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이석구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전 언론인>
정치인들의 변명-“약속을 못 지킨 거지 거짓말한 게 아니다”
이런 우스개, 아니 거짓말이 있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 ”노인이 일찍 죽겠다.” ”처녀가 시집 안 가겠다.” .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본 소위 3대 거짓말이다. 이런 우스개가 아니라, 진짜 거짓말은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다. 숨소리 빼곤 다 거짓말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표만 된다면 뭐든 질러 놓고 보는 이들이 바로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1997년 15대 대선에 나선 김대중 후보가 10월8일 관훈클럽에서 한 기자회견은 압권이다. 정치인들이 거짓말 논란을 어떻게 피해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고전적(?) 사례다. 김 후보는 “저는 일생에 거짓말 한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 (중략) 약속을 못 지킨 것이지 거짓말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4번째 대선에 나서며 정계은퇴 약속을 번복한 것에 대한 변명이었다. 그의 임기응변과 달변, 탁월한(?) 논리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정치인들은 이런 언변으로 종종 거짓말이나 공약을 어긴 것에 대한 추궁을 피해간다. 그러나 지킬 생각이 없거나 안 지켜질 것을 알면서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과거 정치인들의 거짓말이나 약속을 어긴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0년 내각제 합의 부인도 유명한 거짓말 중 하나다. 내각제 합의를 부인하던 그는 그해 10월25일 자신이 서명한 내각제 합의각서가 중앙일보에 보도되자 “내각제 약속이 국민위에 있을 수 없다” 며 거짓말 논란을 피해갔다. 그는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대통령직을 걸고 쌀 시장 개방을 단호히 막겠다.”고 했다. 이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자 거짓말이었다. 그의 캠프나 정부 관계자들은 쌀 수입개방이 피할 수 없는 국제정세임을 알고 있었다.
선거의 계절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의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 기본소득지급, 반값 주택, 청년대책, 출산 장려, 고령화 대책, 복지 등등. 이들의 공약을 들으면 우리나라가 금방 낙원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정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세수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엄청난 재정적자로 국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다. 이미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국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70여 년간 국가 부채가 6백조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4백조 원이나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추세대로 가면 국가부채가 2030년에 2천조 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모두 미래 세대들이 감당해야 할 빚이다.
여야 후보 모두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식이다. 진보는 우클릭, 보수는 좌클릭으로 유권자를 유혹한다. 선거철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가 덜 포퓰리스트인가를 가려 뽑을 수밖에 없다.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후보의 장밋빛 청사진일수록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들의 달콤한 말에 속으면 안 된다. 그게 『지속 가능한 정책』 인지, 『진정 나라를 위한 정책』 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거덜 나 금쪽같은 내 새끼들이 그 고통을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