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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의도시산책] 신도시 재건축 게임의 끝은 어디일까

이건영 *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공학 박사 * 前 국토개발연구원 원장/ 건설부차관

   신도시 재건축 게임의 끝은 어디일까

 

(2022.06.13.세계일보 게재)

 

그림1.png

 

 문재인정부 5년 내내 춤추던 전국의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이제는 신축 아파트의 미분양도 나오고,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폭락세의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유독 강남과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들 집값은 여전히 우상향이다. 그것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두 번에 걸친 선거 기간에 쏟아진 달콤한 ‘재건축’ 공약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보수당 일색으로 국회의원도 바꾸고 시장도 바꾸고 구청장도 바꾸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수도권의 신도시들은 노태우정부 때 주택 200만호 공급계획에 따라 분당, 일산, 산본, 중동, 평촌 등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60%대에 머물러 있었다. 집은 짓고 또 지어도 마냥 부족하였다. 그래서 정부는 토지 강제수용권을 앞세워 서울 주변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고 대량의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되도록 많은 집을 짓기 위해 신도시는 아파트 위주로 설계되었고, 용적률은 180∼220%로 정해졌다. 이들보다 몇 년 전에 세워진 서울의 목동 신시가지 용적률이 130∼160% 정도였다. 이에 비하면 서울에서 20㎞ 떨어진 신도시의 용적률치고는 ‘천문학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노무현정부 시절 조성된 동탄, 광교 등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에 비해 녹지 비율도 높이고 용적률도 낮다.
 
 그럼에도 1기 신도시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 이후 주변지역, 즉 분당 주변의 도촌·수지·죽전 등, 일산 주변의 파주·화정·행신 등 ‘무임승차’ 민간개발 단지들이 줄줄이 들어서서, 지금은 ‘거대 신도시권’이 되어 버렸다. 영국은 신도시를 개발할 때 주위에 녹색의 띠를 두르곤 하는데, 우리는 신도시 주변의 난개발을 방지하는 장치를 만들지 못한 것이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분당 시범단지에 입주가 시작된 것이 1991년. 고작 31년밖에 안 되었다. 이제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이들 신도시에 사람의 때가 묻고 낡은 만큼 연륜이 쌓이고 공간 간의 유기성도 정비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새 정부는 신도시재건축사업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깨끗이’ 도시 개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도시의 용적률을 300∼500%까지 부쩍 올리고,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폐지를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수순에 들어갔다.
 
 ‘특혜법’ 소식에 분당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1기 신도시 중 분당이 제일 용적률이 낮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월1일 이 자리에서 서울의 ‘재건축은 돈잔치’라고 쓴 적이 있다. 공짜로 하는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하는 두꺼비게임이다. 서울의 집값이 터무니없는 버블에 싸인 것은 ‘현재의 집 가치’를 반영하기보다 미래에 나타날 ‘새 집’의 가치를 선반영 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단위계획을 엄수하거나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토록 한다면 집값은 반 동강 날 것이다. 반대로 도시계획을 변경하여 용적률을 올려주고 재건축부담금을 면제해 준다면 그만큼 대박이 터진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신도시 용적률도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 배 가까이 올려주면 그만큼 고밀고층화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용적률이 타당한 것일까? 정답은 없다. 신도시는 거의 아파트단지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똑같은’ 용적률이 적용될 것이다.
 
 이미 일산의 탄현동, 분당의 정자동 지역에 고밀도 주상복합단지가 있다. 이들은 국지적이므로 도시 다양성의 한 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고층건물 ‘숲’이 되면 어떨까? 저마다 하늘을 가리고 벽이 된다. 공중권, 조망권, 일조권도 서로가 막는다. 수원 인근의 역세권단지에 가보면 50층 높이의 절벽을 세워놓은 듯한 고밀고층 단지를 볼 수 있다. 그것은 도시가 아니라 콘크리트 정글이다.
 
 용적률이나 종(種) 상향은 주민들에게는 마약이고 도시에는 독(毒)이다. 당장은 용적률을 높여 그만큼 이익이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고층고밀화된 지역의 집값이 계속 유지되겠는가? 이런 도시를 만들자고 특별법을 만든다는 것은 끔찍한 상상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30년 앞서서 신도시를 건설하였다. 도쿄 주변에 다마, 지바, 고호쿠 등 뉴타운이 만들어졌는데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신도시들보다 훨씬 용적률이 낮게 설계되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인구감소와 주택과잉으로 유령도시화하고 있다. 우리 신도시보다 훨씬 노후화하였지만 재건축을 논할 형편이 아니다. 극히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인 재건축이 진행되었다. 가령 다마뉴타운의 스와2지구를 살펴보면 엘리베이터도 없던 5층 아파트를 11∼14층으로 다시 지었는데, 용적률은 고작 150%이다.
 
 도시를 만들 때 멀리 볼 것도 없이 제발 30년 후만이라도 내다보자. 아마도 분당이 제일 먼저 고밀 재건축 도시가 될 것이고, 이어서 일산, 평촌 등, 그리고 수지, 죽전, 상현 등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다음은 2기 신도시. 그리고 30년 후면 돌고 돌아서 다시 1기 신도시로.
 
 ‘신’도시가 ‘헌’ 도시가 되고 다시 ‘신’신도시가 되는 재건축·재재건축 게임이 계속 펼쳐지고, 그때마다 용적률은 마냥 올릴 것인가? 끝없이 이어지는 ‘재재재’의 게임 끝은 어디일까? 미래를 위해 유보해두는 여유를 기대할 수 없을까?

 

 

등록일 : 2022-06-14 16:18     조회: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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