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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바른사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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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윤증현 "그 어떤 정책도 시장 이기지 못해…정부 간섭 최소화해야"

바른사회운동연합

※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바른소리쓴소리 인터뷰에 소개한다.
 
혁신성장, 성공의 조건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 (1) 윤증현 前 기획재정부 장관
"성장 담론 실종이 가장 큰 문제…성장 잠재력 회복에 정책 역량 모아야"

만난 사람=정종태 경제부장 

공무원 채용 늘리는 건  
일자리와 일거리 혼동하는 것
규제만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져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더 위험 
감독이 선수로 뛰면 이길 수 있나 

기득권 놓지 않으려는 저항세력 
갈등 넘어야 규제혁파 가능 

최고 인재가 의과대 진학하는데 
왜 의료 산업화 막는지 이해못해 

혁신성장은 실체없는 구호일 뿐 
규제혁파·구조개혁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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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목 상태가 좋지 않아 강연이나 인터뷰를 삼가라는 의사의 권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나라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말을 꺼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컸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윤 전 장관은 한동안 참았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정책 결정의 잘못을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핏대가 드러날 정도로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꼼꼼하게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 현안과 문제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해법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윤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1일 여의도 윤경제연구소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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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위기입니까.
 

“경기순환적 측면에서 보나, 구조적 측면에서 보나 위기임이 분명합니다. 우선 생산, 투자, 소비심리, 기업 체감경기 모든 것이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분배도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더 치솟고 있고요. 오히려 실업대란이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현 정부가 표방했던 ‘일자리 정부’가 제대로 진전이 안 되고 있어요. 지금 우리 경제는 정말 위기상태로 돌입하고 있다 이렇게 보입니다. 이게 올해 말까지가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위기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지만 그래도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본다면 성장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성장이 모든 문제해결의 기본이에요. 그런데 계속 저성장 이어지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떻게 됩니까. 일자리 창출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지금 가장 안타까운 게 성장 담론이 실종되고 있다는 거예요. 노동 개혁 등 필요한 구조조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고요. 결론은 명확합니다. 어떻게 하면 성장 저력을 되살려 다시 성장잠재력을 회복할 것이냐에 모든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됩니다.” 
 

▶올해 3% 성장도 어려울 전망입니다. 저성장 굴레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많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0%대로 추락한 한국 성장률이 2010년에 6.5% 성장으로 회복했습니다. 제가 현직에 있을 때인데, 다들 교과서적인 회복이라고 했죠. 이후 계속 성장은 내리막길입니다. 4%대에서 3%대, 2%대까지 떨어지고 있어요. 제가 보기엔 한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추세가 이미 하강하고 있습니다. 최근 OECD도 한국 경제 전망을 3% 성장에서 2.7%로 낮췄습니다. 한국은행이나 다른 민간연구소도 전부 다 내리고 있습니다. 올해도 아무리 봐도 3% 못 넘어갈 거 같다는 거죠. 특히 내년에는 더 어렵게 봅니다. 대부분의 민간연구소들이 내년 2.8~2.7% 정도로 보고 있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 복지안전망 확충, 이런 것들이 모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미국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전망인데요.
 

“우리가 이만큼 오기까지 한국 경제는 항상 세계 경제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어요. 그런데 최근에 보면 우리가 세계 경제 성장률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올해만 해도 세계 경제는 굉장히 호황이잖아요. 3.7~3.8% 정도 예상되는데, 우리는 겨우 2.8~2.9% 정도 전망됩니다. 미국보다도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됩니까? 미국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12~13배 큰 나라예요. 우리 성장률이 더 떨어지면 어느새 이걸 따라잡나요. 금리도 역전돼있고, 실업률도 우리가 더 높아요.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잠재성장률이 3% 초반 정도였잖아요. 최근엔 3% 밑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2.7~2.8% 정도로 봅니다. 최소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우리 경제가 계속 확대재생산, 확대균형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성장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어요. 성장을 국가적으로 담론화시켜서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냐에 초점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성장의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미국의 폴 크루그먼 교수가 동아시아 네 마리 용을 언급하면서 경제성장에 한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른바 요소투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요소투입이라고 하면 인적투자, 물적투자, 생산성 세 가지를 의미합니다. 이게 한 나라의 잠재성장률, 다시 말해 경제성장 저력을 이루는 세 축이거든요.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이유도 이 세 축이 다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 나라 경제가 성장하려면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합니다.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확대재생산이 되고 일자리가 늘어나죠. 그런데 그동안 투자 지표를 보세요.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투자한 게 국내 투자한 것보다 세 배 이상 많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제일 큰 것이 각종 요소비용, 쉽게 말해 지대 인건비입니다. 요소비용이 너무 많아 생산성이 못 따라가고 있어요. 과격한 노조도 문제입니다. 어느 나라 제조업이든 노조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견디질 못합니다. 세계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는데 국내에선 각종 규제에 묶여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도 안 돼요. 이런 이유로 제조업 회피 현상이 심각한 겁니다.” 
 

