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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주호의 퍼스펙티브] ‘AI 맞춤학습’이 대량생산형 낡은 교육 바꾼다

바른사회운동연합

200년 넘은 생산 공장형 교육
AI 지원 맞춤학습 시대에 뒤처져
교육열과 우수 교사 갖춘 한국
학습혁명 선도하겠다고 나서야
세계는 학습혁명 중
'AI 맞춤학습'이 대량생산형 낡은 교육 바꾼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한국 관광객으로 붐비는 베트남 다낭에서 글로벌 교육 행사가 지난 15~16일 열렸다. 베트남 4개 중학교에서 1학년 수학 과목에 인공지능(AI)의 맞춤학습을 도입하는 동시에 교사들은 프로젝트 학습을 시작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혁명을 실행하기 위한 첫 회의였다. 

필자가 의장으로 있는 EWI(Edu cation Workforce Initiative)가 베트남 교육훈련부와 함께 기획하고, 영국 국제개발부(DFID)가 재정을 지원한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가 교사 훈련을 담당하고, 글로벌 교육콘텐츠 기업이 수학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제공하며, 한국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들이 영향 평가를 하는 다국적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환영사에서 “다낭을 학습혁명이 시작된 도시로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자”고 말했다. 대량생산 공장과 비슷하다고 비판받는 낡은 교육체제에 대한 불만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200년 넘게 굳어진 교육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하이터치 학습을 위한 변화들이 지속해서 추진됐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교사의 인간적 관심과 지도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고,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추어 개별화된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여 주어야 할 필요성도 많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터치 학습은 부유한 사립학교나 열정적 교사들이 모인 소수의 학교에서나 가능했지, 대다수 공립학교까지 확산시키기는 못 하였다. 아무리 열정과 실력을 갖춘 교사라도 20~30명의 학생을 모두 세심하게 이해하고 맞춤학습을 제공하는 것은 초인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인공지능이 교사를 도와준다면 어떨까? 인공지능에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추어 모든 학생에게 최적의 맞춤학습 경로를 제공하게끔 활용하면 어떨까? 

하이테크·하이터치 학습혁명
최근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은 이러한 역량을 기하급수적으로 향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존 온라인 교육이나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엄청난 가능성을 보인다. 인공지능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기보다 교사에게 하이터치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사의 지식 전달과 관련된 부담을 대폭 덜어주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은 대량 생산의 낡은 교육모델을 대체하고 모든 학생에게 맞춤학습을 제공하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소득층 자녀들에게나 가능하였던 개별화 맞춤학습이 이제 모든 아이에게 가능한 혁명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 아이디어가 아무리 획기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거대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일단 실천 가능한 크기로 쪼개어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을 지속해서 보완하면서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 베트남에서 시작하는 EWI의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디자인되었다. 

선진국 교육학자들은 확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교육 변화를 위해서는 교사가 수업에 집중해 주인 의식을 갖고 변화를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교사를 가진 한국은 환경만 잘 조성하면 학습혁명에서 앞서갈 수 있다. 그동안 문제로만 간주한 우리나라 사교육도 에듀테크 첨단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다면 학습혁명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에게 하이테크 하이터치 학습혁명을 왜 한국에서 하지 않고 베트남에 가서 하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었다. 혹자는 이러다가 우리 교육이 베트남에 추월당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하다고도 하였다. 우리가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2010년부터 세계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가 되었지만, 우리의 발전 경험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 학습혁명과 같이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데 개도국과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베트남 중학교 1학년 수학에서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을 실행하여 본 경험을 우리가 거꾸로 베트남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많은 나라를 추월하고 1인당 소득 3만 달러 수준에 진입하는데, 교육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개도국 중에서도 학습혁명에 성공한 나라가 빠르게 부상할 수 있다. 학습혁명을 위하여 EWI와 같이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학습혁명에서 앞서가기 위한 국가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 텍사스 본디중학교 학생이 개인 학습 속도와 능력에 맞춘 서밋러닝플랫폼(SLP)에 따라 맞춤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 챈저커버그닷컴]
미국 서밋 공립학교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 학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함께 지원에 나선 곳이다. 특히 필자가 주목한 것은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을 지속해서 실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학교 학생의 모든 활동은 개별화 학습, 멘토링, 프로젝트 학습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특히 개별화 학습 시간에는 모든 학생이 챈저커버그이니셔티브(CZI)가 지원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인 서밋러닝플랫폼(SLP)을 활용하여 모든 학생이 개인의 학습 속도와 능력에 맞춘 맞춤학습을 한다. SLP는 이미 미국 330개 학교에 무료로 지원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1주일에 60~90분 간 학생 20여명과 함께 멘토링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 담임교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학교는 중학교 3년 내내 멘토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학생과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하이터치가 눈에 띄었다. 많은 수업이 프로젝트 학습으로 진행되면서 하이터치 학습이 강조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학교는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공립학교였는데도 하이터치와 하이테크를 결합한 학습혁명이 시도되고 있었다. 

최근 게이츠재단은 학교향상네트워크(NSI) 사업을 통하여 학교 간, 학교와 다양한 조직 간의 19개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학교의 변화를 민간재단의 지원이나 학교 간 네트워크를 통해 개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한국은 교육부 정책이나 교원노조·단체 입장이 바뀌기 전에는 아무런 변화도 할 수 없다며 위로부터의 변화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경직적 관료주의 거품을 걷어내고 교사가 변화의 중심에서 다양한 혁신가와 협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교육계와 산업계가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나설 때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글로벌 기업들이 세상을 바꾸는 학습혁명과 같은 중요한 과제에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나서줄 수는 없을까? 우리 교육계가 학습혁명을 선도하겠다고 나서줄 수는 없을까?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사회 불신과 불안이 증대되는 이 시점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한번 교육의 힘으로 국가의 동력을 끌어올릴 때이다. 위만 쳐다보기보다 아래로부터의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혁명을 위해 교육계와 산업계가 나서야 한다. 

이주호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 커미셔너·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리셋 코리아 교육분과장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420851
등록일 : 2019-08-13 13:59     조회: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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