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운동연합

"대한민국 교육을 평준화로 가져간 것은 교육계 참사라고 봅니다. 투명·공정한 경쟁이 없고 자유가 없다면 어떻게 능력이 향상되고 제대로 된 교육이 나오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자유의 실종이며, 가장 자유가 많이 실종된 게 교육 분야입니다."(윤증현 교육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교육·경제계 원로들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26일 바른사회운동연합(바사연) 교육개혁추진위원회(교개추)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여한 한국 사회 원로들의 교육담론은 결국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이날 토론회는 교개추 위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이 교개추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고, 김승유 전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이여성 전 현대로템 대표이사, 신영무 바사연 상임대표, 정일화 충남고 수학교사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위원들은 특히 현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밀어붙이기를 비판했다. 이날 토론 발제를 맡은 이주호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수록 교육 주체들이 스스로 (성장)모델을 디자인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 정부의 대학 통제는 우려스러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 대한 평가를 정성평가로 하는 것이 실질적으론 대학 통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대학들이 불이익을 받는 데 대한 두려움으로 교육부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변화를 이끌 때 톱다운(Top-Down·위로부터의 지시) 방식보다는 보텀업(Bottom-Up·아래에서부터의 의견 전달)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오히려 톱다운 방식으로 해야 하는 입시제도 개편에 대해서 보텀업 방식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이자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증현 위원장은 특히 교육의 평준화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의 지난 몇 년간 목적은 `사교육 없애기`가 돼버렸다"며 "사교육은 물론 축소돼야 하지만 교육의 목적이 사교육 없애기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교육 없애기에만 매달리다 보니 오히려 공교육이 죽고 본말이 전도된 모양새"라며 "경쟁이라는 핵심 요소를 살리기 위해 그나마 자사고·특목고 등이 평준화 대안으로 나왔는데 그것마저 없애겠다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자사고·특목고 문제는 이날 주요 지적 사항에 포함됐다. 김승유 위원은 최근 들어 교육부와 교육청이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상당히 낙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자사고가 대입준비학교로 전락했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 동의하지만 모든 자사고가 같은 것은 아니다"며 "교육철학을 가지고 `전인교육`을 시키는 곳도 많은데 무조건 자사고를 없앤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윤증현 위원장은 "이런 교육정책의 대혼란은 교육을 정치적 목적으로 삼고 과거로 역주행하는 것"이라며 "개별 역량을 키우거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학생을 끌어나가겠다는 철학·이념이 있는 학교까지 오히려 평준화로 후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호 기자]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