▶인적자원 투자 역시 부진한데요. 
 

“인적자원에 투자하려면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그동안 인력양성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노력을 해왔습니까?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국토는 좁고, 환경은 열악하고, 가진 건 인적자원밖에 없어요. 인적자원을 어떻게 우수한 인력으로, 기술 인력으로 탈바꿈시킬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가장 우수한 인재가 가는 데가 공과대학이었어요. 화학 금속 기계 전자 원자력 조선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산업 인력화 되면서 오늘날 수출 효자가 된 거예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가장 우수한 인재가 죄다 의과대 치과대 약대로 갑니다. 벌써 한 20년 지속하고 있는 현상이에요. 이런 현상을 거스를 수 없다면 이 분야라도 빨리 산업화를 시켜야 하는데, 온갖 규제 때문에 다 막혀있잖아요. 정부 방향제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인적·물적 투자 측면에서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어요.”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낮습니다. 
 

“임금을 올리려고 하면 반드시 생산성하고 연계해야 합니다. 생산성이 안 오르는데 어떻게 임금을 올려줍니까? 노동시장 경직성은 이어지고, 그러니까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임금만 오를 수밖에요. 국회도 책임이 큽니다. 과거 정년연장을 통과시키면서 임금피크제는 나중에 사업장별로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잘 안 되고 있죠.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주범입니다. 이런 모든 분야에서 정치권이 큰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어떠한 정책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정부는 명심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나온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중국처럼 국가자본주의 하는 나라에서도 뭐라는지 압니까? ‘상유(上有) 정책, 하유(下有) 대책’이라는 거예요.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는 뜻인데, 중앙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지방의 관료들이 ‘마음대로 해봐라. 우리도 대책이 있다’는 거예요. 참 무서운 말입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하는 나라에서도 이럴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가 없어요. 일시적으로 이길 수 있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으로부터 보복을 당합니다. 절대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없어요. 이 게 무슨 얘기냐면,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보장,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정체성을 말하는 겁니다. 역사가 증명합니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기초해 사회주의가 나왔지만 결국 다 무너졌잖아요. 경제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중심은 민간기업이고, 민간이 중심이 돼야 고용이 창출되고, 성장도 하고, 사업도 확장되는 거예요. 그 역할을 정부가, 공기업이 하겠다고 하면 그날로 문 닫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공기업 낙하산 어쩌고 하지만, 최선의 방책은 공기업 수를 최대한으로 줄여서 꼭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만으로 최소화하는 대책밖에 없어요. 기업 앞에 ‘공’ 자가 붙는 순간 그 기업은 기관화합니다. 더 이상 기업이 아니에요. 지금 경제운용에 있어서 정부는 정체성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죠. 시장에 자유를 돌려주고,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열심히 뛸 수 있어요. 그래야 기업가 정신이 고양되는 겁니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금 정책이 계속되는 한 굉장히 어둡다고 봅니다. 우리와 정반대인 일본 미국을 보면 알지 않습니까. 시장은 자유가 생명입니다. 그걸 통해서 창의성 나오고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시장에 활기가 차야 사회 전체가 활력이 넘치거든요. 자유는 공기와 같은 거예요. 자유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사회 활력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시장이 생기있게 돌아가야 기업도 왕성하게 투자 활동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건 뭡니까? 공공부문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늘리면서 민간에는 일자리 창출에 부담이 될 비용만 잔뜩 안기고 있잖아요. 최저임금 과속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8월 고용을 보면 도소매, 숙박 등 서비스 업종에서만 취업자 수가 20만명 이상 줄어든 게 나오잖아요. 그것을 세금으로 보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공공 일자리 확대가 그나마 취업자 수 마이너스를 막아주는 형국입니다.
 

