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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영상의학 진단, 누구를 위한 발상인가?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오래전부터 국내 의료계는 한의사들과 크고 작은 분쟁으로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이젠 갈등이 불거져도 짜증스럽거나 덤덤할 뿐입니다. 가끔 의료계의 한 사람으로 자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 ‘불편함의 중심’에는 이를 관리 또는 통제하기는커녕 이른바 ‘중립성’을 지키기에 급급한 정부 기관이 있습니다. 중립성을 명분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계 분쟁은 모두 정부 기관의 흔들림 없는 지침이 부재한 데서 비롯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X-ray’ 진단기기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의사가 지켜야할 선을 결국 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가 의학계를 두둔하고 한의사계를 경계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다닐 때인 1960년대에는 유전학 이론을 ‘멘델의 법칙(Mendelian law)’ 수준에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멘델의 법칙’은 마치 ‘무인자동차’ 시대의 ‘우마차(牛馬車)’ 같은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만큼 현대의학은 현기증이 날 만큼 빠르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새로운 학문을 접하듯 수십 년간 다양한 관련 서적과 크고 작은 학회에서 끊임없이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즉 입체적 접근으로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그런데도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X-ray 영상 필름을 보고 ‘판독’한다는 것은 아주 다른 차원의 ‘절벽’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상 필름을 보고 진단하는 판독은 책을 통해 간단히 익힐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다년간 수행한 ‘눈(眼) 훈련’의 결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에게조차 다른 사람을 위해 영상 필름을 판독한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각종 의과학 관련 서적만 해도 그 변천의 발자취를 따라잡기 힘듭니다. 1960년대에 발행된 각종 주요 의학도서가 10~15번째 증보(增補)판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학문적 지식을 꾸준히 보완·보충해 다시 새 책으로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격동적인 발전을 해온 분야 중에는 다름 아닌 ‘방사선 진단기기’가 있습니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방사선 관련 영상 자료(X-ray 필름)를 놓고 어떤 의학적 의견도 언급하는 것을 철저하게 자제해왔는데,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결코 한 번도 없습니다. 의과 대학생으로서, 인턴으로서, 레지던트로서, 의사 초년생로서도 X-선 필름을 판독해 정확한 진단을 유추하는 것은 고도의 ‘눈(眼) 훈련’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X-ray 영상 자료를 보고 판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전문 지식인의 식견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얼마 전 영상의학과(전 방사선과) 원로교수에게서 들은 말이 퍽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X-ray 영상은 흑백 필름인데, 그 흑백사진 속에서 병리 조직체의 ‘그림자’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몫입니다. 그런데 젊은 초년생 전문의가 필름에서 12~14개의 다른 흑백을 구별한다면, 원로 교수는 무려 20여 개의 다른 흑백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진단 영상의학 자료에 대한 정확한 판독은 숙련도에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내과계 환자의 경우, 영상진단을 의뢰한 의료진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수시로 영상자료를 놓고 의견을 나눌 수 있고, 나눕니다. 이는 의료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료 시스템의 장점입니다.
특히 외과 환자의 경우, 수술 담당자가 영상의학과 전문가와 의견을 나눈 후 수술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영상의학 진단이 최종 판정이라기보다는 각기 다른 전문의들과 복합적인 의견을 통한 입체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얘기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한의사가 X-ray 진단기기를 환자 진료에 도입하겠다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체계를 제대로 모르고 낸 발상이 아닌가 싶어 염려스럽습니다. 이는 한의사들의 자존심이나 권익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소비자인 환자의 권리, 즉 최상의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를 무엇보다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판독 오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하면 의료 윤리적 측면에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영상의학 진단은 매우 숙련된 전문의의 몫이라는 것을 쾌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근래 이슈화된 한의사의 영상의학 진단이 과연 누구를 위한 발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분히 생각하며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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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교수(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약사평론가회 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등록일 : 2019-05-29 13:00    조회: 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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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냠냠2 2019-06-01
    (깨어라님에게)

    의학이란 하나의 학문체계이고 인체를 보는 관점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의학은 해부, 생리학을 기초로 인체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동양의학은 기, 혈, 음양오행을 중심으로 인체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단지 행정적으로 이를 통합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통합한다면 한의학은 대체의학과 또는 통증의학과의 일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한의학에 침술을 통한 통증 조절 이외의 효용이 제대로 증명되는게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의학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건 완전한 넌센스 입니다.
    그들은 의사이고 현대의학을 하는 사람들 입니다.
    그들은 인체의 경락, 경혈 자리에 침을 놓는 것이 아니라 국소신경자극을 통한 통증조절에 대해서 연구하고 시술하는 것 입니다.

