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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법무장관 수석검사장 발라 레디

“법에는 王道가 없다”

바른사회운동연합

월간조선 6월호
글 : 金東衍 月刊朝鮮 기자
▲ 싱가포르 법무장관의 수석검사장, 발라 레디 씨가 자신의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현 싱가포르 법무장관의 수석검사장(Chief Prosecutor·싱가포르에서는 미국처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임하며, 수석검사장은 법무장관의 수석보좌관으로 수사권도 갖는다), 발라 레디(Bala Reddy) 씨는 지난 4월 24일 한국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바른사회운동연합 창립식 및 심포지엄에서 “법에는 왕도(王道)가 없다(No prince above the law)”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싱가포르의 부패 사례 중, 최고 권력자 형제들(Royal Brothers)의 부패 사례를 언급하며, 싱가포르의 법 앞에서는 그 어떤 권위도 피해갈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발라 레디 수석검사장을 비롯하여, 김영란 전 대법관, 이안 스캇(Ian Scott) 홍콩대 교수, 국제로펌 오멜베니 앤드 마이어스의 파트너 빙나 궈(Binga Guo) 씨까지 총 4명의 연사가 참석했다.
 
  심포지엄을 마치고 기자는 인터뷰를 위해 그를 식당으로 안내하려고 했다. 검사장은 기자로부터 밥을 얻어먹는 것은 자신의 범위 밖의 일이라며 거절했다.
 
  그는 힌두교 신자이자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일주일에 한 번은 금식을 한다. 인터뷰가 있던 목요일은 아침과 점심을 굶고 저녁만 먹는다고 했다. 그는 심포지엄 장에서 제공한 저녁 뷔페의 샐러드, 과일, 나물무침, 호박전, 떡 등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심포지엄이 열렸던 프레스센터 19층의 한 빈방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에는 바른사회운동연합의 신서영 변호사도 동석했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을 시작했다. 기자가 아닌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 응하는 사람)가 녹음을 하는 경우는 보기 드문 경우이다. 기자가 녹음 이유를 묻자, 자신과 같은 싱가포르 공직자는 국외 여행 중 자신의 행동을 싱가포르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행동은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한 것이었다. 그는 이번 심포지엄을 위해 A4 용지로 약 10장 정도 분량의 보고서, 〈부패와 법치문제와의 싸움: 싱가포르의 관점(원제: Tackling Corruption and the Rule of Law: A Singaporean Perspective)〉을 작성, 심포지엄 참석자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참석한 4명의 전문가는 자신의 보고서를 차례로 연단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라 레디 검사장은 김영란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로 발표를 했다. 검사장의 영어 발표 내용은 10장 분량의 보고서 내용과 동일했다. 모든 내용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서 발표하는 그의 모습에 놀랐다. 그가 얼마나 철두철미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까지 철저한 이유는 해외에서 진행하는 그의 행동은 모두 기록되어 추후 싱가포르 정부에 제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보고서가 싱가포르 정부의 검열을 거쳤다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것이고,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보고서 밖의 이야기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反부패 국가 싱가포르의 6가지 요소
 
  검사장의 행동에서부터 부패 척결이라는 싱가포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보였다. 싱가포르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정한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5위(2013년도)를 기록한 국가이다. 해당 지수의 순위가 높을수록 부패가 없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은 46위에 랭크되어 있다. 북한은 조사대상국 177개국 가운데 공동 175위이다. 사실상 꼴찌이다.
 
  기자에게 있어 이번 인터뷰는 어려웠다. 검사장은 인터뷰 내내 내용을 녹음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자신의 정면에 놓았다. 그 녹음 내용을 싱가포르 정부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일까. 발라 레디 검사장은 모든 기자의 질문을 자신의 보고서 안에서만 답하려고 했다.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부분은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는 마치 철벽수비를 뚫어야만 하는 공격자와 모든 공격을 막아야만 하는 수비자의 대결이었다. 기자는 검사장의 답을 어떻게 해서든 보고서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준비해 간 40여 개의 질문 외에도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검사장의 보고서는 당시 모든 참석자에게 배포된 것이었다. 기자는 보고서 이외의 것들을 얻고 싶었다. 이번 인터뷰의 승리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맡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CPI(부패인식지수)에서 싱가포르는 5위, 한국은 46위입니다. 이것은 타국가와 비교해 보아도 높은 등수인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나의 보고서를 보면 알겠지만, 지금의 싱가포르가 있기까지는 6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강한 정치적 부패 척결 의지, 둘째 독립적인 반부패 척결 기관, 셋째 넓은 범위의 부패를 규명하는 강력한 법, 넷째 능숙하고 공정한 검사기관 및 사법부, 다섯째 강직하고 효율적인 정부기관, 여섯째 부패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는 국민의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자는 본 답변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검사장이 나열한 6가지가 혹자에게는 남다른 비결처럼 보일지는 모르나,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생각되어 재차 질문했다. 그리고 본 내용은 그가 이미 심포지엄에서 언급했던 보고서의 내용이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 反부패의 아버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한국)도 싱가포르처럼 반부패를 위한 정부기구(국민권익위원회)가 있고, 이 외에도 각종 반부패 법령이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싱가포르만 부패 부문에 있어서 남다른지가 알고 싶은 것입니다.
 
