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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보장 각서는 종이에 불과하다

이석구 *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 전 언론인

안전 보장 각서는 종이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러시아군은 22일 친 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나라의 독립이 얼마나 허망 한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비에트 해체로 독립했다.  우크라이나는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연착륙 실패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정정 불안과 초 인플레로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독립당시 우크라이나는 세계 제3위의 핵보유국가였다. 우크라이나에는 소련이 배치했던 핵미사일 170여기와 18백여 개의 핵탄두가 있었다. 미국은 정정이 불안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가져가 안정적으로 통제하길 바랐다. 그 결과 체결된 것이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의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서방진영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보전을 보장해주는 대신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한때 성공적인 비핵화의 모델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 러시아 영토로 병합했다. 각서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됐다. 러시아는 흑해 함대의 모항 세바스토폴이 있는 크림반도를 차지할 목적으로 약속을 깨버렸다. 미국은 경제적 제재는 가했지만 군사적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배신한 셈이다.

 

 소련이 해체되자 발트 3, 폴란드, 헝가리 등 과거 바르샤바 조약국들이 하나둘 나토에 편입됐다. 러시아는 이를 서방이 러시아를 포위하는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생각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공고한 유대로 서방진영에 맞서는 한편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군사개입 등을 단행했다. 모두 소비에트 해체로 땅에 떨어진 러시아의 위신을 되찾으려는 푸틴대통령의 작품이다.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발트 3국과 폴란드 헝가리 등 소비에트 위성국들의 잇단 나토 가입은 미국 등 서방의 약속 위반이다. 조지 HW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독일통일 승인을 요청하면서 나토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EU는 동진정책을 계속 추진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안보에 핵심적 이해관계가 걸린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편입하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로서는 코앞까지 나토가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순망치한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직선거리로 5Km에 불과하다. 쿠바의 미사일 배치를 미국이 견디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럽의 이익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런 곳은 항상 강대국의 침략대상이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수백 년간 폴란드, 러시아, 오스트리아-독일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키에프 공국을 뿌리로 하는 같은 슬라브족 국가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연방의 자치 공화국 정도로 생각한다. 그게 강대국들이 인근 중소국가를 보는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내의 갈등과 빈곤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다. 한국의 6배나 되는 비옥한 땅을 갖고도 1인당 GDP4천 달러도 안 되는 유럽 최악의 빈곤 국가다. 우크라이나는 독립 이후 민주주의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타협이 없는 극단적인 정치 문화가 정착됐다. 두 번이나 대통령이 민중 봉기로 교체되었다. 지금은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등장, 친 서방 노선을 취하며 나토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친 러시아 여론은 기를 못 피고 강경한 서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폭주하고 있다. 이 같은 친 서방 일변도 드라이브가 러시아를 자극, 침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약속만 믿고 핵을 포기한 것도 뼈아픈 실수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쉽사리 군사력을 동원하지 못했을 것이다. 각서나 조약이라는 것은 그 것을 지킬 의지와 힘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각서는 한낱 종이에 불과하다. 1938년 체임벌레인 영국 수상은 나치 독일과 뮌헨 협정을 체결, 유럽대륙에 평화가 온 것처럼 공언했으나 결과는 어찌 됐는가. 그 조약은 독일의 폴란드 침공을 1년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했다. 히틀러는 소련과도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것도 프랑스, 영국과의 전투에서 배후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히틀러의 속임수에 불과했다. 강대국 간에도 이런 일이 비일 비재한데 하물며 우크라이나 같은 중소국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지정학적 요충지의 국가가 어떤 외교, 국방 정책을 쓰고 내부적으로 단결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도 결정된다. 러시아와 일전 도 불사하는 내부 단결과 탁월한 외교 전략으로 러시아와 서방사이에서 독립을 유지하는 핀란드가 좋은 본보기다. 강대국은 항상 자기들 국익에 따라 움직이고 그게 국제사회의 정의로 통용된다. 스스로 지킬 의지나 힘이 없는 중소국은 언제나 장기판의 졸이다.

 

등록일 : 2022-02-23 16:34     조회: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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