    결론적으로 한의사들이 x-ray를 사용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그게 환자들에게 이득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현상은 한의학이 왜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검은고양이던 흰고양이던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한의학은 정부의 세금이 투입되는 분야입니다.
    하나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효율이 떨어지거나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불분명한 부분이 많은 분야에 재원을 투자하는 것은 문제이지요.
    세금이 투입되는 분야라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하나의 사업을 할 때 예비타당성 조사를 왜 하겠습니까?
    결과적으로 한의학은 정말로 세금이 투입될만한 효용이 있는가를 스스로 증명해야지요.
  • 깨어라 2019-06-11
    냠냠2님에게

    의견 감사합니다. 의학도 학문체계라 하셨지요. 그러면 한의, 양의의 장점을 잘 살려 환자에게 도움 되는 학문체계로 승화시킴이 좋다고 봅니다. 정치판처럼 제발 싸우지 말고요. 아니라 하실지 모르시겠지만, 국민 눈에는 '이것도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지 않겠습니까?

    생명을 위한 학문이라면 다른 학문까지도 품을 수 있어야 됩니다. 양의쪽이 의학의술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요. 그래서 한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타협하는 미덕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양의학이 들어오기 전에는 한의학이 이를 대신하고 있었지요. 난 어느 쪽을 두둔할 생각이 없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라는 것이죠. 서로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침술을 통한 통증 조절 이외의 효용이 제대로 증명되는 게 없다고”하셨는데, 그 통증 치료가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통증치료가 미미할지라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지요?

    "한의학은 대체의학과 또는 통증의학과의 일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양의사도 전문의 자격 분야 중심의 치료를 하는 것으로 압니다.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국민에게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 의술이라면 과감히 도입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외 세금, 보험료, 책임 문제 등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떠오르면 이건 이것대로 해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문에선 증명이 물론 중요하지요. 누천년에 걸쳐 전승돼온 한의의 효용이 전혀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만이 다는 아니라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한의사들이 x-ray를 사용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그게 환자들에게 이득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x-ray기술은 의학 이외 분야에도 광범위하게 사용합니다. 보편적 기술아닌지요. 물론 의학x-ray만의 특장이 있겠지만, 자기분야 발전을 위해서 쓰겠다는데,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거의 모든 분야에서처럼 의학에서도 융합노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양쪽 시비 다툼의 중심에는 진정한 국민의 건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x-ray는 양의사, 한의사가 같이 써야할 인류의 유산이라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 깨어라 2019-06-11
    - 한의사의 X-ray’ 진단기기 사용에 대하여 -

    먼저, 이 글은 국내 의료계의 분쟁 책임에 대해 "정부의 중립성” 명분 지키기에 돌리고 있다. 그간 분쟁의 핵심은 이권다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누천년 전승해 내려온 침·뜸 시술에 대해 (물리적) 과학을 핑계로 거부하거나, 시술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는 임상학적으로 증명되어 독일, 미국, 중국 등 많은 국가에서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국내 의학계는 매우 인색하여 오랫동안 법적 다툼만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한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X-ray’ 진단기기를 사용하기로 한 것을 한의사가 지켜야할 선을 결국 넘었다"고 주장한다. 한의사의 한계라니. X-ray 영상 자료 판독 전문 지식인의 식견이 중요하다는 얘기라면 맞다. 그래서 지금처럼 한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할 때 문진과 맥,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에 더하여, 지금 진찰방식보다 진일보한 병원에서 널리 이용하는 '방사선 진단기기’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진찰 할 수 있다면 다행, 아니 오히려 좋은거 아닌가? 환자를 위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최첨단 진찰 의료기 사용이 양의사 양방만의 전유물일 수는 없지 않는가? 조금이라도 정확한 진찰에 도움이 된다면, 양방이든 한방이든 가리지 말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초년생 전문의가 필름에서 12∼14개의 다른 흑백을 구별한다면, 원로 교수는 무려 20여 개의 다른 흑백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고 했는데, (원로교수가 아니면 진찰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한의사가 그런 의료기기를 이용해 단 10여개의 징후만이라도, 아니 단 한 개의 징후만이라도 더 판별해 환자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니?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전문가 오류에 빠져있지 않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주장인지? 한심할 뿐이다.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국회에는 방사선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잠자고 있다. 내 새끼만이 아니고 남의 새끼도 좀 통 크게 한번 안아보자. 그게 히포크라테스의 정신 아닌가? 논의 핵심은 국민의 건강이어야 한다. 제발 그렇게 해주시길.

    편가르기 말고 서로 양쪽의 장점을 살려가는 상생의 방안을 찾아주시길.
    양방이면 어떻고 한방이면 어떤가?
    환자 병을 치유하는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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