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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의도시산책] ‘혁신도시’의 실패를 보았는가

이건영 *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공학 박사 * 前 국토개발연구원 원장/ 건설부차관

[이건영의도시산책] ‘혁신도시’의 실패를 보았는가

 

(2022.04.11. 세계일보 게재)

 

 

 

 선거가 끝나면 지방은 전리품을 챙긴다. 지방에 뿌린 공약들이다. 부산 표를 끌어온 당선인 측근들은 산업은행을 찜해 놓았고, 역시 몰표를 준 대구도 기업은행 유치를 위한 법안을 발의해 놓았다. 나주는 일찌감치 한전공대를 차지했다.

 

 

 다른 지방도 저마다 청구서를 내밀 태세다. 과거에는 지방이 교통시설이나 산업단지를 원했지만, 요즘은 인프가가 거의 갖추어진 탓에 번듯한 공공기관 유치에 열을 올린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나라가 망가진다.

 

 

 다시 ‘혁신도시 시즌2’가 시작되는가? ‘혁신도시’부터 따져보자. 노무현정부 때 지역균형이란 아름다운 이름표를 달고 등장한 것이 혁신도시다. 지방 곳곳에 10개의 혁신도시를 조성하여 수도권에 있는 153개의 공공기관을 강제 이전하였다. 지방에서는 ‘혁신’이란 거창한 이름답게 기대를 모았지만, 이들이 수도권 인구 분산이나 지방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국토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밝혀낸 연구 결과다. 여기에 10조50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세계 도시사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실패작이 되었다.

 

 

 공기업 중에는 지방 토착화가 가능한 것도 있고, 전국 또는 세계를 상대로 뛰는 공기업도 있다. 그들은 당연히 업무여건, 교통, 정보, 노동시장 등을 따져서 입지를 정할 터이다. 그런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허허벌판에 말뚝 박아 놓았으니 업무 효율과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통도 협의도 만남도 거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들 공기업의 비효율이 연 수조원에 이른다는데, 이것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무엇보다 고용자 가족들의 고통이 지방 발전의 마중물이 되라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핵심 인재들은 미리 회사를 떠났고, 나머지는 가족과 떨어져 유배지로 끌려갔다. 이들은 주민등록도 안 한 외기러기들이고(아마 일부는 아파트 특혜분양을 위해 했을 터), 월급봉투는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진다. 힘든 이산가족 생활 탓에 가정파탄이 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방에서는 이들의 토착화를 위해 그 지방대 출신을 대폭 채용하도록 강요하고(지역인재할당제), 맞벌이가 되라고 현지에서 짝을 찾아주는 미팅을 주선하기도 한다니 이 무슨 코미디인가?

 

 

 지금 혁신도시마다 몇 개의 기관 청사만 외롭게 서 있다. 썰렁하고 찬바람만 분다. 도시는 노동, 가족 삶, 만남, 소통, 어울림, 문화의 장소다. 그런데 대부분의 혁신도시는 단절된 오피스의 섬이다. 밤이나 주말에는 적막강산이다. 기러기와 현지인들은 딴 나라 사람이다. 저녁이 없는 삶에서 생활과 업무의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는다. 그러면 지방은 무엇을 얻었는가? 현지의 땅값을 부추겨 주었고, 공기업들이 내는 지방세가 알짜 수입이다(일례로 LH공사는 작년 508억원을 냈음).

 

 

 도시는 어떻게 발전하는가? 기반산업이 핵심이다. 지방정부는 규제개혁, 조세감면, 기술지원 등을 통해 단단한 산업체를 유치하여 전후방 승수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금융’을 키워서 지역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강제로 끌려온 수출입은행이나 기업은행이 그 지역 업체에 특혜를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과 더불어 G2인 부산이 ‘낙후’된 지방인가? 거대 과밀도시다. 부산 광역권은 주변에 많은 산업기지들을 품고 있는 메트로폴리스다. 런던이나 시카고와 비슷한 규모다. 부산의 평지 기준 인구밀도는 서울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아직 ‘지방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부산을 금융허브로 만든다는 것도 망상일 뿐이다. 유럽에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런던의 허브 기능을 서로 차지하려고, 동아시아에선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은 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꼭 움켜쥐어야 할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금융허브가 되려면 금융 관련 소프트와 하드 인프라, 금융인재를 바탕으로 외국의 투자은행들을 유치하여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관치금융과 규제 탓에 금융산업 자체가 뒤처져 세계 50대 은행 리스트에 이름 하나 못 올리는 형편이다. 그래서 서울의 금융환경도 중국이나 유럽의 중급도시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처진다. 서울도 힘든 판에 대구, 부산, 전주로 선심 쓰듯 금융공기업을 나눠 준다고 모두 금융허브가 될까?

 

 

 현재 거론되는 기업은행은 이미 상장기업이고, 산업은행도 오래전부터 민영화 로드맵을 갖고 국제적인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려는 단계이다. 한전 주가가 본사를 나주로 이전하면서 디스카운트된 것처럼, 이들 은행의 가치도 떨어질 것이다.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은 102조원(2021년 기준)이나 되므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리고 이들은 나랏빚의 반이나 되는 525조원(2019년)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들 중 거의 지방으로 밀려난 40대 공기업은 정치에 휘둘리고 방만한 운영으로, 2016년 14조원의 경영흑자가 2065억원(2020년)의 적자로 추락한 형편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정권의 소유물인 양 전리품 파티를 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님은 분명하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들에 대한 ‘혁신도시 시즌2’를 추진하기에 앞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의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등록일 : 2022-04-12 11:53     조회: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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