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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공동대표, 매일경제 기고] 中 CCTV에 들려준 한·중 공존의 길
  • 글쓴이관리자
  • 등록일2017-03-23
  • 조회수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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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송매체와 시위대가 연일 사드 배치를 거론하며 강압적으로 나오는 와중에 며칠 전 중국중앙방송(CCTV) 취재팀이 안동 도산서원에 다녀갔다. `주자의 길` 6부작 제작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다. 중국 남송시대 유학자 주자(朱子·1130~1200)의 학문과 사상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으며 지금은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우연히도 취재팀이 찾아오기 바로 전날 밤 필자는 중국의 주자 유적 답사를 마치고 막 귀국한 참이었다. 그 답사를 통해 주자가 공부했던 푸젠성 무이정사 전시관에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퇴계의 초상화가 게시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중국 취재진이 도산서원에 관심이 높은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닌가 싶었다. 최근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지나친 반응은 유학에서 강조하는 왕도정치가 아닌 힘에 의존하는 패도정치에 가깝다는 생각도 함께 스쳤다. 이 때문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취재팀을 맞았다. 

주자학은 중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오랫동안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땅이 넓고 왕조교체와 문화교류도 빈번해 어떤 종교나 사상이 오랫동안 지배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정서에 맞으면 외래사상과 종교라도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꽃피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주자학이 우리나라에서 만개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중국인들이 자국문화가 전파되었다며 자부심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내비치는 모습을 도산서원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는 배경이다. 

이번 취재진의 관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자학이 조선에 와서 퇴계에게 어떻게 수용됐으며, 이후 도산서원에서는 어떻게 이어져 왔고, 또 지금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질문이 모아졌다. 

유학, 특히 주자학이 조선에서 융성·번창하게 된 까닭은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에 조선 사람들이 크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퇴계는 주자학의 핵심가치를 꿰뚫고 우리나라에 활착시키기 위해 벼슬을 마다하고 도산으로 물러나 학문 연마에 전념했다. 주자학의 참가치는 인간이 추구하는 진리를 익혀서 이를 실천하는 데 있다. 모든 사람을 신뢰하고 보듬는 인간 중심의 인본사상, 나와 다른 사람, 나아가 인간과 우주만물이 하나라는 천인합일사상, 그리고 배워 아는 것은 반드시 실천할 것을 요구하는 지행병진(知行幷進)과 좋은 전통을 계승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문화가 그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시간적 제약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과거에 이를 밝히고 실천한 선현을 연구하고 계승해야 한다. 퇴계도 그래서 주자학을 깊이 공부해 사람다운 삶의 길을 닦아 후세에 전하는 일에 매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제자들 또한 퇴계 사후 도산서원을 건립해 스승이 추구한 가치를 계승했다. 오늘날에도 유학이 면면히 이어져 오는 것도 이러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도산서원에서 운영하는 선비문화수련원에 15년간 해마다 수련생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취재진은 이 대목에 이르자 매우 부러워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아껴두었던 말을 던졌다. 퇴계를 비롯해 조선의 많은 선비들이 그토록 주자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고, 또 지금도 한국에서 선비정신이 되살아나고 있는 까닭은 유학, 특히 주자학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웃에 대한 배려, 즉 선린우호(善隣友好)의 정신 때문이라고…. 

작금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상황에서 유학 발상지인 중국에 우리는 그러한 태도를 기대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대응은 그러한 가르침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눈앞의 이익을 앞세운 불화보다 긴 시야에서 양국이 오랫동안 공유해온 유학적 가치인 상호존중의 지혜를 되찾아야 한다. 이러한 소견이 공중파를 통해 중국에 작은 울림을 주어 양국 간의 갈등을 타개하고 공존의 지혜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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