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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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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다이애나 비’의 ‘사과’를 떠올리는 오늘

바른사회운동연합








필자 : 이성낙 교수(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 약사평론가회 회장

() 현대미술관회 회장, ()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다이애나 비사과를 떠올리는 오늘

 

 사과하라라는 구호를 유럽 사회에서는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범죄는 물론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자에게 법리적 해석에 따른 옳고 그름에 대한 격렬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것은 흔히 보았습니다.

 

 잘못된 사실이 밝혀져, 당사자가 형사상의 불이익을 받더라도, 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식의 사과 표명은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사회 중범죄자도 사과하는 경우를 보거나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기회를 주지도 않지만, 기대하지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서구 사회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반면, 우리는 사과하라라는 구호가 일상생활의 한 굳어진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염려스러운 심정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면. 어린 소아를 끔찍하게 유괴 살인한 혐의로 체포된 자를 경찰서에 압송하는 과정에 취재하는 현장 기자들은 살해된 여아와 가족에게 유감의 뜻을 표명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기 일쑤입니다. 그만큼 사과받기사과하기가 일상화된 것은 아닌지가 싶은 우리 사회의 한 그림입니다.

 

 다른 예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의 대표와 함께 여러 명이 기자회견장에 나와 일렬로 서서는 허리를 깊이 굽히면서,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외신을 타고 서구권에 전달되면, 이를 지켜보는 서구인들은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왠지 어설프게 다가오나 봅니다. 더 나가 말잔치’ ‘제스처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진실성을 볼 수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서구 사회에서 사죄하는 풍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치독일이 저지른 만행에 독일의 현 정치인들이 여러 형태의 사죄·사과를 끊임없이 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과하라또는 사과를 받아내야겠다는 사회 분위기는 아닌 듯싶습니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 가운데, ‘세기의 사과라 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영국에서의 일입니다. 199511월 영국의 비운의 다이애나 비() (Princess Diana, 1961~1997)가 남긴 사과 건입니다.

 

 그 무렵, 필자는 다이애나 비를 대하는 영국 사회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이애나 비가 이집트 출신 영국 장교와의 염문설이 자자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공익단체를 위해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사회활동을 하는 모습이 필자에게는 너무 생소하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녀는 존경받기까지 하였기 때문입니다. 혼란스럽기도 하여 내심 당시 영국 사회를 손가락질하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른 것도 아닌, 앞으로 왕비가 될 서열 1위에 있는 준 왕비가 부적절한 관계로 물의를 일으켰는데도 말입니다.

 

 어느 날, 영국의 한 동료 학자가 방한하여 함께 며칠을 보낼 때, 다이애나 비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며, 영국 사회가 어찌하여 다이애나 비의 불륜을 묵인할 수 있었느냐는 뜻으로 물어봤습니다.


 설명은 이러하였습니다. 어느 날 다이애나 비가 참여한 사회활동과 관련 BBC TV에 출연하여 대담하다가 담당 기자가 갑자기 염문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라는 느닷없는 질문에 다이애나 비는 잠시 당황해하다가 언급하기 어렵지만, 염문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무거운 심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답니다.

 

 그러자 그 싸늘하기만 하였던 여론이 인터뷰를 계기로 확 바뀌었고 합니다. 다이애나 비의 윤리적 흠집보다는 자신의 약점을 공개석상에서 고백하였다는 그 용기와 그 정직함을 높이 평가한 영국 사회의 인식이라 하였습니다.

정직그리고 용기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가치를 누리는지를 새삼 깨우치는 계기이기도 하였습니다.

 

 새삼스럽게 다이애나 비의 사과 행위가 오늘 다시 떠오른 것은 근래 국내 한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 경력 관련 공개 사과를 한 사건을 두고, 너무 왈가왈부하며 말이 많아서입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경력 오기(誤記)나 부풀림이 한 왕세자비의 부적절한 행위보다 더 무거운 죄질이겠느냐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특정인의 공개 사과를 놓고 우리 사회가 경찰청에 끌려 나온 죄수인 양 다루는 경박함을 보는가 싶어 마음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사과함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 존중해야 하는 것은 인권 존중의 눈높이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서입니다.

 

참조: 필자의 칼럼 [다이애나 비의 정직과 헬무트 스미트의 거짓말’ (자유칼럼, 2016. 8. 7.)]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등록일 : 2022-01-05 16:09     조회: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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