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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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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초강대국 한국’이랍니다

이성낙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 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가천대 명예총장, 한국의 •약사평론가회 前 회장 -(사) 현대미술관회 前 회장, (재)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초강대국 한국’이랍니다

 

 

 

《Supermacht Süd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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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Parasite)>, <오징어 게임(Squid Game)>: “한국이 Popkultur를 지배하다.”
 
 “초강대국  남한.” 독일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2021.12.18)에 실린 머리기사입니다. 좀 쑥스럽지만 ‘내 생애에 이런 기쁜 일이……’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습니다. 그만큼 뜻 밖이었고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필자에게는 특별하고 더없이 소중한 독일 형제지기(兄弟知己)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 관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전화로, 인터넷으로 곧바로 전해주는 필자의 독일 주재 ‘특파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근래 부쩍 그의 행복해하는 마음이 전해져옵니다. 아마도 필자와 60년 넘게, 그러니까 1950년대 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急 변천사’를 함께 겪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아보면 1960~1970년대에 한국발 이런저런 슬프고 무거운 소식을 공유하며 필자를 위로해주곤 하던 그가 언제부터인가 기쁜 소식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이 그 걸쭉한 특유의 음성으로 불러 더욱 유명해진 재즈풍의 (독일어로는 Macky Messer)는 바로 1930년대에 독일 음악계를 뒤흔든 <서푼짜리 오페라(Drei Groschen Opera)>의 주제가 중의 하나입니다. 그 작품의 작사가는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이고, 작곡가는 쿠르트 바일러(Kurt Weiler, 1900~1950)입니다. 위에서 말한 필자의 지기는 그 작곡가를 기리는 쿠르트 바일러 기념재단의 부이사장직을 역임한 ‘참 문화인’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요즘 한국 관련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예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1948~)과 정경화(1948~)가 등장해 한국 음악의 존재감을 유럽 사회에 알린 게 그 시초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 사람은 당시 세계 음악계의 황제라 일컫던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의 극찬을 받으며 독일 주류 일간지의 문화란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74년 차이콥스키 경연대회(Tchaikovsky Competition)에서 정명훈(1953~)이 피아노 부문 2등의 영광을 차지하고, 1990년에는 성악 부문에서 바리톤 최현수(1941~)가 1등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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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차이콥스키 경연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1등을 한 미국의 밴 클라이번(Van Cliburn, 1943~2013)는 뉴욕에서 대대적인 카퍼레이드 환영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그런 대우를 받을 만큼 큰 상을 우리나라 성악가가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성악가 최현수는 ‘성악 부문 음악 노벨상’을 받은 것이나 진배없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리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5년에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1994~)이 영광의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것도 5년마다 열리는 경연대회에서 말입니다. 이후 2021년 1월 27일에는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탄생지 잘츠부르크(Salzburg)에 있는 ‘모르차테움(Morzatheum: 모차르트 음악을 연구하는 기관)’은 모차르트 탄생 265년 기념연주회에서 미발표작의 세계 초연을 조성진 피아니스트에게 의뢰했습니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모차르트를 숭모하는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역시 ‘피아노 부문 음악 노벨상’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2021년 9월 3일에는 영국 BBC가 주최하는 ‘카디프(Cardiff) 콩쿠르’에서 한국의 바리톤 김기훈(1981~)이 당당하게 우승했다는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월 4일에는 이탈리아 ‘부소니 피아노 경연대회(Busoni Piano Competition)’에서 피아니스트 박재홍(1999~)이 1등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무용계에서는 최근 한 발레리나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크게 높였습니다. 세계 으뜸이라고 자부하는 파리 오페라단의 수석무용수로 박세은(1989~) 발레리나가 뽑힌 것입니다(2022.3.10). 이는 파리 오페라단 352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오페라단은 그녀에게 ‘파리의 별(Étoile de Paris)’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수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또한 ‘발레 부문 노벨상’이라고 자부합니다.
 
 영화계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봉준호(1969~)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2019). 이어 같은 작품 <기생충>으로 2020년에는 할리우드 아카데미에서 ‘국제영화상’, ‘작품상’, ‘각본상’ 그리고 ‘감독상’을 ‘몽땅’ 받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 또한 분명 ‘영화 부문 노벨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래 세계적 관심을 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다르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예능 분야에서 방탄소년단(BTS)이 펼치고 있는 활약상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히 전 세계 문화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BTS의 가무(歌舞)에 어떤 형식으로든 함께한 팬들의 ‘Podcast’ 접속 수가 80억 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세계 인구를 약 79억 5000명(2021.4.9. 기준)으로 보면, 전 인류가 모두 한 번은 접속한 셈입니다. 이는 전무후무한 초유의 ‘대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우리의 국호 앞에 ‘초강대국’이란 별칭을 붙인 것입니다. 또 다른 ‘예능 부문 노벨상’을 받은 것입니다.
(즐거운 비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각 분야에서의 수상자가 하도 많아서 누락된 분들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한국이 단순한 ‘무역 강대국’이 아니라 총체적 개념에서의 ‘초강대국(Superpower)’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은 이처럼 문화적 힘을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기에 그 가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를 역설적으로 내다본 한 기사가 생각납니다. 10여 년 전 <슈피겔>에서 “한국이 독일 시장에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선보이고 자동차까지 수출하더니, 이젠 문화계에도 진입하고 있다”며 존경과 경계심이 혼재한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과 관련해 수없이 많았던 ‘거북스러운’ 기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왠지 이처럼 극찬의 대상이 된 우리나라가 조금은 생소하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놀랍고 벅찬 감동을 숨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놀라워하는 우리의 이런 모습이 ‘일회성’은 아닌지 불안한 심정으로 돌아보게 됩니다.
 
 2010년 슈뢰더(Gerhard Schröder, 1944~, 재임 1998~2005) 독일 전 총리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당시 슈뢰더 총리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언급하면서, 유럽의 언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나라의 문자로 각기 자리매김했지만, 그 어떤 한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 반면, 한글의 경우는 15세기의 어느 날 한 그룹의 학자들이 이른바 ‘창제’를 함으로써 큰 역사(歷史)를 창조했다며 감탄해 마지않았다고 합니다.
 
 슈뢰더 총리의 찬사는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의 ‘거북선[龜船]’ 이야기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세계 조선(造船) 역사를 보면, 19세기 초 그러니까 1822년 영국에서 처음 철선(鐵船)이 출현했는데, 조선에서는 이미 16세기 말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 때 거북선이란 철선이 있었다면서 말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목선인 판옥선(板屋船) 갑판 전체를 철판으로 덮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답니다, 그러면서 목선에 ‘철판 뚜껑’을 씌운 것은 바로 탁월한 ‘융합의 창조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우리 민족의 ‘창조 DNA’를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주해: 상기 대화 내용은 필자가 당시 배석했던 한스-울리히 자이트(Dr. Hans-Ulrich Seidt) 주한 독일 대사(재임 2009~2012)로부터 전해 듣고, 인용해도 좋다는 양해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과거 역사와 현재의 역동적인 모습은 오늘 우리 사회가 표출하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결코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힘주어 강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품고 있는 공통분모, 즉 ‘문화 DNA’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초강대국 남한”이라는 찬사가 결코 일회성은 아니라고 확신하면서도, 왠지 작금의 우리 사회가 그 명성에 걸맞은 품격을 갖췄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아쉬움을 숨길 수 없습니다.

 

등록일 : 2022-05-02 10:19     조회: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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