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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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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프리즘> 김만배의 呼稱과 언론인의 呼稱

이석구







필자 이석구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전 언론인>




<프리즘> 김만배의 呼稱과 언론인의 呼稱

 

부장님 전화 왔습니다.” “야 여기 부장은 있어도 이 부장님 은 없어.”----

신문사에 갓 들어가 전화를 받다가 선배로부터 들은 질책성 대화다. 그 선배는 부장이란 말 자체가 존경어인데 또 자까지 붙여 과공(過恭)하지 말라고 했다. 부장과 멀찌감치 떨어져 말석에 앉은 내가 부장을 향해 이 부장하고 님 자를 떼고 부르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호칭을 생략한 체 부장 앞으로 다가가 그냥 전화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연, 혈연, 학연으로 촘촘히 얽혀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한 두 다리만 건너면 다 연결돼 있다. 그런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의식, 체면을 차리다 보면 안면 몰수하고 물어보거나 취재하기가 어렵다. 특히 인터뷰할 때 더욱 그렇다. 취재원이 고위 공직자, 선배, 연장자, 친인척일 때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마구 묻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진실을 캐기 위해서는 인간관계, 권위, 체면, 예의 등을 무시하고 거침없이 묻고 취재를 해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우선 말부터 고치라는 것이 수습기자에 대한 언론계의 주문이다. “자 등 존칭을 붙이고 너무 예절을 따지다 보면 상대에게 껄끄러운 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벤자민 워프는 언어가 사유를 지배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의 언어 사용에서 그의 사고 체계도 미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요즘 시끄러운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김만배라는 기자가 있다. 머니투데이 기자였던 그는 30여년 기자 생활 대부분을 법조 출입기자로 보냈다. 그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취재원 즉 판검사 들을 대체로 형이라 부르며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문제의 화천대유고문에 이름을 올린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특별검사 등에 대해서도 그는 잘 아는 형들이라고 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기자들이 쓰는 언어나 취재 관행과 사뭇 다르다. 그의 언어에서 그의 사고와 취재행태가 어느 정도 읽혀진다. 통상 기자들은 취재원을 선배로 부르는 일은 있어도 형이라 고는 잘 부르지 않는다. 취재원과 호형 호제하는 밀착관계가 형성되면 취재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잘 못했을 때 눈 딱 감고 매섭게 취재, 보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장급 이상 기자는 통상 칼럼을 쓴다. 김만배가 지난 2019년 이후 머니투데이에 쓴 칼럼은 달랑 4(웹사이트 검색결과) 뿐이다. 판사가 판결로 말하듯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그는 취재 잘 하고 기사 잘 쓰는 기자는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법조계에서 마당발로 통했다. 판검사들과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지낸 것 같다. 특히 법조인 출신 정치인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는 그가 기자가 아니라 법조브로커를 하려고 법조출입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그의 언행과 빈약한 기사가 이를 반증한다.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대장 동 사건에서 기자로서의 그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된 것 같다

 

언론이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기자들이 제 몫을 해야 한다. 기자의 양심과 책임감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사실을 캐고, 이를 보도하려는 치열함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자들은 요즘 기레기란 말로 종종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사회정의를 위한 공정보도가 아니라 진영논리, 사적 이유 추구에 종종 휘말리기 때문이다. 김만배 같은 기자로 인해 기자들이 더욱 고개를 들 수가 없게 됐다

 

그러나 용기 있는 기자들 때문에 이 사회가 발전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묵묵히 일선에서 자기본분을 다 하는 기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주요 변곡점에서는 늘 기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있었다. 언론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민주사회도 없다. 국회의원들이 신뢰를 못 받는다고 국회를 없애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마찬가지로 기자나 언론이 마음에 안 든다고 외면하면 권력자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이 된다. 채찍질과 격려가 모두 필요하다. 언론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독자다.


등록일 : 2021-10-18 10:41     조회: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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