“8월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그나마 공공부문 증가가 커버해준 건 맞습니다. 그거 빼면 엄청나게 줄어든 숫자가 나왔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도대체 공무원 숫자를 얼마까지 늘릴 건가요. 공무원 채용을 늘린다는 건 일자리와 일거리를 혼동해서 생긴 일입니다. 일자리라는 건 일거리가 있으면 저절로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공직자를 늘린다는 건 일거리에 상관없이 일자리를 그냥 갖다 놓는 거예요. 일거리를 그대로인데 일자리만 늘려놓으면 이 사람들 어떻게 됩니까? 그냥 노는 거예요. 그래도 밥값은 해야 하니까, 자꾸 쓸데없는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그게 다 규제로 연결되는 거예요. 민간은 어떻습니까? 생산이 늘어나거나 매출이 증가하면 부서가 생기고 인원이 늘어납니다. 일거리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거리와 일자리를 혼동하지 말라는 게 제 메시지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거리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게끔 시장에 자유와 창의를 불어넣는 것입니다.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에 나서도록, 민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움직이도록 역할과 환경을 조성해주고 뒷받침해주는 것, 그것이 정부 역할이지 정부가 직접 시장 플레이어로 뛰면 안 된다 이겁니다. 축구로 치면 축구 감독이 있고 선수가 있는데 감독이 선수를 겸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감독이 선수로 뛰면 이길 거라 생각하는데, 한마디로 착각하는 겁니다.”
 

▶국가주의 논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주의 논쟁, 이것은 한 번은 꼭 짚고 가야 할 문제예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뭡니까? 바로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추구합니다. 공무원 수를 자꾸 줄여가는 거지요. 그래야 규제가 없어지지. 공무원 수가 늘면 밥값을 해야되니까 자꾸 일거리를 만들어냅니다. 규제가 자꾸 늘어나는 거예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공무원 12만명 줄이고 작은 정부로 간다는 거잖아요.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질서가 있느냐, 투명한 경제가 일어나느냐 등 감시·감독 업무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예요. 정부가 내건 공약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 박근혜 정부 때는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정부’를 내걸었습니다. 다 정치적 용어입니다. 어떻게 국민의 삶과 행복을 정부가 책임집니까? 행복의 가치는 주관적이고, 삶은 개인 책임입니다. 정부는 그걸 제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 뿐이에요. 보통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 명분이 있습니다. 시장은 만능이 아니고, 시장도 실패한다는 거죠. 하지만 정부가 실패하면 누가 책임집니까?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가 더 많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 아닙니까?”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혁신성장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혁신성장이라는 게 실체가 모호하지만 규제혁파하겠다, 구조조정하겠다, 노동시장 개선하겠다 이런 거 같아요. 하지만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되는 게 있나요? 규제혁파의 대표적인 게 감세인데 우리는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죠. 대통령이 지시한 은산분리도 진통을 겪으면서 겨우 찌그러져서 통과해놨죠. 구조조정은 어떻습니까? 조선·해운 등 경쟁력을 잃고 있는 산업은 진작에 덩치를 줄이고 효율화했어야 하는데 유야무야되고 있죠. 노동시장 개혁은 더 말할 나위도 없어요. 1987년 노동시장 자유화 이후 30년이 흘렸는데도 아직도 한 발자국도 진전을 못 하고 더 악화되고 있죠.”
 

▶포용적 성장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포용적 성장이란 게 뭡니까. 쉽게 말해 성장 일변도가 아니라 성장은 하되 시장해서 실패한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들한테도 성장의 몫이 함께 돌아가도록 하자는 개념 아닌가요? 이론적으로는 참 매력적이에요. 문제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건데, 이 정부는 분배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아닙니까? 소득주도성장이 그것인데, 시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배변 주도 포만’이라고. 배가 부르면 변이 마렵다는 건데, 거꾸로 변을 누면 배가 부른다는 거예요. 얼마나 웃긴 얘기입니까?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데, 우산을 쓰면 비가 온다는 말과도 같아요. 물론 분배격차가 너무 심하면 성장도 저해된다는 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나 성장할 때 분배도 함께 개선되는 것이지, 분배가 우선됐을 때 성장한다는 건 인정되지 않거든요.”
 

