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로그인 바로가기
문서 자료실 바로가기

바른소리쓴소리

바른소리쓴소리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코로나 불황기의 경제정책

이승훈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코로나폐렴이 기승을 부리면서 확진자가 생긴 사업장이 줄줄이 폐쇄당한다. 주문이 밀려도 생산할 수 없으니 부품이나 원자재 구매도 끊긴다. 역병 창궐이 강요하는 생산 중단의 파괴력은 공급체인을 따라 일파만파로 커진다. 그러나 사업장을 폐쇄해도 부채 상환의무는 그대로 남는다. 만기만 되면 어김없이 들이닥치는 상환요구를 판매수입 없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할 터인데 이들이 갚지 못한 부실채권은 금융기관까지 위협할 것이다.

 

총수요 확대정책은 동문서답

 

이 경제위기는 수요가 침체하여 가동을 축소하는 경기순환적 불황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 전통적 불황대책의 기조는 재정지출과 통화공급의 확대다. 그러나 유행병이 사업장을 폐쇄하는 특수 상황에 경기진작용 총수요 확대정책은 동문서답이다. 그런데 각국의 중앙은행은 대대적 양적 확대에 돌입하였다. 제로금리 양적 완화가 역병을 멈출 리 없으니 폐쇄된 공장을 다시 가동하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한은도 양적 완화를 선언하였고 정부는 소상공인과 기업을 지원하는 데 100조 원 규모의 자금 투입을 결정하였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총선 정국과 맞물린 선심공세라는 비판이 당연히 제기된다. 재난지원금을 말하는 사람들은 이 지원금이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소비를 얼마간 살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소 자영업자의 식당이나 점포에 손님이 끊어진 까닭은 갑자기 주머니가 비어서가 아니라 감염이 두렵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이 두려움이 가실까?

정작 지원금이 필요한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이다. 손님은 없는데 부채 상환과 이자 지불, 그리고 점포 임대료 지불 기한은 어김없이 찾아든다. 그대로 두면 이들 생계의 기반이 붕괴한다. 현재로서는 소비 진작의 효과도 없는 소득지원보다는 자영업자들의 연명에 필요한 자금지원이 먼저다. 가계 지원은 대상을 하위 20%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돈은 자영업자들의 도산을 막는 대출자금으로 집행해야 옳다. 그래야 선거용이라는 오명도 벗는다.

미국의 연준도 회사채 매입을 위한 자금을 대대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현재의 국면에서 기업이 신규투자를 계획할 리 없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목적은 당장 만기 되는 부채를 상환할 자금 마련이다. 불황 타개 아닌 불황 이후의 대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감염사업장 폐쇄는 자동차와 반도체를 비롯한 모든 업종에서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폴란드 공장도 폐쇄당하였다. 이제 이 파장은 전체 공급사슬로 번지고 곳곳에서 생업이 파탄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을 잡는 과제는 경제정책으로는 풀 수 없는 사회 문제다. 현재의 불황에 대한 대책은 불황 타개가 아니라 재난 이후 불거질 추가적 피해의 통제를 겨냥해야 옳다. 퇴치 불가능한 불황에 대한 경제정책은 경기진작이 아니라 그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V형 불황의 대비는 기업 도산 방지로

 

역병 창궐로 인한 불황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우량기업이나 불량기업이나 무차별적으로 쓰러뜨린다. 일시적 조업 중단은 무급휴직으로 대처할 수 있으나 파산은 대량실업을 낳는다. 대량실업을 피하고 무급휴직으로 견디면 그편이 훨씬 더 낫다. 위기 대책의 한 축은 이들을 구제할 복지지출인데 대량실업을 최소화하면 지출도 그만큼 줄인다. 가계를 지원하는 재난소득보다는 기업도산을 막는 조치가 여러모로 먼저다. 즉 위기 대책의 다른 한 축은 무차별적 기업 도산을 막는 자금 지원이다.

불량기업은 도산시키는 것이 옳지만, 역병을 다스릴 때까지 우선 과제는 무차별적 도산의 방지다. 전문가들은 현 불황을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때처럼 역병만 진압시키면 경기가 금방 회복되는 V형으로 본다. 불황을 견디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재빠르게 생산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무차별 도산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이 목적으로 긴급대출을 시작한다니 다행이다. 다만 부실기업 배제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두면 관료의 일 처리가 불필요하게 움츠러든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구조조정 아닌 현상 유지가 목표이므로 도덕적 해이의 수용 폭도 이 목표에 맞추어야 옳다.


필자소개
 
본문이미지
 
 
 
 
 
 
 
이승훈 교수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現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등록일 : 2020-04-01 14:37     조회: 1618
Copyright ⓒ 바른사회운동연합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