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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영
바른사회운동연합 실무위원(미국변호사)
바른사회운동연합 (이하 “바사연”)이 추진중인 교육개혁 운동은 획일화되고 방향성을 잃어버린 우리나라의 공교육을 바로잡고 과도한 사교육 없이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비슷하게 단기간동안 경제적, 사회적인 성장을 한 싱가포르의 인적 자원 양성 방법에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바사연의 신서영 실무위원(미국변호사)은 지난 1월 싱가포르 교육부의 기획부서 및 국제협력기획 부서의 선임부차장 캘빈 청 (Calvin Chong, Senior Deputy Director of the Planning Division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Planning Division)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화내용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대화내용중 부족한 부분은 공개된 자료를 일부 참조했음을 밝힌다.
1. 싱가포르의 교육시스템 - “Bringing Out the Best in Every Child”
1) 싱가포르 교육시스템의 기본 이념은?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교육시스템은 초등학교 과정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능력에 따라 학교나 수업과정을 차별화하는 능력주의 교육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러한 능력주의 교육시스템은 각자의 능력별 교육을 시행하면 각자의 능력을 최대화 할 수 있고, 이어 중고등교육에서의 중퇴나 낙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철학에서 1979년 처음 도입되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싱가포르 교육부의 핵심 모토는 “Bringing out the best in every child,” 즉, 모든 학생 에게서 최상을 능력을 이끌어내고 교육하는 데 있다고 한다.
2) ‘각자의 최상을 이끌어내기’를 실현하기 위하여 도입한 시스템은 무엇인지?
각자의 최상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싱가포르가 도입한 능력주의 교육방식은 “Streaming,” 즉 우열반 수업 진행으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우열반 수업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시작되어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며, 우열반을 가리기 위하여 학생들의 성적 및 등수를 공개하며 단계별 학력평가를 실시한다.
3) 각 단계별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싱가포르 교육 전체 과정
구체적으로, 싱가포르의 교육시스템의 전체 과정은 다음의 표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싱가포르 교육부가 배포한 싱가포르 교육과정 요약표]
초등교육
싱가포르의 초등교육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총 6년의 의무교육으로 만7세가 되는 해에 입학하며, 기본과정 4년과 적응과정 2년으로 구성되어있다. 학교 선택은 다양한 입학기준에 따라 초등학교에 지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적응과정인 5학년부터는 과목별 우열반을 실시하고 있고, 6학년 말에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시험을 치르게 된다. PSLE시험 과목은 영어, 모국어, 수학 및 과학 등 주요 과목으로 이루어지고, 불합격자는 유급하여 2년을 다시 다닌 후 PSLE시험을 다시 치르고 나서 중학교로 진급하거나, PSLE시험 성적이 여전히 미달일 경우에는 3년 과정인 직업훈련원으로 가게 된다.
중등교육
중등학교는 PSLE시험 성적, 학생의 선호도 및 학교의 정원 수에 따라 지원을 하며, 학교 내에서의 교육 과정은 PSLE시험 성적에 따라 4년 혹은 5년 과정으로 아래와 같이 우열반 능력별 수업방식으로 진행된다.
가. 중상위권 – 고속과정 (Express): 성적 우수 학생들을 위한 4년 과정으로 중등학교 졸업시 “O”레벨 시험 후 2년제 Junior College로 진학하게 된다. 모든 중등학교가 고속과정 수업을 제공하고, 아래의 보통과정 수업은 몇몇 학교에서만 제공한다. 대부분의 학생 (약 70%)들이 고속과정에 배정된다.
나. 중하위권 – 보통 학문과정 (Normal Academic): 4-5년 과정으로 Express와 유사한 과목을 교육받으며, 4년 후 GCE “N”레벨 시험을 보고, 성적 우수자는 1년 추가 교육 후 GCE “O”레벨 시험을 치르고 Junior College나 Polytechnic으로 진학할 수 있다.
다. 하위권 – 보통 기술과정 (Normal Technical): 4년 과정으로 GCE “N” 또는 “O”레벨 시험을 거쳐 기술학교 등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게 된다.
라. 그밖에 수학, 과학, 기술, 예체능 중심의 자립형특별학교 (Specialized independent School), 중등 및 후기중등 과정 등을 통합한 통합프로그램 (Integrated Programme), 직업기술 중심 특수학교 (Specialised School) 등이 있다.
후기중등교육
가. Junior College: 2년제 Pre-University과정으로 GCE “A”레벨 시험 후 4개 대학 또는 국가교육연구소(국립교원대라고도 불림, 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에 진학한다.
나. Polytechnic: 3년제 응용학문 중심의 전문학사 과정으로 성적이 우수한 경우 대학에 진학하거나 싱가포르기술원의 학위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다. 기술학교: GCE “N” 또는 “O”레벨 시험을 거쳐 입학이 가능하며, 1-2년의 교육 수료시 국가기술자격 또는 고등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2. 싱가포르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 및 교육부의 해결방안
1) 싱가포르 공교육의 문제점이나 개선할 필요가 있는 점은?
