얼마나, ‘어른 노릇못하였기에 지탄(指彈)의 대상이 되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횡행하는 물갈이론에는 확 바꿔보자라는 심리가 기저에 깔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작용(Action)이 가해지면, 그에 따른 반()작용이 따른다라는 만고의 진리를 우리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서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물갈이이든 닭싸움이든 그 살벌함을 경계하는 오늘입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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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교수(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등록일 : 2019-12-09 14:35     조회: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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