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을 다시 소환합니다
22 대 총선이 끝나고 세상이 더 시끄럽고 온 국민 집단 우울증까지 생길 지경이다. 한 평생 기업에서 일한 사람으로 정치는 문외한이나 문득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이 생각난다. “정치는 4 류, 관료와 행정 조직은 3 류, 기업은 2 류다“하는 말로 한 때 곤혹을 치루었다고 하지만 요즘 생각하면 정치인들이 곱씹어 볼만한 명언 (?) 이다.
국내 1 등 골목대장 삼성이 오늘날 세계 1 등 기업이 된 것은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고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모두 바꿔 봐“하는 충격적 발언 때문이다. 1995 년 당시 휴대전화 불량률이 12 % 달하는데도 문제의식 없이 시장의 반응은 어떠 한지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본사에 앉아 불량품을 내다 팔던 임직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린 때문이다.
불호령을 듣고 난 후 현지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팔기 위해 세계 각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나가면서 골목 대장에서 벗어나 세계가 알아주는 거인 기업 (Giant Enterprise)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는 삼성 뿐 아니라 현대차 그룹, LG 그룹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모두 현지에 진지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세계적 기업에 이르렀다.
갑자기 이건희 회장, 대기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4 류라고 지적된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이번 22 대 총선 결과를 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여. 야의 희비가 극명히 갈라졌다. 이 지역은 이번 총선 뿐 아니라 지난 여러 선거에서 현 여당에게는 난공불락의 지역으로 인식돼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이 지역이 호남 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지역주의가 매우 강해 현 여당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런데 이 지역은 호남인 비율이 30 % 수준의 높은 지역도 있으나, 나머지 7- 80%는 비 호남인들로써 이들의 표를 얻으면 되는데 의례 겁을 집어먹고 지역주의를 패인의 원인으로 치부해 버린다.
역사적으로 보면 6-70 년 대 산업화 과정에서 영남지역은 울산, 포항, 창원, 구미, 마산 등 많은 산업 공단이 들어서 영남인들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많아 그 지역에서 직장을 얻고 결혼해 가정을 꾸미며 정착해 살았으며, 그 중 일부 계층이 서울 강남에 이주 자식을 공부시키고 키워 오늘날의 혐 여당의 아성인 강남에 정착하였다.
반면 현 야당의 발상지인 호남 지방은 이렇다 할 공장이 없어 농사에 의존하며 가난하게 살다가 집안에 똑똑한 자식 하나 나오면 서울로 유학을 보내 공부를 시키고 (이 때 소 팔아 대학을 보내 상아탑을 우골탑이라 불렀다.) 사법 시험이나 행정 고시에 합격 삶의 터전을 먼저 잡도록 하고, 그 뒤 고향의 식구들을 하나 둘씩 불러 올려 구로 공단 등에서 공순이, 공돌이 소리를 들으며 삶의 터전을 잡아 나갔다. 이것이 바로 서울/경기 지역의 호남인 정착의 역사이며, 이는 현지화 전략으로 오늘날의 세계적 기업을 이룬 삼성의 역사적 궤적과 같은 길을 밟은 것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수도권 전쟁터에 전라도를 병참 가지로 삼아 이 지역에 이미 진지를 구축하고 작전을 펴는 야당과, 경상도를 보급 기지로 삼아 전쟁터에 진지 구축 없이 급조한 군인이 원정 나가 싸운 현 여당 군대 중 누가 이길까?
“마누라 자식 빼고 모두 바꿔 봐“하고 외친 고 이건희 회장의 외침을 현 여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 이건희 회장을 다시 소환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