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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경제, 검찰개혁, 그리고 문재인 정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

최근의 두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진면모를 그대로 담아낸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여파로 악화하고 있는 한일 관계가 지소미아 협정 중단으로 한미관계에까지 불똥을 튀기고 있는 현실이 그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희한한 진영대립이다. 두 사건은 여권이 내세워 온 평화와 개혁의 참모습을 의도치 않게 드러내고 있다. 가히 커밍아웃이라 할만하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아베 정부는 그동안 필수 산업용품의 수출에서 우리에게 부여해온 백색 국가 지위를 철회하였다. 국민적 반일정서는 NO 일본으로 치달았고 이에 편승하여 정부는 지소미아 협정의 연장 불허를 결정하였다.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동맹으로 북중러 동맹에 맞서오던 미국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였는데 이에 반발한 정부는 미군기지 조기반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의 재개로 남북 경협의 물꼬를 트려고 노력했으나 미국의 완강한 대북제재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화이트리스트 배제 대처와 남북평화경제 구상에서 그는 한미일 동맹을 큰 걸림돌로 느꼈을 수도 있다. 한일 문제에서 우리를 지지하도록 미국을 압박하는 전술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행보는 드디어 한미일 동맹을 이탈하는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우리 국민의 압도적 반일정서는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을 일단 수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한미동맹 와해를 부를 정도의 반미감정까지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우리가 미일과 소원해진 상태에서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핵을 가진 북한과 맞설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들은 핵을 가진 3대 세습체제와의 평화경제를 근본적으로 의심한다.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혼란스럽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과거 남에게 날린 촌평의 칼날이 정확히 되돌아와서 자신에게 꽂힌다. 그 와중에서 그는 제기된 의혹이 국민 정서에 맞지는 않으나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시대 소명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때부터 검찰개혁을 역설하였다. 검찰에 불려간 적 있는 사람 대부분은 그 경험을 좋지 않게 기억한다. 불려간 적 없는 대다수도 들은 이야기가 유쾌하지 못하다. 그리고 국민 대부분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시녀라는 말에 공감하면서 분개한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 정서는 검찰개혁에 공감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구체적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여론은 검찰개혁을 해낼 여권 인사로 조국 서울대 교수를 조명하였다. 그는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서 지금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상태다. 그러나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있다. 야권이 거부 의사를 연일 쏟아내지만,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하지 않고 있고 후보자는 포기할 뜻이 없다. 오히려 그는 검찰개혁 방안의 얼개까지 발표하면서 주어진 시대 소명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 와중에 검찰 특수부는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를 결정하고 압수수색까지 실시하였다. 여권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찰이 개혁 아이콘 조국 후보자를 사전에 낙마시키려는 불순한 음모라고 반발한다. 범여권 인사들도 제기된 의혹 가운데 불법 행위가 입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일제히 조국 후보를 엄호하고 나섰다. 인터넷 여론도 활발한데 드루킹 사태를 거치면서 매크로가 작동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명백한 물증이 뒷받침하는 고교생 제1저자 사태를 잠재울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수사를 미루다가 그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고 나면 불법성을 입증할 기회는 사라진다. 범여권의 요구는 한편으로는 조국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의 위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그 문제는 조사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미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두고 검찰이 수사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검찰수사를 비난하면 불과 얼마 전 신임 검찰총장에게 산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요구한 문대통령의 당부는 어찌 되는가?

조국 후보를 지키기에 급급한 범여권의 무리수는 그들이 추구하는 검찰개혁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과거의 조국이 제기한 검찰의 문제는 서민을 소외하는 특권층 비호였고 지금 제기되고 있는 그에 대한 의혹은 그 자신도 스스로 비난해온 특권층의 판박이라는 혐의다. 이런 혐의를 받는 사람을 검찰수사 없이 법무부 장관에 임용하여 검찰을 개혁한다면 그 결과는 자신들의 비리는 수사하지 않는 검찰로 되지 않겠는가?

사람이 무리한 욕심에 함몰되면 모르는 사이에 커밍아웃한다. 북의 세습독재가 경제를 망치면서까지 핵을 개발한 까닭을 외면하면 남북평화경제 발상은 한미일 동맹을 이탈하는 길로 몰아간다. 집권 연장을 추구하여 권력 기반을 무리하게 강화하다 보면 스스로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이 거짓임을 드러내고 만다. 본 모습은 주머니 속 송곳 같아서 급한 나머지 무리수를 남발하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옷을 뚫고 나온다. 

평화를 내세운 남북협력이 겨냥한 것은 한미동맹 와해였고, 온갖 정의로운 언사로 주장해온 검찰개혁은 자기들을 구조적으로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었다. 현 여권은 한미동맹 강화와 산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는 검찰을 화려한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다급한 나머지 원치 않은 커밍아웃을 통해서 어리석고 추한 본모습으로 무너지는 과정은 분명히 희극적이다. 그러나 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이니 속이 타들어 간다. 우리 사회의 병증을 몰랐던 바는 아니나 이렇게 중증이니 정말 비극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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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교수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現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등록일 : 2019-09-03 09:00 | 조회: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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