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로그인 바로가기
문서 자료실 바로가기

자유기고

자유기고 게시판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북한의 경제개방은 미래 먹거리, 주변국 경제전쟁을 예고

우리 제조업의 보완재로서 꼭 지켜야 할 땅

정진태 바른사회운동연합 회원

15년 전 필자가 중국 북경에서 근무하던 때 경험한 일화를 한 가지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2003년 현대자동차가 북경 현대라는 이름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자동차를 생산하던 어느 날 중국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북한의 사회과학원 학자 10여명이 중국을 방문 중인데 현대자동차 북경 공장을 견학하고 싶으니 허가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흔쾌히 수락을 하고 공장에 안내 준비를 시키면서 모든 안내는 중국 간부들이 앞장서 하도록 하고 한국 간부들은 뒤에 배석만 하도록 하였습니다. 한국 직원이 안내를 하면 혹 거짓 선전용 안내를 하는 것으로 오해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중국 직원의 공장 안내에 이어 점심시간에도 예외 없이 평소대로 줄을 서서 배식 판에 음식을 담아 식사하는 평상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회의실에서 자유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에도 중국 임원진들이 토론에 참여토록 하고 한국 파견 직원들은 뒷줄에 자리했습니다.
 
토론 내용 중 지금껏 제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북한 학자의 질문이었습니다. “인민을 먹여 살리는 것은 공산당의 령도자이신 수령께서 먹여 살려야지 어떻게 자본가가 인민을 먹여 살립네까?”
질문을 듣는 순간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 문제를 북한이 아직 풀지 못해 개방화의 길로 나서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득 들었습니다. 인민을 먹여 살리는 주체가 공산당이 아니고 다른 주체로 바뀌면 공산당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고 체제는 무너진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중국인 부총경리가 답변을 하였습니다. “중국도 당신이 질문한 것과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지도자 등소평 동지가 그 문제를 풀어 주었기에 개방화가 가능했었다. 북한도 지도자 동지의 결단에 의해서만이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한반도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김정은 참수 작전, 북한정권 붕괴 전략, 경제적 압박에 의한 고사(枯死) 작전 등 등 곧 전쟁이 일어날 듯 무시무시한 말들이 오가던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어 전개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체제 보장과 평화를 얻겠다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성급한 판단인지 모르겠으나 이번에는 북미 간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으니 어느 때 보다 거래(Deal)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위에 소개한 15년 전 북한 사회과학원 학자의 숙제가 풀렸기를 기대해봅니다.
 
흔히들 위기가 기회라고 말합니다. 위기가 지나고 기회가 오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기회는 곧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 이듯이 기회가 곧 위기일 수도 있다는 말 입니다.
 
이제 핵과 미사일 등 군비경쟁(軍備競爭)이 끝나면 한반도에는 경제전쟁(Economic Warfare)이 몰아닥칠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 개방화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 특히 중국, 일본, 러시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누구도 놓칠 수 없는 좋은 사냥감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어느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숟가락 하나씩 들고 한끼 줍쇼하며 밥상에 끼어들 것입니다. 그 중 중국은 북한의 맏형 노릇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나 북한의 갑작스런 경제 개방화 조치가 북한 주민들에게 정신적, 문화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체제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북한 정권에게는 중국이 30년 이상 경험한 체제 안정 속 경제 개방화의 노하우는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반면 정치, 경제 체제가 다른 남한과는 같은 민족에다 동일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개방하는 것이 리스크가 크다고 북한은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누구와 손을 잡고 경제 개방화의 길로 나설지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 입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 경제의 현 주소를 솔직히 되짚어 보겠습니다. 신문 지상에 연일 소개되는 한국 경제의 실상들을 볼까요. 한 때 세계 시장을 주름 잡았던 섬유, 봉제, 신발, 목재산업 등은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나 사라져 버린 지 오래입니다. 대우조선과 한국GM 등 영양제 주사를 꽂고 연명해 나가는 병든 기업들도 많습니다. 산업의 경중(輕重)을 마다하고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한국 제조업의 현실에, 저출산 고령화 고임금 저생산성 등을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미래를 먹여 살릴 경제 활력소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 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경제 개방화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북한은 우리에게는 기회(機會)의 땅임에 틀림없습니다. 상상하기 싫지만 만에 하나 북한이 중국의 대륙 경제권에 편입 된다면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한국은 경제 지도에서 사리질 것이며, 남한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북()으로 북()으로 이민(Job Immigration)을 떠나야 할 때가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미래 먹거리가 있는 기회의 땅 입니다. 그 땅은 우리가 필요해서 품고 안아야 할 땅인 것입니다. 사라져 가는 남한의 제조업을 이어 받을 보완재(補完財) 역할을 할 그 땅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꼭 지켜야 할 땅입니다. 같은 동포여서 그저 퍼주고 먹여 살려야 할 짐스럽고 버림받은 땅이 아닙니다.
 
곧 닥쳐올지도 모를 한반도 경제 전쟁에서 중국에 이기기 위해서는 북한이 걱정하는 체제안정 속의 경제 발전이라는 숙제는 한미(韓美)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 주어야 할 숙제 입니다. 협상의 대가(大家)를 자처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 전쟁에서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쟁에서도 중국에 이기는 진정한 협상의 황제로 등극하길 기대해 봅니다.
 
여기 옛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께서 소떼 방북에 이어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할 당시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정 명예회장은 남과 북은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이 장점이면서 한편 걱정스런 부분이라며 북측과 상담할 때 웃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같은 언어를 쓴다고 편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농담하거나 시시덕거릴까 걱정하신 것입니다. “사람의 말에는 신의와 권위가 있어야하는데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리고 조금 잘산다고 갑()질하지 말라.” 이것이 북측 인사들과 접촉하는 옛 현대 실무자들에게 당부하신 내용입니다.
 
끝으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이자 시인(詩人) 이었던 엘리나 루즈벨트 여사의 시 한 구절(句節)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Mystery. Today is a Gift.
미래는 미지(未知)의 시간입니다. 오늘의 선물을 어떻게 활용 하느냐에 미래는 달려 있을 것입니다.
 
 
필자소개
 
본문이미지
 
 
 
 
 
 
 
 
 
정진태 (바른사회운동연합 회원)
 
() 독일 ZF Lemfoeder GmbH 한국 사장
()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지주회사 총경리
저서: 금지(禁止)된 고백(告白)
등록일 : 2018-05-14 15:27     조회: 1151
Copyright ⓒ 바른사회운동연합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