  “이 질문은 제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저는, 싱가포르는 성공적으로 부패를 척결했는데, 다른 나라는 왜 그렇지 못한가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우리가 성공했는지입니다. 이것은 비교가 아닙니다. 다른 관점입니다. 제 생각에, 앞서 말한 6가지 중 첫 번째, 강한 정치적 부패 척결 의지입니다. 여기에는 싱가포르의 첫 번째 총리인 리콴유의 말이 중요합니다. ‘항상 청렴하라. 부패로부터 벗어나라.’ 이것이 싱가포르의 인민행동당(리콴유의 당)에서 철칙으로 삼고 있는 문구입니다. 또한 리콴유가 말했던 ‘싱가포르는 모든 장관과 고위 관직자들 스스로 반부패에 앞장서야만 된다…(중략)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과 훈련을 받게 된다’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심포지엄에서 자신이 들려주었던 보고서의 구절을 다시 인용했다. 리콴유의 이런 부패 척결 의지와 그의 연설문은 미국의 마틴 루서킹 목사가 우리가 싸워서 우리 자식들은 인종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자고 했던 ‘I have a dream’ 연설을 연상케 했다. 발라 레디 검사장에 따르면, 리콴유의 연설은 싱가포르에 있어서 부패 척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계기이자, 국민들에게 부패는 타도(打倒)의 대상으로 인식을 심어주게 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리콴유 총리와 친분이 있었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당시 두 정상 간에 부패에 대한 의식교류가 있었는지, 현재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정부 개혁 및 부패 척결 의지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싱가포르 공직자로서 이런 부분에 대한 답은 단호히 거절했다.
 
  ―어떻게 싱가포르는 1950년대부터 부패 척결을 위한 독립적인 기구, CPIB(부패조사청·Corruption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를 설립하게 되었나요. 상당히 이른 시기인데 부패만을 조사하는 기구를 설립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1951년 싱가포르에 대대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화로 13만 달러에 달하는 아편이 도난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해 보니, 경찰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부패 척결을 선도해야 할 경찰 스스로가 부패의 온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독립적인 부패조사청의 설립 사유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사건으로 〈1950 리포트〉가 출간되었습니다. 보고서의 주요 골자는 정부 스스로 부패의 온상이며, 이로써 정부가 먼저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50년대에 부패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만연했는데, 이 사건 하나가 부패조사청 설립의 큰 동기가 되었다는 말입니까.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만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6가지 중 세 번째, 넓은 범위의 부패를 규명하는 강력한 법이 필요한 것이지요. 1960년에 제정된 부패방지법(PCA·Prevention of Corruption Act)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 법이 조사권을 보장합니다.”
 
  검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약간 당황한 듯했다. 답변의 인과관계를 살펴보면 1951년 발생한 경찰의 아편사건 및 해당 사건 이후 출간된 보고서가 부패조사청(CPIB)의 유일한 설립 동기인 셈이다. 1960년에 제정된 부패방지법보다 먼저 부패조사청이 설립되었기에 해당 법의 제정이 동기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점차 체계적인 반부패 체계를 설립해 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의 강력한 처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
 
  ―코텍힌(Koh Teck Hin·전 부패방지청 조사부국장)의 보고서, 〈싱가포르의 부패통제(원제: Corruption Control in Singapore)〉를 보면 그는 이렇게 결말을 맺고 있습니다. ‘오늘날 싱가포르의 (국가)투명성은 강력한 법,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겁을 먹지 않는 투철한 집행, 사법부의 엄정한 처벌, 효율적인 정부의 행정 이렇게 4가지가 중요하다’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 그는 4가지를 언급했는데, 제 보고서를 보면 저는 6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제 보고서를 좀 읽어보시죠.”
 
  그는 기자의 질문에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이에 기자는 질문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가 이 질문을 한 이유는 여기 4가지를 보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강력하다’라는 뉘앙스의 문구입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즉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이렇게 ‘강함’과 같은 강력한 법의 구속력이 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과 같은 효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겁니다. 너무 마키아벨리(Machiavelli)적이지 않은가요. 여기에 장기 구속력이 있는가를 묻고 싶은 것입니다.
 
  “사법부의 판결은 어디까지나 독립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독립적이란 사실에 근거한 내용(factual circumstances)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사실들은 법정에 오기 이전의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며, 이것은 각각의 케이스가 틀립니다. 그러나 결정은 사법부의 몫입니다. 어디까지나 이런 결정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러한 근거들이 결정의 잣대가 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싱가포르의 처벌수위를 보고 너무 과한 처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실제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이나 여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간단한 경범죄에도 과도한 벌금이나 집행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법은 국회가 제정합니다. 그리고 국회의 구성원,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선출합니다. 즉 법의 판결은 국민으로부터 도출된 것입니다.”
 
