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勞所得 成長’의 아이러니
이건영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부동산시장에 또 폭탄이 터졌다. 12.16 대책이란다. 文정부 들어선 이후 18번째다. 고가 아파트에는 대출을 끊고, 보유세를 듬뿍 올리고,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한단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아파트의 70% 이상의 시세가 15억이 넘어 대출이 제한된다. 투기우범지역으로 지정된 이런 곳에 메머드 급 충격이 올 것 같다. 이젠 부동산시장에 ‘시장경제’란 원칙은 없고 ‘문재인 룰’이 있을 뿐이다. 강남에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이 고통스런 짐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은 집에 대한 소박한 꿈을 갖는다. 열심히 저축해서 시드머니가 모이면 대출 보태서 보금자리를 갖는 것이다. 여유가 생기면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기고, 은퇴할 때까지 대출금을 차곡차곡 갚아 나가면 나중에 자기 집이 된다. 그런데 이제 서울바닥은 현금박치기 할 능력 있는 금수저 만의 판이 되었다. 12.16 대책으로 집값이 잡힐까? 붕괴될까? 아마도 당분간 집값은 정부의 작살에 꿰어 끌려 다닐 것 같다. 수요도 쥐어짜고 공급도 막았으니. 물론 지금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지만, 계속 억누르기만 하면 틀어막힌 수요가 언제 어떻게 튀어 나올지 모른다. 공급이 있고 수요가 나타나고 거래가 이루어져야 시장이 형성된다. 사람들은 직장을 옮기거나 기호가 달라지면 집을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결혼하면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꼼짝말고 살던 곳에서 조용히 눈감고 살라는 명령이다. “집은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라!” 큰 빌딩을 소유한 것은 괜찮은데 2주택 3주택은 사회악인가? 꿈많은 젊은이가 미래를 담보로 빚내어 집 사는 것이 무슨 죄인가? 은퇴하고 남은 집 한 채인데 집값 올랐다고 갑자기 세금을 두 배로 올리면 그건 ‘질투세’ 아닌가? 집값 상승은 공교롭게도 文정부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노무현정부 때와 판박이지만 속도는 더 가팔랐다. 시장원리와 엇박자나는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초기에 집값 잡는다고 내놓은 대책은 아마추어도 못되는 ‘동키호테 식’이었다. 원인도 모르고 처방도 모르니 前 정권과 반대방향으로만 가면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만지작거리며 화만 키우고, 기름마저 부은 형상이 되었다. 집값은 더 치솟았다. 다음에는 ‘두더지 잡기’식 정책이 나왔다. 집값이 오를만한 곳을 찍어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세금으로 두둘겨 패는 식이었다. 허공에 주먹질하기였다. 여전히 집값은 춤추었다. 이번에는 아예 거래를 막아서 시장의 목을 조르는 ‘조폭 식’이다. 열심히 저축하며 장기적인 대출과 상환계획을 짜던 젊은이의 비명이 들린다. 겁준다고 무섭다고 시장이 가라앉겠는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다. 이렇게 부동산시장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도 김현미 장관 목이 아직 붙어 있는 것은 철저히 자기편을 감싸는 남 탓 정부의 특성이다. 그들은 변명한다. 장관 탓인가? 시장 탓이지. 얼마 전,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文정부 출범이후 2년간 우리나라 땅값이 무려 2000조원 상승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한 해의 국민총생산과 맞먹는다. 국민 1인당 4천만원, 한 가구당 9천2백만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한 것이다. 토지보유한 사람 기준으로 보면 1인당 1.3억이고 토지를 보유한 사람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은 1인당 49억을 벌었다. 부자들에게 뿌려진 대단한 선물이다. 땅값 뿐인가. 집값은 더 올랐다. 반포 강변이나 대치동 아파트가 평당 1억대 시대라는데 건축비는 고작 평당 6,7백만 원이므로 집값은 거의 통째로 땅값뿐인 것이다. 국민소득에는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이 있다. 자산소득이라면 부동산, 증권 등에 투자하여 얻은 소득이고, 근로소득은 피땀의 가치다. 전 국민이 피땀 흘려 창출한 가치만큼 땅값이 올랐다. 이 같은 불로소득 때문에 빈부의 차는 더 벌어졌다. 다시 경실련 자료를 보자. 이 정부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을 지휘하던 두 정책실장, 장하성씨, 김수현씨가 각각 10억 원의 집값 상승을 보았다고 한다. 자신이 정책을 펴면서도 속으로 웃으며 흐뭇했을 것이다. 얼마나 돈 벌기 쉬운 나라인가. 피땀 흘려 일하기보다 은행 빚 안고라도 요지의 집 한 채 갖고 있으면 그게 황금알을 낳은 거위인 것이다. 10년을 일해야 버는 돈을 이렇게 쉽게 거머쥐다니. 그래서 전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되었다. 거리마다 술집마다 성공담이 회자된다. 정책실장뿐 아니라 청와대 고위직 대부분 투기판에 끼어들어 2주택 3주택자가 되었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나와 ‘부동산값이 안정되었다’고 조국스런 헛소리하는데, 청와대 전 대변인은 고급정보로 한 몫 잡은 것이 기자들한테 들켜서 자리를 물러났다. 과거 우리나라 땅값은 정부의 피리소리에 맞춰, 복부인들의 치맛바람에 맞춰, 개발의 바람 따라 춤을 추었다. 고도 성장과정에서 겪은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이 불로소득이란 형태로 일부 계층에 편중되게 배분되어 왔다. 소득평준화를 제일의 목표라는 이 정부. 집값 상승은 그만큼 더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집 없는 자는 점점 소외감을 느끼고 근로자는 노동가치에 회의적이다. 집값, 땅값이 경제성장에 맞추어 또 땅이나 집의 효용가치 상승, 이에 따른 수요의 변화에 따라 오른다면 아무런 이의도 없다. 그러나 해괴한 이념적 규제와 헛발질로 시장이 왜곡반응하고 있다면, 그래서 집값에 거품이 쌓인다면 이건 엄청난 정책실패다. 이것이 소득주도성장이 낳은 ‘불로소득 성장’의 아이러니다. 이런 식으로 집값이 오르고 거품이 터지지만 않는다면, 우리나라 땅 반쪽만 떼어 팔아도 미국대륙을 다 사들이고 남을 것 아닌가? 몇 달이 지나도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또 후속 대책이 나올 것이다. 19번째 대책은 무엇일까? 박원순이 살짝 내비친 것처럼 ‘부동산국유화’가 아닐까? 설마? 끔찍한? 필자소개 이건영 박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계획학 박사건설부차관국토연구원장교통연구원장중부대 총장단국대 교수
이건영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 2019-12-20 | 조회 1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