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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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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의도시산책] 여의도, 국회가 떠난 자리

이건영 *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공학 박사 * 前 국토개발연구원 원장/ 건설부차관

 

여의도, 국회가 떠난 자리

                                                                   

                                                                                                           (2022.07.25. 세계일보게재)

 

의사당, 대표적 관존·허례의 상징

서여의도 규제로 도시구조 기형

국회 이전, 금융허브 재충전 기회

분원 아닌 본원 세종시로 옮겨야

 

 

마포종점에 서서 은방울자매의 노래를 들으면 강 건너 여의도비행장의 불빛이 쓸쓸해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군비행장이었으니 일반 시민들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장마 때마다 시달리던 버려진 습지에 제방을 쌓으면서 공짜로 여의도 땅이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여기를 서울의 맨해튼으로 만든다, 시청을 옮긴다고 바람을 잡으며 땅장사를 했다. 을지로에 있던 금융사들이 들어서고, 방송사들이 몰려오고, 고층아파트들이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남은 땅은 국회에 헌납하였다.

 

국회의사당 부지는 10만평(33). 아마 세계에서 제일 넓을 것이다. 다른 나라 의사당은 대개 도심지에 있는 랜드마크라서 시내 관광코스의 하나다. 워싱턴의 캐피톨, 런던의 웨스트민스터궁, 베를린의 라이히스탁(Reichstag)은 연륜의 엄숙함과 고색창연함이 배어 있는 모습인데, 우리나라 국회는 해자(垓字, 한강)와 높은 담장으로 둘러진 성채의 위용이다.

 

의사당 건물은 대표적인 관존(官尊)과 허례의 상징이다. 디자인 자체가 위엄이 넘치고 권위가 뚝뚝 흐른다. 본관 앞의 높은 계단과 넓은 전정(前庭)도 위압적이다. 사방 24개의 육중한 열주와 회랑, 캔틸레버식 지붕은 서양의 고대 신전을 연상시킨다. 지붕 위의 원형 돔은 일제 총독부 건물(옛 중앙청)을 본뜬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여기저기 의원 전용이란 붉은 카펫이 깔린 의사당 내부도 공간 구성이 낭비적이다. 365개의 전등이 달렸다는 본회의장은 호화판이다. 어느 건축가는 의사당 건물을 보고 공허한 권력의 기념비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공공기관들의 호화청사를 시정해야 할 적폐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공공기관뿐일까? 소위 ’()자 들어가는 정부 건물들, 지방정부 청사들, 심지어 공관들까지 한결같이 장중함을 넘어 권위적이고 호화판인 것이 우리네 풍조다. ()은 항상 민() 위에 있게 마련이다.

 

여의도에 국회가 들어서서 여의도 도시구조는 기형적이 되었다. ‘국회의 존엄성을 위해 의사당 주변지역은 높이 54m(대략 1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였기 때문이다. 참으로 황당한 규제다. 서여의도 자체가 국회의 위세에 희생양이 되고 주눅이 든 초라한 형상이 되었다. 비슷한 예로 서초동 법원단지 주변도 법원의 권위를 위해미관지구로 지정되어 높이 28m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그래서 서여의도 지역은 올망졸망한 낮은 건물들 사이로 허파에 바람 든 정치낭인들이 몰려다니고, 반대편은 일찍부터 서울의 상징이던 63빌딩을 비롯하여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도시적 스카이라인을 보여주었다. 엘지트윈타워, IFC, 파크원. 전경련 건물 등이 들어섰고, 심지어 주상복합아파트들마저 초고층화되었다.

 

지금은 여의도의 기능도 달라졌다. 방송사들은 빠져 나갔고, 관영 금융기관들은 지방으로 쫓겨 나갔거나 나갈 운명이다. 국제금융 허브의 꿈이 사라지자, 외국 금융사들도 짐을 꾸렸다. 대신 정치권의 이기와 용적률 상향으로 재건축하려는 주민들 욕심만 가득하다.

 

그리고 국회는 지금 세종시로 일부 기능을 이주 준비 중이다. 여의도 국회보다 훨씬 넓은 18만평(595000)의 부지를 확보하여 분원을 만든다. 본회의장과 의장 공관은 서울에 두고, 상임위는 대부분 세종시에 둔다는 계획이다.

 

이미 행정부는 세종시로, 공공기관들은 전국의 혁신도시로 추방되었다. 의원들의 호출을 받은 이들 기관의 간부들, ‘과장, ‘국장들은 서울과 지방을 수없이 오가고 있다. 의회와 행정부, 공공기관이 서울과 지방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행정 비효율이 연간 3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나는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은 애초부터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행정부를 두 곳으로 갈라놓더니 국회마저 두 곳으로 나눠놓는 것은 더 잘못된 정책이다.

 

얼마 전 나는 도시 전문가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서울에서 내보내고 싶은 혐오시설이 무엇일까, 라고 가벼운 논쟁을 한 바 있다. 대부분이 국회란다. 국회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제발 우리 지역에는 들어서지 않았으면 하는 기관·시설). 지금은 운동권의 난장(亂場)이 되었고 국민의 짐이란다.

 

국회는 분원이 아니라 본원이 세종시로 가야 한다. 국회가 세종시로 옮겨가면 당연히 의사당 주변의 구시대적인 고도제한은 철폐될 것이다. 여의도는 다시 태어나고 동서 여의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여의도를 국제금융 허브로 재충전할 기회이다. 정부는 20년 전부터 홍콩의 금융기능을 유치하여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키우겠다고 호언하여 왔다. 글로벌 금융회사, 국제어학원과 금융대학원, 컨벤션 등을 유치하고 금융 인프라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도쿄의 금융가는 마루노우치다. 이곳은 황궁 주변이라서 이른바 백척(百尺)규제라는 고도제한을 받아왔다. 그러나 2002년 규제를 풀어서 홍콩 다음가는 글로벌 국제금융단지로 탈바꿈되었다. 영국 런던은 카나리워프를 재개발하여 금융가인 시티의 경쟁력을 높여 놓았다. 2015년에는 서울이 국제금융 허브 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6위의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25위로 추락하였다. 망나니 정치와 못난 국회탓이다.

등록일 : 2022-07-26 12:54     조회: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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