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로그인 바로가기
문서 자료실 바로가기

자유기고

자유기고 게시판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프리즘>조선인 학살과 군중 심리 2021-09-01

이석구







필자 : 이석구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자문위원>

<전 언론인>



조선인 학살과 군중 심리

 

192391일 상오 115832-. 98년전 일본 미나미간토(南関東)지역을 중심으로 M7.9-8.2의 대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4~10분간 계속 됐다. 지진 발생 몇 분 후 태평양 연안 혼슈(本州) 이즈( 伊豆 )제도에 걸쳐 7~12미터의 쓰나미가 몰아 닥쳤다. 관동대진재(関東大震災)로 불리는 이 지진으로 일본은 약 105385명의 사망자와 150억 달러 어치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도쿄 일원의 간토지방은 궤멸 적인 피해를 입었다. 흉흉한 민심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팽배했다. 일본 내무성은 계엄령을 선포, 각 지역 경찰서에 치안유지 지시문을 내려 보냈다. 이 지시문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 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내용이 일부 신문에 보도되면서 조선인들에 대한 학살이 자행돼 6천여명이 숨졌다.

 

당시 일본 사회는 조선의 3.1운동, 대만의 대규모 민중 봉기,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민주주의, 자유주의적 풍조)로 노동, 인권, 여성 운동 등 지배 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권리 찾기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일본 치안 당국은 이런 분위기를 사회적 혼란 내지 제국의 위기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조선인을 희생양 삼아 질서를 유지할 목적으로 조선인 폭동설을 날조했다. 일부 경찰은 학살에 가담까지 했다고 한다.

 

폭동 설 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풀어 넣는다는 등 온갖 유언비어가 퍼졌다. 이는 일반 대중들에게 조선인에 대한 적개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한쪽으로 쏠린 군중심리는 진위여부를 가리려 하지 않고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민간인들이 죽창, 곤봉, 일본도로 무장한 자경단을 조직, 불심검문으로 조선인이 확인되면 가차 없이 살해했다. 조선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일본 옷을 입고 일본인 행세를 했다. 자경단은 한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十五円五十銭(じゅうごえんごじっせん)을 말하도록 시켜 조선인을 찾아냈다. 동북 지방에서 올라와 도쿄에 살던 일부 일본인들이 조선인으로 오인돼 살해되기도 했다. 조선인이라면 마구잡이식, 묻지 마 살인이 자행됐다.

사회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군중상태 즉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있을 때 사람들은 제 규범에서 해방되어 감정을 쉽게 폭발하고, 자기들의 행동에 대해 무비판적이고 무책임하게 되기 쉽다고 한다. 자기를 전체 속에 매몰시켜 자기가 무엇을 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감정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군중 심리가 일본 당국에 의해 이용돼 조선인 6천여 명이 희생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폭동설이 유언비어라고 최종적으로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증거불충분으로 학살에 가담한 자경단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도 이 같은 군중 심리의 일환이다. 미국인이자 유태인 역사학자 마이클 베렌바움(Michael Berenbaum)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히틀러 한 사람만의 범죄가 아닌, 인종차별주의에 동조하는 독일사회의 구조 악에 따른 범죄였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의 모든 부서가 학살 과정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무 죄의식도 없이 자발적으로 학살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 또한 군중심리와 집단 세뇌의 결과다.

 

이처럼 군중 심리는 무섭다. 집단이 되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게 정교하게 선동가들에 의해 조종될 때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한국 사회분열이 걱정스럽다.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적대시한다. 옳고 그름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편여부가 판단의 잣대가 된다. 무조건 내편이 옳고 상대방은 악으로 규정한다. 내뱉는 말도 저주에 가깝거나 욕설로 점철돼 있다. 언론의 댓글을 보면 섬뜩 할 정도의 욕설이 가득 차다. 익명이란 그늘에 숨은 군중심리가 작동하는 때문이다. 내편에 대한 무조건 적인 묻지 마식 투표나 지지가 아주 일반화된 지도 오래다. 그 끝이 무엇이 될지 걱정이다.


등록일 : 2021-09-01 17:07     조회: 515
Copyright ⓒ 바른사회운동연합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