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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검찰’ 우려되는 권고

검찰개혁위, 인사·수사권 퇴행
檢의 정치적 예속 심화시킬 것
김종민 변호사 전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1992년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수사는 정치부패수사의 전설로 남아있다. 피에트로 검사가 이끈 2년간의 수사에서 전체의 25%인 177명의 국회의원을 포함해 6000여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았고 4명의 전직 총리 등 1400명이 기소되었다. 2500만달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던 사회당 소속 크락시 총리는 해외로 망명했고, 40년간 이어져 오던 기민당, 사회당, 공산당의 3당 체제가 무너지며 일대 정치변혁이 뒤따랐다.

이탈리아 검찰의 마니 풀리테 수사는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성이 보장된 제도 덕분에 가능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 정권에서 벌어진 법원과 검찰 정치 도구화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948년 헌법을 개정해 정치권력이 인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판사와 검사 인사를 관장하는 최고사법평의회를 신설했다. ‘사법관 부동성(不動性)의 원칙’도 헌법에 명문화했는데 징계절차에 의하지 않는 한 검사 본인의 의사에 반해 승진, 전보되지 않도록 신분보장을 강화한 것이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과거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었던 것도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검찰의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전 프랑스 검찰총장 장 루이 나달의 지적처럼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검찰의 독립 보장이다. 그 핵심은 검사인사권이다. 무소불위의 검찰이라 비판받지만 대통령이 검사인사권을 가진 현행 제도하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는 그런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위원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대신 법무부 장관이 각 고등검사장을 통해 구체적 사건 지휘를 하도록 권고했다. 문제는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정치권력이 직접 검찰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제도라는 점이다. 2013년 프랑스가 검찰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지휘권을 전면 폐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대신해 각 고등검사장을 지휘하게 되면 정치권력의 직접적인 검찰수사 개입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의 권한까지 함께 행사할 수 있어서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검찰총장은 아무런 권한 없는 ‘식물 총장’으로 전락하게 되고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검찰수사 개입으로 검찰의 정치적 예속과 정치 도구화의 폐해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의 인사협의권을 폐지하고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것도 매우 부적절한 조치다. 검찰인사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을 제외하고 법무부 장관이 전적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어 구성 단계부터 공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인사 대상인 검사 개개인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위원회의 의견을 듣는 것은 무의미하고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정치권력의 뜻대로 검사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검찰의 정치적 예속을 심화시키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은 과거 유신정권이나 5공 군사정권 때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일이다.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경찰권력 비대화의 목표가 중국식 공안통치가 아닌지 의혹이 적지 않다. 수사권 조정 후속 법령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권고는 그래서 더욱 부적절하다. 국민이 공감하는 미래지향적 검찰개혁이 아니라 ‘정권의 검찰’을 심화시키는 퇴행적 개혁이라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출처: 세계일보]


등록일 : 2020-07-31 10:29 | 조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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