 
  싱가포르에는 로비가 없을까
 
  ―우정(友情·friendship)과 부패의 균형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국에서는 관시(關係)를 이용한 정부공직자의 부패가 많습니다. 하나 때로는 이런 인간과의 우정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부패 척결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국민과 사회를 냉소적이고 차갑게 만들지는 않습니까.
 
  “싱가포르에서는 절대로 이런 온정주의에 의한 부패는 발생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부패와 우정의 구분을 함에 있어서 어떠한 대가성, 즉 그 어떠한 돈의 거래(transaction)가 존재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까지 그는 여러 차례 기자의 질문을 잘랐다. 그는 싱가포르에서는 절대 우정을 이용한 부패가 용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원한, 싱가포르 사회의 분위기와 사람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잘린 질문을 여러 차례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였다.
 
  ―그렇다면 로비(Lobby)와 부패 간의 균형이 존재하는지요. 로비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미국에서는 로비가 합법이고, 한국에서는 불법입니다. 싱가포르의 경우가 궁금합니다.
 
  “도대체 로비의 의미를 묻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 싱가포르에서는 그 로비에 대한 콘셉트가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확실한 것은 단순한 단어의 콘셉트만 가지고 사법부가 집행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거래라도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검사장은 기자의 질문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자는, 부패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는 싱가포르에서는 도대체 어디까지를 허용하는 범위의 로비로 보는지, 또 얼마만큼의 사회적 융통성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비에 대한 싱가포르의 정확한 정의를 알아야만 했다.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로비에 대해 기자와 검사장이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말하는 로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기자)이 말하는 로비에는 돈의 거래가 있나요?”
 
  ―거래가 눈에 보일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설명해 보시죠.”
 
  ―돈의 거래가 없이 로비가 어떻게 성사되는지 예를 들어드리죠. 국회가 있습니다. 국회는 아시다시피 입법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입법을 위해서 동의하는 의원이 있고, 반대하는 의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회 밖의 기업이나 민간단체에서도 역시나 해당 법의 입법을 동의하는 부류와 반대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이렇게 입법을 위해 의기투합된 국회의원과 민간기관의 팀이 구성이 됩니다. 그럼 이것이 일종의 로비의 형태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에는 반드시 물질적인 거래가 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눈에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요.
 
  “싱가포르에서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했다면, 거기에 어떠한 거래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패의 의도(corrupf intend)를 발굴할 것입니다. 그리고 있었다면, 이것은 부패입니다. 모든 기준은 법 속에 있습니다.”
 
  ―검사장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부패 의도는 검사장이 보시는 관점과 제가 보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판단하나요.
 
  “부패 의도의 기준은 법에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헷갈릴 염려는 없습니다. 국가마다 법적으로 규명한 기준은 다릅니다. 싱가포르가 규명한 기준이 다른 국가의 기준과 어떻게 다른지는 제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검사장의 답변과 그의 반응을 미루어보면 싱가포르에서 로비는 그 용어와 의미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듯했다.
 
 
  “부패한 정부일수록 법이 더 많다”
 
  ―싱가포르의 강력한 반부패 의지로 인해서 그 어떠한 융통성도 용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지요. 융통성이란 것은 때때로 필요하지 않나요. 일례로 군대가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는 ‘선(先)조치 후(後)보고’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비상상황하에 절차보다는 대응을 우선하라는 일종의 능동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업무처리 형태입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는 얼마만큼의 융통성이 보장됩니까. 만약에 검사장이 말한 부패 의도의 관점으로 모든 상황을 본다면, 누군가가 보내는 ‘도와달라는 부탁(ask for help)’마저도 청탁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런 부탁의 대가가 즉각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차후에 그 도움에 대한 답례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나요.
 
  “여기에는 엄격하고 명확한 규정이 있습니다. 부패 의도 그리고 그 행위들에 대한 요소(ingredients)는 (법 안에) 모두 나열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것은 매우 법적인 요소에 따른 분석입니다. 그 결과 누군가의 설득이나 부탁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반부패 의지로 인해 그 어떠한 융통성도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 타키투스(Tacitus)의 명언 “더 부패한 정부일수록 법(法)이 더 많다(the more corrupt the state, the more numerous the laws)”는 말에 동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일부분만을 대변하는 말일 뿐 어느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이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사법부는 독립적”
 
  “질문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저는 사법부가 딜레마에 처했다는 부분 자체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사법부는 딜레마가 없습니다. 싱가포르사법부는 독립적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내고 있습니다.”
 
  기자의 본 질문은 싱가포르의 강력한 처벌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알고 싶은 것이었다. 인권보호를 위해 싸우는 싱가포르 내 여러 비영리단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그 어떤 NGO의 활동이나 반발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보고서 안에서만 모든 답변을 하려고 했던 그의 행동을 보면서 기자는 한국 공무원의 관료주의적 자세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그만큼 엄격한 국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댄 세노르(Dan Senor)와 사울 싱어(Saul Singer)의 책 《창업국가》에서 ‘싱가포르는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말하며 ‘이는 한국도 유사하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출처 | 월간조선
등록일 : 2014-05-17 01:06     조회: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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