싱가포르 공교육 시스템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능력별 수업 및 반 배정으로 인한 조기 labeling과 사회적 분리 문제를 들 수 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교육부가 특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 양성 및 특정 전공 기피 현상 완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른 나이부터 사회적으로 학습능력에 따라 구분이 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한 다양한 능력을 지닌 또래 동료들과 교류하며 습득하는 사회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다. 비교적 뒤늦게 능력을 발하는 late-bloomer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위 문제에 대한 싱가포르 교육부의 해결방안은?
조기 labeling 문제 및 late-bloomer에 대한 배려 등을 위하여 중등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이수하는 과목 7-8가지 중 3과목까지는 자신이 배정된 레벨보다 위 또는 아래의 레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특정 성적 요건 충족 시 레벨간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입학시 배정은 Express, Normal Academic, Normal Technical로 되기 때문에 labeling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성적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학교 등급제와 성적 최우수 학생 발표제를 폐지하였다. 애초에 학교의 등급과 성적 우수자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학교들이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동기부여 및 학교 선택에 있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싱가포르의 교육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성적 위주로 과열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육부가 나서서 학교 등급제와 성적 최우수 학생 발표제를 폐지함으로써 성적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사회적으로 전달하는데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학력고사 등의 결과에 따른 학교의 등급 및 최우수 학생의 명단이 게재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의 경쟁심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싱가포르에서 생각하는 좋은 학교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싱가포르는 교육부 차원에서 성적 위주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교를 만들고 있다. 교육부가 좋은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결코 모든 학교를 “똑같은” 학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When we talk about making every school a good school, we don’t mean making every school the same school”). 각 학교마다 강점으로 살릴 수 있는 면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재정적 및 인적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학교에 최고의 교장을 배정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육부는 학무모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단계에서도 학교의 랭킹 뿐 아니라 학교의 특성, 분위기, 제공하는 특별활동 등이 학생의 성격과 지식 습득 방식과 잘 맞는지를 고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아직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지만, 전인교육이 필요한 시대인만큼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4) 전인교육을 위한 학생 교육 방법은?
싱가포르에서는 각 단계의 교과과정에서 학생을 평가할 때 시험성적 외에 면접 및 특별활동 등을 고려하도록 학교에게 장려하고 있다. 학력평가 시험 유형에 있어서도 초등학교 졸업시험인 PSLE시험에서부터 단답형 문제 외에 주관식 및 주어진 상황에 적용을 하여 풀어내야 하는 문제유형, 그리고 그림을 보고 해석하기 등 다양한 사고를 요하는 방식을 포함시키고 있다.
아울러, 수업 시 토론 및 프로젝트 발표 등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과 사고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2. 싱가포르의 교원양성
1) 싱가포르의 교원양성 방법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하여, 특히 교육부가 강조하고 있는 전인교육을 위하여 실력있는 교원을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교원이 “국가교육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에서 제공하는 16개월 연수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연수과정은 교육부에서 직접 예비교사를 선발하며 (대부분 대학 졸업자이나 일부 Polytechnic 수료자도 포함) 교육부에 고용한 후, 해당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워낙 교사 양성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 연수 프로그램을 마친 후 3년은 교직에서 의무복무가 요구된다 (2010년 기준 예비교사 1인당 약 6천만원/연).
2) 교원양성 과정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학생의 교육방식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에 맞추어, 참여식 수업, 팀 프로젝트 등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또한 계속해서 교육방식을 계발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을 시킨다.
특히, 교육부에서 강조하는 “Desired Outcomes of Education,” 즉, 싱가포르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의 산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교원을 양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여기에서 Desired Outcomes of Education이란, (1)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해내는 자신감이 있는 학생, (2) 스스로 배움을 추구하는 자립심이 있는 학생, (3) 능동적인 팀플레이어, 또한 (4) 책임감 있는 시민이다.
3) 학교 현장에서의 교원 양성도 이루어지는지?
16개월 연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각 학교로 배정된 후에도 선후배 교사들이 연합하여 (Academy of Singapore Teachers 등)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앞서 교사가 된 선배들이 구체적인 수업방식 등에 대하여 조언을 해주어, 현장에서의 적응과 발전을 유도하는 체계이다.
4) 교원 평가는 어떻게 되는지?
각 학교는 여러 기준 (교습, 행정, 리더십 등)에 맞추어 교원을 평가한 후, 평가 결과를 교육부 장학사에게 보고한다. 이러한 평가 결과에 따라 교원의 성과급을 부여하게 된다.
보통 중등과정이나 후기중등과정 교사들의 급여가 초등과정 교사의 급여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모든 교원들의 급여체계는 동일하되, 모두 개인의 평가결과에 따라 인상여부가 결정된다.
싱가포르의 교육부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의 교원양성 방식이다. 지속적이고 철저한 평가와 멘토링 프로그램 등으로 인하여 교사들의 지속적인 계발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사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