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이석구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자문위원>
서울대학교 문리대
중앙일보 기자
동경대 객원 연구원
동경 특파원
뉴욕 중앙일보 사장 역임
위 두사람의 이야기가 오늘날 한국의 정치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이나 최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윤석열은 한국을 어떤 나라로 끌고 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도 없다. 그냥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자기 일을 해온 사람들이다. 현정권과 각을 세우고 나름 자기 소신에 따라 일을 처리 한 것으로 인해 정권교체의 대표주자가 된 것이다. 최재형도 그의 인품,미담,군인 가족사 등 도덕성 때문에 보수진영의 아이콘이 됐다. 그 역시 대통령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이나 권력의지를 보여준 적이 없다.
두 사람 다 검찰 총장, 감사원장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보장된 임기를 박차고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 이 때문에 여권으로 부터 다분 이유있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지도 1위를 넘나드는 윤석열은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그 첫번째가 소위 X파일이다. 장모,부인 등 처가 관련 문제다.그의 장모는 1심이긴 하지만 징영 3년형을 선고 받았다. 부인도 여러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 또 정치신인으로 이런 저런 언행이 서툴러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의 지지율은 약간 하향세지만 크게 떨어지진 않고 있다. 갓 정치권에 들어온 최재형도 지지율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치학자 K씨가 당혹스러워 할 만하다. 정상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되는 한국의 정치현실이다.그 뿐인가.보수 야당 국민의힘 당대표로 소위 “36세 0선” 이준석이 당선 된 것도 대단한 이변이다. 이 대표가 그의 당대표 후보 공약으로 실시한 “토론배틀”에 의한 대변인 선발도 대박을 쳤다. 비슷한 시간에 치뤄진 여당의 대선후보 토론 시청률을 능가했다. 이 대표는 연일 기성 정치판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언행으로 비교적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이는 “정치판을 바꾸라”는 시대정신의 발로다. ”60대이상은 산업화”,”40-50”대는 민주화가 각각 그 당시의 시대정신이었다. 이제 그 시대 정신은 수명을 다했다. 지금 20-30세대는 산업화나 민주화투쟁을 잘 모른다.역사책에서나 보던 얘기들일 뿐이다. 이명박과 정동영이 맞붙었던 2007년 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5백만표이상 표차로 이겼다.이 때는 아마 야권에서 어느 누가 후보가 나왔어도 당선 됐을 것이다. 그 때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당시도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를 본인 소유라고 밝혔더라도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흐름은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다. 지난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생태탕,페라가모 등 온갖 네거티브 전과 초반의 저조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전역에서 승리한 것도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이다. 박근혜 탄핵이후 빈사상태였던 야당이 기사회생한 것이다.
물론 아직 대통령 선거가 7개월여 남았다. 그러나 강력한 야당 후보의 등장,여당에 버금가는 야당 지지율,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50%이상 이라는 흐름으로 볼 때 정권교체는 시대정신이다.이는 야당에서 누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지지율에서 열세였던 오세훈이 나경원,안철수를 꺾고 야당 후보가 돼 박영선을 크게 누른 것이 좋은 예다. 그게 작금의 시대정신이다.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내로남불”에 질린 탓이다.
다만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직도 40%를 넘나든다는 것이 변수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임기말 지지율이 높다.우리 사회가 아직도 정책이 아니라 지역 감정과 “호불호”로 무조건 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조직과 자금,권력을 가진 여당의 선거기술자들이 놓칠리 없다. 보수진영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모처럼 찾아온 정권교체라는 시대 정신도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