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로그인 바로가기
문서 자료실 바로가기

바른소리쓴소리

바른소리쓴소리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나쁜 아빠’ 그리고 ‘주식 아빠’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 •약사평론가회 前 회장 -(사) 현대미술관회 前 회장, (재)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나쁜 아빠’ 그리고 ‘주식 아빠’

 

(나쁜 아빠, 주식 아빠, 맘마미아 2022.6.27.)

 

 근래 ‘나쁜 아빠’라는 기사가 언론 매체를 장식했습니다. 내용인즉 이혼한 후 친모와 함께 사는 자식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남자들이 많고, 이에 당국이 당사자에게 여권 발급을 불허하거나 운전면허 발급을 취소하기로 하자 그제야 마지못해 양육비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두 자녀를 둔 어떤 이혼녀의 경우는 6년 6개월간 밀린 양육비가 무려 1억 185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가정이 겪었을 심적, 물리적 어려움을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그 신문기사를 보다 독일 친구에게서 들은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한 여인이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아 경찰 단속에 걸렸답니다. 당황한 여인은 “내가 싱글 맘인데 아이를 픽업하려고 서두르다 그만 교통법규를 어겼다.”며 무안해했고, 그 말을 들은 경찰은 “그러세요? 그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서 가세요.”라며 여인을 보내주었다는 겁니다. 그 얘길 들으며 필자는 독일 사회가 많이 진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0~1970대였다면 싱글 맘 스토리가 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독일은 “우정은 우정이고, 법은 법이다.”라는 속어가 지배하는 원칙주의 사회, 곧 융통성 없는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독일은 몇십 년  사이에 어떻게 이처럼 변한 것일까요?

 

 인구 절벽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대책 마련에 고심하기는 매일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독일이 이 문제를 ‘다세포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단세포적이고 평면적’으로 접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결과 ‘나쁜 아빠’가 이슈화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 것입니다.

 

 독일에서 양육비 채무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법적 이혼 절차에 따라 양육비가 결정되면, 소정의 양육비를 소득원(봉급)에서 규칙적으로 징수합니다. 국가가 엄하게 양육비를 챙겨주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당사자는 혼인신고, 출생신고, 사망신고 등등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모든 등록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양육비를 관련 당사자의 문제라며 국가가 책임질 사항이 아니라고 여기는 듯싶습니다. 싱글 맘의 고통을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주식 아기(Aktien-Kind)’라는 끔찍한 단어가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한 여인이 임신을 했는데, 배란기(排卵期)에 성관계를 맺은 남성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일 경우 그 아이의 아빠는 누구일까요? 참으로 애매한 일입니다. 이때 법원은 아빠일 개연성이 있는 남성들을 상대로 확인 절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여인과 배란기에 성관계를 맺은 남자가 2명이든 3명이든 아이의 양육비를 ‘N분의 1’로 나눠 책임지게 합니다. 그래서 ‘주식 아기’, ‘주식 아빠(Aktien-Vater)’ 관계가 생겨난 것입니다.

 

 실로 코미디 같은 이야기지만 이런 법적 조치에는 ‘나쁜 아빠’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 사회의 의지, 그리고 싱글 맘과 신생아의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국가 차원의 결연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맘마미아(Mamma mia)’라는 유명한 뮤지컬이 있습니다. 싱글 맘 밑에서 성장한 딸이 결혼식을 앞두고 자기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갈 생부를 찾아 나선다는 스토리입니다.
 
 ‘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많이 쓰는 감탄사인데, 정확히 번역하면 ‘우리 엄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흔히 “아이고 좋아” “아이고 어쩌나”처럼 찬탄과 괴로움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널리 쓰이죠. ‘맘마미아’는 스웨덴의 인기 그룹 ABBA가 1970년대에 부른 18개의 히트곡을 뮤지컬 대본에 적절히 삽입해 극본화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맘마미아’를 감상한 필자는 작품의 줄거리에서 시대성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부는 엄마의 메모에서 3명의 남성 이름을 보고, 그중 1명이 자기 아빠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신부는 결국 그 3명을 결혼식에 초대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3명의 신사는 서로 자신이 신부 아빠라고 주장하죠.

 

 ‘맘마미아’는 1970년대에 처음 선보인 후 선풍적 인기를 끌며 세계 뮤지컬계를 휩쓸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는 점입니다. ‘주식 아기’ 이야기가 그랬듯 말입니다.

 

 그럼에도 서구에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적어도 물질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에 유의하게 됩니다. 이혼 후 싱글 맘이 되어 아이의 생육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즉 ‘나쁜 아빠’가 자기 책무를 소홀히 해도 그다지 질책하지 않는 우리 사회와 너무도 다릅니다.

 

 싱글 맘이 양육하는 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법적 보호에서 소외당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등록일 : 2022-06-27 16:49     조회: 541
Copyright ⓒ 바른사회운동연합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