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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편식’이 부른 이재명의 “친일국방”… 측근 “자제” 고언도 ‘읽씹’

허민 *(現)문화일보 대기자/ 전임기자

‘역사 편식’이 부른 이재명의 “친일국방”… 측근 “자제” 고언도 ‘읽씹’

 

(2022.10.18_문화일보게재)

 

 

허민의 정치카페 - 이재명의 ‘反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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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친일국방’ 발언 이후 측근들과 주변의 몇몇 인사들이 ‘친일국방 프레임은 좀 과했다’는 고언을 SMS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보냈다. 이재명은 그러나 이에 대해 못 본 척 ‘읽씹(읽고 씹기)’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 대표에겐 ‘보수=친일파’이며 ‘친일=매국’ 입장을 견지하는 게 정치적으로 이롭다는 믿음, 그리고 윤 정부를 겨냥한 ‘친일몰이’가 좋은 득표전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불우했던 유소년기를 보내고 청년 변호사 시절을 거치며 형성된 19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 수준의 일본관을 2022년에도 그대로 수용하는 경로 의존성과 철학의 빈곤이 만들어낸 결과다.

 

◇‘양철북’ 이재명

 

 소설 ‘양철북’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가 그려낸, 성장이 멈춘 사람의 이야기다. 양철북을 선물로 받은 세 살 생일 날 스스로 지하창고 계단으로 뛰어내려 성장이 중단된 오스카처럼 이 대표의 성장도 어느 시점 멈춰버렸다. 일본 문제에 이르러 더 이상 그의 생각은 시대 흐름과 변화를 좇지 않는다. 현자(賢者)의 말도 듣지 않는다. 이것이 성장의 지·정체를 심화시킨다.

 

 왜 그랬을까. 소년 시절 그는 극도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시골 ‘깡촌’ 태생(본인의 표현), 10대 초에 시작한 공장생활, 중·고·대입 검정고시로 이어간 고단한 삶 속에서 기득권층에 대한 ‘대결의식’이 커졌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시간적, 환경적 여유는 없었다.

 

 사시 합격 후 사법연수원과 청년 변호사 시절 그는 운동권 친구들과 교유했고 ‘초단기 의식화’를 시작했다. 연수원 동기(18기)인 한 법조인은 “그의 의식화 속도가 무서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이때 1980년대 풍미했던 ‘전논(전환시대의 논리)’과 ‘해전사’를 접했고, 40여 년이 지난 2022년 지금도 당시의 반미 의식, 반일 논리에 사로잡힌 듯하다.

 

 중견 변호사 시절, 그리고 성남시장 시절엔 지역 운동권 세력이 그를 에워쌌다. 성남은 민족해방(NL) 계열의 최대 세력인 ‘동부연합’ 중심 활동지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80년대 운동권 출신이고, 그들 대부분이 그렇듯 이 대표의 인식 또한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사를 거쳐 정치권에 진출하고 원내 제1당 대표에 오른 지금도 그의 인맥엔 큰 변화가 없다.

 

 여기에 윤 정부 친일몰이가 두 가지 ‘망외의 소득’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법하다. 하나는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 덮기, 다른 하나는 국민의 반일감정을 이용한 득표력 제고다.

 

◇6·25가 만든 세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공산전체주의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불침항모(不沈航母)’로 자리 잡았다. 과거엔 러시아(구 소련)와 북한을, 현재는 중국과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 주요 타격 방향이 바뀌었을 뿐 북한이 위협적인 존재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지금의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는 북한의 역대 전체주의 정권이 만들어냈다. 전후 연합군이 일본 열도를 점령하고 일본군을 해체했지만, 일본은 냉전과 6·25전쟁, 북의 핵무장 등을 거치며 점차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접근하는 중이다.

 

 남기정 교수가 ‘기지국가의 탄생(2016)’에서 주장한 내용,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설명한 것 중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6·25전쟁이 터지면서 일본 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기지국가’로 모였다. 전쟁 막바지인 1953년 1월 일본 내 미군기지는 733개에 달했다. 주일 미군기지는 전쟁의 전진기지, 중계기지, 후방기지 역할을 했다. 전쟁 기간 중 주일 미군기지에서 한반도로 약 100만 번 정도의 출격이 진행됐다.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병사 1만 명이 수송됐다. 일본은 기지국가 역할을 통해 6·25에 참여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은 제2의 전쟁 당사국이었다.”