▶규제개혁, 모든 정부의 슬로건이었습니다. 이 게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 아는 듯하면서도 참 모르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차라리 제대로 혁명을 하면 기존 질서를 때려 부수고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는 건데, 기존 질서를 존중하면서 하려니까 어려운 거예요. 지대추구,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저항세력과의 끊임없는 갈등이 있습니다. 관광 산업만 해도 그래요. 강원도의 산악면적이 스위스 산악면적보다 1200㎢ 더 넓다고 합니다. 이걸 잘 개발해서 지리산부터 시작해 태백산, 설악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면 우리도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떤가요? 케이블카 하나 제대로 못놓고 있습니다. 환경 단체 반발로 각종 규제에 묶여 케이블카를 새로 놓으려 하면 13개의 법을 바꿔야 합니다. 조사해보니 13개 법을 다 피해 가서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은 0.5%도 안 나옵니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죠. 이런 것을 푸는 게 바로 규제개혁이고 우리가 도전해야 할 과제입니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못 하니 전부 먹이사슬이 된 거예요. 은산분리도, 원격진료도 그렇고요. 세상에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된 이 시대에 원격진료 안 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기득권 세력에 밀려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것이야말로 적폐청산하듯이 해야 합니다. 교육개혁, 의료개혁 이런 게 우리의 살길인데, 이런 것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단 하나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야 일자리가 생기고, 기업이 투자할 기회가 생기거든요. 한번 보세요. 서울대병원 지을 때 외래환자 하루 2000명을 예상했는데, 지금 얼마인 줄 아십니까? 1만500명이에요. 서울대병원 응급실 가면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나 다름없어요. 아산병원, 삼성의료원은 어떻습니까? 종합병원 하나 지으면 최소 5000~1만명의 고급 일자리부터 허드렛일까지 생기는 곳인데 기득권 반발에 모든 게 막혀있어요. 우리나라 의료산업 수준이 정말 세계적인 수준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의료를 빨리 산업화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중 가장 우수한 인력이 가는 게 의과대학이잖아요. 특히 성형외과는 세계 최고 아닙니까? 그걸 왜 활용을 못 합니까? 답답할 뿐이에요.”
 

▶의료 선진화는 현직에 계실 때부터 줄곧 외쳤는데, 아직도 안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들어온 고급 의료관광객이 작년에 30만명 좀 넘을 거예요. 태국은 200만명이 넘습니다. 싱가포르 중국 인도도 180만명씩 받아요. 최고 인재가 병원으로 몰리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가요? 내가 목이 쉬도록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런 걸 호소합니다. 인류 문명이 종언을 고하는 날까지 절대로 망하지 않을 산업이 있어요. 바로 헬스케어와 바이오 의료입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똑같아요. 오래 건강하게 젊게 예쁘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요. 이 산업은 절대 망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걸 규제로 막아놓고 국민을 위하니, 사람을 위하니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주도에서도 엑스레이 보면서 전화로 서울에 있는 병원과 상담하고 싶은데, 왜 못하게 막나요? 국민을 위한 정부면 그거부터 해줘야죠. 의사들의 이익을 위해서 안 해줍니까? 울화통이 터집니다.” 
 

▶기업가정신이 퇴조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요.
 

“기업가정신은 민간의 경제활력이 넘치고 자율이 담보되지 않는 한 발휘될 수가 없어요. 사회주의 국가에서 기업가정신 넘친다는 말 들어봤어요? 정부가 플레이어로 직접 역할을 하는 한 기업가정신이 나올 수가 없어요. 결론은 정체성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 가야 해요. 동시에 실패가 용인되는 사회문화가 돼야합니다. 그래야 기업가정신이 부활하는 것이죠. 반기업 정서로는 절대 되지 않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기업도 정부도 고민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건 정말 정부부터 앞장서서 역할을 해야됩니다. 중심에는 민간이 있어야겠지만 정부가 리드를 해줄 필요가 있어요. 정보를 제공하고, 도전의식을 불어넣어 주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정부에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성장담론이 상실된 거예요. 정부가 미래 얘기를 하는 걸 들어봤습니까? 앞으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안 보여요.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미래 산업도 제조업의 경쟁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제조업을 절대로 홀대하면 안 돼요. 제조업이 바탕이 안 되는 서비스와 정보기술(IT)이란 게 존재할 수 없어요. 경쟁력있는 제조업을 유지하면서 고용 친화적인 내수산업을 육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가 생기는 거예요. 몇 가지 꼽으면 의료 교육 관광 콘텐츠 바이오 건강관리 헬스케어... 이런 분야에 대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지향점을 정하고 투자를 서둘러야 합니다. 국민적 공감대 이루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분야별로 묶여 있는 규제부터 혁파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투자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정말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습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제언을 하나 한다면 관광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광산업이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중의 하나거든요.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관광객이 줄어들자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위원장을 맡고 관광진흥위원회를 만들었잖아요. 지난 5년동안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해발 3000m 넘는 다까야마 산에 호텔을 짓게 하고요. 각종 규제도 없앴습니다. 우리는 국립관광지에 식당 호텔을 몇 층 이상은 못 짓게 하는 규정도 있어요.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야 합니다. 내가 장관 할 때도 하려다 못했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는 것도 환경 단체 반발에 눌려 문화재청 위원회에서 취소해버렸잖아요. 관광청을 만들어 권한을 제대로 위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낙수효과, 더 이상 기대난망인가요. 
 

