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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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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귀하의 벌거벗은 모습이 찍힌다면

바른사회운동연합

 

 

귀하의 벌거벗은 모습이 찍힌다면

 

필자 : 이성낙 교수(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약사평론가회 前 회장

() 현대미술관회 前 회장, ()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수술실의 모습은 대형 병원이나 소형 병원이나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 생태적 요소는 거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요컨대 철저한 소독 상태가 가장 필수 불가결한 조건입니다.

담당 집도의는 물론 수술 과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마취 담당의, 수술 간호사, 의사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수술실 밖에서 손과 팔 부위를 살균 용액으로 약 5~7분간 철저하게 소독합니다. 그것도 껄끄러운 브러시(Brush)로 말입니다. 수술실에 입실해서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소독된 가운을 입습니다. 그렇게 수술실은 무균 상태여야 합니다. 준비 절차가 까탈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는 수술을 받는 환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경외과계 환자, 특히 뇌수술의 경우 철저한 삭발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삭발은 대부분 입원 병동에서 준비 과정을 거치지만, 수술대에서 매정할 정도로 다시 한번 소독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몸의 상체, 즉 심장 수술이나 유방암 수술 또는 하복부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자는 예외 없이 거의 전라(全裸) 상태에서 수술 부위는 물론 주변까지 광범위한 소독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국제 규격에 따른 수술실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제 병원 심사 규정을 위반한 것입니다.

 

필자가 이처럼 수술실 내 상황을 세세히 언급한 이유는 근래 우리 사회에서 수술실의 CCTV 설치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염려스럽다 못해 상급 코미디를 보는 듯해서입니다.

수술실의 CCTV 설치는 말인즉슨, 수술실의 비리를 막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치의가 아닌 비()의료인이 수술 행위를 하는 부끄러운 사건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실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이는 준엄한 형사처벌을 면치 못할 엄연한 범죄 행위로,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하는 수장의 각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수술실의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환자의 인권을 큰 명분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또는 여러분의 부인이 수술대에 누워 있는 상태로 CCTV에 찍힌다고 생각해보십시오. CCTV로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의 벌거벗은 모습을 녹화하는 데 동의하시겠습니까? 만약 필자에게 묻는다면 단연코 반대할 것입니다.

 

필자는 수술실의 CCTV 설치를 주장하는 분들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발휘해주실 것을 간곡히 촉구합니다. 관계자들의 재고(再考), 삼고(三考)를 부탁드립니다. 나의 벌거벗은 모습이 CCTV에 녹화되고, 그 영상 자료가 어딘가에 보관되고, 누군가가 그걸 수시로 꺼내 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합니다.

 

국내 의료계는 이번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계기로 어렵사리 의료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한데 수술실의 CCTV 설치 문제에서 드러났듯 국내 의료 소비자의 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유감스럽게도 세계의사회(WMA)의 데이비드 바브(David Barbe) 회장이 수술실의 CCTV 설치는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일갈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등록일 : 2021-06-28 17:47    조회: 2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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