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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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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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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의 ‘與民館(여민관)’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 대표

‘국민과 함께’의 ‘與民館(여민관)’

 

(2022.06.17. 자유칼럼그룹 게재)

 

 박근혜 대통령 시절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면담할 일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삼청동을 막 벗어나자 검문 경호원이 신원과 방문 목적을 묻고 무전으로 확인하더니 그곳부터는 택시에서 내려서 걸어가라고 하더군요. 아직 한참 더 가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의했으나 소용없었습니다.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자가용 승용차들은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오고 갔습니다. 저 차들은 가는데 택시는 왜 안 되느냐고 항의했으나 상부 지시라는 말만 하면서 완강하였습니다. 기분 같아서는 면담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돌아서고 싶었지만, 현안을 해결하려면 꼭 만나야 했기에 참고 걸어갔습니다.

 

 청와대 인사가 외래객을 접견하는 건물의 이름은 ‘여민관’이었습니다. 국민을 만나는 건물이라 ‘국민과 함께’라는 뜻의 與民관이었겠지만 나이 어린 경호원에게 당하고 온 터라 ‘차라리 制(제)민관이 적격이지’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수석과 면담하면서 경호처의 과잉조치를 불평하였더니 웃으면서 청와대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경호처라고 하더군요. 대통령이 바뀌어도 경호원들은 계속 남는답니다. 청와대 참모가 외부인을 만나고 경호원이 불필요하게 통제하는 상황의 ‘여민’이니 대통령은 과연 구중궁궐에서 군림하는 듯 고립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경호원의 오만이 정권의 인기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알기도 어려웠겠지요.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새 집무실의 명칭을 공모하였습니다. 평생 그런 일은 남의 일로 알고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국가의 핵심 기관이 명칭을 제대로 가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몇 년 전의 청와대 방문 일이 새삼 기억나서 응모하였습니다. 출근길마다 기자들과 소통하고 항상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대통령의 뜻도 응원하고 싶었지요.

 

 ‘敬(경)민’이나 ‘尊(존)민’은 대통령이 수시로 내세우는 정치적 언사일 수는 있어도 국가 원수의 집무실 명칭으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愛(애)민’ 역시 바탕 정서로는 좋겠지만 국가수반이 국민을 사랑할 대상으로 보는 정도라 역시 미흡합니다. 마침 대통령이 영어로 people’s house 같은 의미를 원한다고 하니 가장 적절한 명칭이 ‘與民館’이 옳겠다 싶었지요. ‘국민과 함께’하려면 국민을 존중, 사랑, 또는 회유, 제압의 대상으로 보는 차원을 넘어서서 동체, 즉 우리로 인식해야 합니다. 망설이지 않고 ‘與民館’으로 응모하였지요.

 

 그런데 ‘여민관’은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내 생각에는 적어도 ‘국민청사’보다는 낫지 했는데 어쨌든 제외되고 말아서 늘그막에 공연히 객쩍은 짓이나 한 셈이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심사위원들이 과거 청와대의 부속 건물의 이름으로 쓰던 명칭을 집무실 본관의 명칭으로 삼는 것이 부적절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물론 확인할 수 없는 짐작이지만 그러지 않았길 바랍니다.

 

 과거 대통령의 ‘국민과 함께’는 구중궁궐 집무실에 있으면서 참모들이나 여민 1-2관에서 국민을 만나는 與民이었기에 ‘여민관’은 집무실 본관에 어울리는 명칭이 아니었겠지요. 그러나 새 정부의 ‘국민과 함께’는 많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합니다. 청와대를 버린 윤 대통령의 행보가 그렇듯이 집무실 본관이 여민1-2관이 되어야 할 정도로 국민에게 바짝 다가간 ‘국민과 함께’라야 합니다. 마침 명칭 결정을 유보했다고 하니 이참에 ‘여민관’도 고려의 대상에 포함되었으면 합니다.


등록일 : 2022-06-20 10:13     조회: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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