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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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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zero-sum) 사회

바른사회운동연합

제로섬(zero-sum) 사회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박종흡.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15pixel, 세로 137pixel

       舒川 박 종 흡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는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개인과 개인 뿐 아니라 집단과 집단, 계층과 계층 간에도 형성된다. 우리는 이를 사회적 관계라고 한다.

사회적 관계도 자연에서와 같이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공생과 기생관계도 있지만 경쟁관계도 있다. 경쟁과 공생관계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들 삶에 상생과 협력은 더 없이 필요하다. 항상 공존이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날 한 시도 경쟁이 없는 때는 없다. 그렇다고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경쟁은 자극의 동인인 동시에 성장과 발전의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할 것인가. 이에는 두 가지의 시각이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와 평등과 관련이 있다. 자유론적인 입장에서는 사회적 관계를 경쟁의 측면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반면 평등론적 입장에서는 사회적 관계를 공존의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이 두 입장은 무엇이 틀리고 무엇이 맞느냐의 문제로 파악될 수는 없다고 본다. 두 견해가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과 같은 사회적 간극의 심화, 태생적인 기회의 불평등, 공정과 정의에 대한 회의감, 안개 속 같은 미래의 불투명성,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 법치를 위장한 법만능주의 팽배 등이 엄연한 현실로 당장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생각할 때 사회적 관계를 냉혹한 경쟁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더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쟁사회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제로섬 게임이 있다. 이는 1971L. C. 더러 라는 학자가 저술한 제로섬 사회에서 기술한 용어다. 제로섬 게임(零合게임)은 게임에 참가하는 양쪽 중 승자가 되는 쪽이 얻는 이득과 패자가 되는 쪽이 잃는 손실의 종합이 0이 되는 게임을 가리킨다. 내가 얻는 만큼 상대가 잃고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는 승자독식의 게임을 뜻한다. 무한경쟁의 사회상황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승자만이 이득을 독차지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대부분의 스포츠경기나 바둑, 체스, 마작 등은 제로섬 게임이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고스톱과 같은 화투놀이에서 싹쓸이는 대표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경제분야에도 제로섬 게임이 있다. 입찰이나 가격 경쟁이 그런 거다. 정치분야에도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각종의 공직선거, 의회에서의 다수투표제 등도 따지고 보면 제로섬 게임이다.

이러한 제로섬 게임에서의 승자독식이라는 독소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종합점수 순위매김, 패자부활전, 플레이 오프제, 리그전 등을 들 수 있다. 정치분야에서의 결선투표제나 필리버스터 등 의회의 소수자보호제, 경영에서의 성과급제나 인센티브제 등도 보완책의 일환으로 고안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제로섬 사회,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악몽이길 바라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임을 느낄 때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패자의 흐느낌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걸 어쩌랴. 그래서 약자보호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 아닌가.

서로 돕고 사는 상생은 인간이 가지는 미덕이다. 그러나 얻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있다는 사실 또한 인간의 숙명이다. 더욱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우리가 나눠줄 파이는 늘지 않는데 그것마저 소수가 독식한다면 얼마나 암울한 일인가.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독식)이라는 노래 가사에도 제로섬 게임의 하나인 카드게임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카드를 다 내놓았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더 이상 쓸 에이스카드도 없어요. 승자가 모든 걸 독차지하고 패자는 승자 곁에 초라하게 남게 되죠. 그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에요.‘

나는 우리 아파트 길을 걷다가 가끔 80대 중반은 넘은 듯 보이는 노부부를 만난다. 두 사람 다 모자를 쓰고 있는데 남편은 지팡이를 짚고 부인은 예쁜 옷단장을 하고 걷는다. 그런데 걷는 모습이 예술이다. 손을 다정히 잡고 마치 춤 스텝을 밟듯이 한 박자도 어김이 없이 서로를 의지한 채 또박또박 걷는다. 참 곱게 늙은 인간상을 보는 것 같아 감동스럽다. 이들의 부부관계는 서로 윈윈하는 인간관계였음에 틀림없을 것 같다.

 

win-win(勝勝)하는 인간사회는 가능할까. 제로섬 사회는 없어질까. 참으로 무거운 주제다. 무거운 시대적 과제인 만큼 이 글을 쓰는 내 마음도 무겁다.

 

제로(, )라는 숫자는 여러 깊은 의미를 가진다. ‘없다라는 뜻도 있지만 있는 것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있다. 제로섬 사회에 대한 반성은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출발해야 될 것 같다.

 

(2021. 5. 8 어버이날에

등록일 : 2021-06-08 10:09    조회: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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