 

 6·25전쟁에 놀란 일본은 미국과 ‘미·일 안전보장조약’(1952년)을 체결했다. 2년 뒤엔 일본 자위대가 창설됐다. 미·일 동맹의 핵심은 ‘미국은 유사시 일본 내 군사기지를 활용해 한반도에 개입한다는 것, 일본은 반격당할 수 있다는 안보 리스크를 안고 이를 제공한다’는 것에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안보는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와 직결된다. 이것이 6·25가 만든 동북아 질서다.

 

◇강대국 정치의 귀환

 

 지금은 ‘강대국 정치 귀환’의 시대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언급한대로 프란시스 후쿠야마류의 탈냉전 낙관론(‘역사의 종언’)은 사라졌다. 대신 한국과 같은 ‘낀 국가’의 운명과 관련한 지정학적(geopolitical)·지전략적(geostrategic)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노골화하는 미·중 전략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대만 통일 위해 무력 불사’ 공언 등은 이런 흐름을 강화한다.

 

 북한과 마주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 간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하노이 노 딜’ 이후 ‘핵·경제 병진노선 2.0’으로 선회했고, 지난 9월엔 ‘핵무력 법령’을 만들어 핵 선제타격을 정당화했다. 북의 전술핵은 ‘억제’가 아니라 ‘사용’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는 불안이 커진다. 유사시 한반도와 일본이 미국의 인·태 전략에 따라 전쟁을 치를 수도 있는 단일하고 거대한 전장(theater)이라는 점에서 한·미·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을 ‘일본의 경제 침탈’로 연결시키는 이 대표의 말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역사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또 원내 제1당의 대표가 40여 년 전 운동권 논리를 아무런 여과 없이 설파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욱일기·친일파 등 자극적 용어를 내세워 안보를 친일로 몰아가는 건 문재인 정권 시절 ‘토착 왜구’론이나 ‘죽창가’와 맥이 닿아 있다. 문 정권과 조국 법무부 장관이 그러다 폭망했다.

 

◇지도자다움

 

 ‘반일’은 이 대표의 대외전략인가. 이는 반미전략과 얼마나 통해 있을까. 이는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이롭고 누구에게 해로울까.

 

 안보는 감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영토를 수호하는 문제고 국민이 죽고 사는 문제다. 정치 지도자가 실재하는 위협을 냉정하게 보지 않는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력 법령’ 서문에서 ‘영토 완정(完整)’을 공식화하면서 노골적인 무력통일 의지를 내보이는 와중에 ‘안보보다 반일’을 외치는 건 대한민국 지도자답지 않다.

 

 

■ 용어설명

 

‘강대국 정치의 귀환’은 탈냉전 이후 다시 부활하는 강대국 간 대결과 갈등 현상을 일컫는 말. 강대국 정치의 귀환은 ‘지정학의 귀환’을 동반.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경쟁 등이 그 징후.

 

‘기지국가’란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동맹국의 안보 요충에서 기지의 역할을 함으로써 집단안전보장 의무를 이행하고,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 남기정 교수가 ‘일본 = 기지국가’론을 제기.

 

■ 세줄요약

 

‘양철북’ 이재명 : 李의 일본관은 역사 편식에 따른 경로 의존성이 만들어낸 것. 불우했던 유소년기와 변호사·성남시장 시절을 거치며 형성된 1980년대 역사관을 2022년에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성장의 멈춤’ 현상을 보임.

 

6·25가 만든 세계 : 6·25전쟁 이후 미·일 동맹이 체결되고 일본은 미국의 ‘불침항모’가 됨. 즉, 미국의 기지국가 역할을 한 것. 한·미·일 삼각 협력은 6·25가 만든 동북아 질서이며, 한국의 안보는 이와 직결돼 있음.


강대국 정치의 귀환 : 탈냉전 낙관론 시대는 끝남. 한국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전쟁의 최전선. 유사시 한반도와 일본은 단일한 戰場이며, 한·미·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안보보다 반일’ 외치는 건 지도자답지 않음.


등록일 : 2022-10-19 12:37     조회: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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