“낙수효과니, 분수효과니 이러는데 왜 낙수효과가 없어요? 주력산업이 노동집약 분야에서 기술집약 분야로 이행되니까 고용유발효과가 옛날보다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정도의 차이지, 낙수효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낙수효과가 더 커지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게 막혀있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수출하면 부가가치가 들어오잖아요. 이걸 내수 확대로 이어지도록 연결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출로 들어온 자금이 내수로 유입돼 퍼질 수 있도록, 그래야 고용창출 선순환이 일어날 거 아닙니까. 그러려면 각종 규제를 단계별로 혁파해 투자의 기회를 제공해줘야 해요. 지금은 연결 파이프라인이 끊어져 있어요. 그러니 낙수효과가 더더욱 작아지는 겁니다.”
 

▶생산인구감소는 경제활력을 퇴조시키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지금까지 10년 넘게 126조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저출산은 전혀 진전이 없습니다. 합계출산율은 1.04에서 지난 8월 1 미만으로 떨어졌고요. 신생아도 작년까지 40만명 유지됐는데 올해 잘못하면 30만대도 위협받는단 말이죠.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인구문제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저출산 대책을 인구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정부예산을 아무리 퍼부어보세요. 한달에 10만원 준다고 애를 낳겠냐구요. 인구정책으로 바꿔야 해요. 우선 이민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해야 됩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올해부터 줄기 시작했고, 전체 인구도 2030년부터 줄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게 세계인구는 더 늘어나요. 우리보다 못사는 신흥국에서 더 젊고 기술 가진 인력을 유입해와야 합니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접근방법을 빨리 인구정책으로 바꾸고, 이걸 실행할 인구청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구 학자들 스카우트해서 연구소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거 하나도 준비 안 하는 한국의 앞날이 정말 걱정됩니다. 일본처럼 조직적, 체계적으로 하는 나라와 어떤 차이가 나겠습니까? 이런 걸 하자면 법무부 고용부 외교부 등 모두 반대할 거예요. 법무부는 범죄소굴된다고 하고, 외교부는 외국인 함부로 데려다 어떻게 할 거냐 하고, 고용부는 일자리 뺏긴다고 할까봐 노조 눈치 보는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효과도 없는 저출산 대책에 매달릴 것인가요? 과감히 인구정책으로 전환해서 이민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까요.
 

“시장도 경제도 수요 공급의 양 축으로 움직입니다. 물건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사주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최근의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것도 양 축이 균형 있게 못 받쳐줘서입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만만한 게 수요정책이니까, 자꾸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만 내놓은 것이죠. 수요정책만 펴선 안 됩니다. 뒤늦게 공급책을 내놨는데 헛다리만 짚고 있어요.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집값이 떨어지는 엉뚱한 곳에 공급을 늘린다고 해요. 강남 아파트값 잡는 데 제일 좋은 건 특목고 전부 부활시키고, 강남에 재건축 재개발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것이에요. 다 해줘서 한 100층 아파트 다섯 동만 세워보라 하세요. 그럼 교통 대란이 일어나고 강남 아파트값이 안정이 아니라 폭락합니다. 접근은 그렇게 해야되는 거예요. 지금 부동산 정책은 없는 사람만 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내 말 틀렸습니까? 그래서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정치가 바로잡히고, 올바르게 해줘야 되는데…참 안타깝습니다.”
 

■ 약력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10회 행정고시 합격(1971년) 
△재무부 금융실명거래실시 준비단장(1989~1990년)
△증권국장, 금융국장(1991~1995년) 
△세제실장(1996년) △금융정책실장(1997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1999~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2004~2007년)
△기획재정부 장관(2009년 2월~2011년 6월1일)
△윤(尹)경제연구소장(2011년~현재) 


정리=성수영/사진=강은구 기자 syoung@hankyung.com
 
(한국경제)

등록일 : 2018-10-10 09:51     조회: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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