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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의 정치카페] 尹, 가는 곳마다 '자유론' 설파.. 막상 국정 뿌리 못내리고 겉돌아

허민 *(現)문화일보 대기자/ 전임기자

尹, 가는 곳마다 '자유론' 설파.. 막상 국정 뿌리 못내리고 겉돌아

 

(2022.09.20.문화일보게재)

 

 

■ 허민의 정치카페 - 尹대통령의 자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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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다.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유엔 연설의 핵심 메시지도 ‘자유의 연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는 곳마다 ‘자유론’을 설파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자유철학을 만든 건 오래전 읽은 책 두 권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윤 대통령은 주요 연설에서, 국정 토론장에서 이 두 권의 책을 깔고 말을 점령하며 회의를 주도한다. 그에게 자유란 만병통치약 같은 것이다. 문제는 그의 자유철학이 국정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회의 풍경

 

 지난달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을지국무회의장. 공개 세션이 끝나고 비공개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윤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나 작동 원리는 똑같습니다! 다른 게 아니에요. 자유입니다 자유! 국내 정치든 외교·안보든 모두 다 자유라는 개념으로 풀어나가게 돼 있어요.…”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A 장관은 “대통령의 즉석 자유론 강의가 20분 이상 이어졌다”고 했다. 대통령은 공사석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론을 강의한다. 국무회의에 배석했던 B 씨는 “대통령이 ‘나는 대학 시절부터 자유를 화두로 놓고 오래 공부했다. 검찰 때도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씀했다”고 당시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선 출마선언문(2021년 6월 29일), 대통령 취임사(5월 10일), 광복절 기념사(8월 15일) 등 윤 대통령이 내놓은 주요 연설문의 화두도 자유였다. 자유라는 단어는 출마선언문에 22번, 취임사에 35번, 기념사에 33번 등장한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출마선언문에는 ‘자유’라는 표현 자체가 없었다.

 

 출마선언 때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은)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專制)다”라고 했다. 취임사에서는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다.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시민이 돼야 한다”고 했고,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보편적 자유를 공유한 국가들의 연대”를 부르짖었다.

 

 그의 자유론은 두 개의 의미를 함축한다. ‘연대’로서의 자유와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 둘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가 취임사에서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가 유린된다면 모든 자유시민이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말한 건 그런 맥락이다.

 

◇인생의 책

 

 윤 대통령의 자유철학은 두 권의 책에서 나왔다. 대통령은 스스로 “학창 시절에 밀의 ‘자유론’을 읽고 감동했다. 첫 사시에서 떨어진 후부터 자유와 관련된 잡지를 창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관련된 일을 했다”며 사시 9수를 하게 됐던 배경을 밝힌 일이 있다.

 

 밀이 얘기한 자유론의 핵심은 ‘다수의 전제는 여론을 동원해 소수를 억압한다’는 것, ‘권력에 의한 다수의 전제가 문제가 된다는 것’, 그리고 ‘자유는 권위에 도전하면서 쟁취된다’는 것 등이다. 광복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위협에 함께 대항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이뤄내야 한다”고 한 것도 밀의 ‘자유론’의 확장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퀸 엘리자베스 국장(國葬)을 치른 영국의 외교무대에서, 유엔 연설에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런 메시지가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자유관념에 영향을 미친 또 한 명은 프리드먼이다. 학창 시절은 물론 검사 생활 내내 끼고 다녔다는 책이 바로 ‘선택할 자유’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 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검 대변인은 ‘윤 총장은 프리드먼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설명자료까지 배포했었다.

 

 그가 최근 들어 좋아했다는 또 한 권의 책이 있긴 하다. 윤 대통령은 3·9대선 전에 ‘인생 책’ 3개를 꼽은 일이 있다. ‘자유론’ ‘선택할 자유’와 함께 선택된 세 번째 책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쓰모글루 & 제임스 로빈슨)였다. 포용적 제도의 유무가 국가의 번영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주장과 사례가 담긴 책이다.

 

◇겉도는 자유론

 

 윤 대통령의 자유론은 나름 오래 학습된 논리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현실 적응력은 별로 없다. 모임과 회의의 담론을 주도하는 소재거리는 되지만, 현실 국정 운영의 동력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권력이 된 자유. 밀의 자유론은 권위에 대한 도전을 강조하지만, 그는 지금 도전받는 권력의 정점에 있다. 그가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준다”고 강조한 것이 낯설게 들리는 이유다. 밀이 경계한 것은 다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강요와 폭력이었다. 이는 여권 내부 권력투쟁 등 비정상적인 정치 현실과 대비된다.

 

 둘째, 초보 국정. 윤 대통령이 검찰 시절 내내 끼고 다녔다는 ‘선택할 자유’는 국가 규제와 개입을 최소화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그는 검사로서 위임받은 국가권력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신문하고 기소하고 감옥에 보내는 일을 유일한 직업으로 수행했다. 정치 초보 윤 대통령이 그의 자유철학을 국정 운영에 적용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셋째, 다양성 상실. 자유의 철학은 다양성과 포용을 전제로 한다. 그게 그의 세 번째 ‘인생 책’의 핵심적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다양성과 포용이다. 순혈주의로 채워졌던 장·차관 인사와 대통령실 인선, 공과 사의 구분을 애매하게 만드는 내부 리스크 관리 등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넷째, 비전 부재. 대통령 본인의 문제든 여권 전체 역량의 문제든 윤 대통령의 자유론이 아직 비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건 분명하다. 대통령의 정치 멘토인 김병준 교수는 “윤 대통령의 자유론 자체는 좋은데, 현실 국정 운영에서 전혀 착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과제

 

 윤 대통령은 밀과 프리드먼의 자유론에서 보편성과 연대의 의미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막상 국정 현실은 획일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매서운 평가에 직면해 있다. 추상성을 탈피하고 현실에 뿌리박아 미래 비전을 만들어내야 ‘진짜 자유론’이 될 수 있다. 이는 가는 곳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유를 역설하는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과제다. 그러지 못하면 그의 자유론은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프리드먼)로 끝날지 모른다.

 


■ 용어설명

 

‘자유론’은 영국의 철학자 겸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1859년에 출간한 책. 자유주의의 고전으로 불림. 여론을 동원한 권력과 다수자의 전제를 배제해 개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

 

‘선택할 자유’는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쓴 책으로 1980년에 출간. 자유시장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중시하며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가급적 축소·배제할 것을 주장.

 

■ 세줄 요약

 

국무회의 풍경 : 윤 대통령, 을지국무회의에서 ‘자유론’ 열강. 영국·미국·캐나다 순방과 유엔 연설 키워드도 ‘자유’. 가는 곳마다 ‘자유론’을 설파. 그의 자유철학은 ‘보편적 가치’와 ‘연대’로서의 자유라는 의미를 함축.

 

인생의 책 : 尹의 자유철학을 만든 건 밀의 ‘자유론’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이는 그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관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 미침. 대통령 취임사 등 주요 연설이 여기에서 영감 받아 만들어져.

 

겉도는 자유론 : 尹의 자유론은 논리체계를 갖췄지만 국정에 착근되지 못함. 스스로 권력이 됐고, 초보 국정인 데다 다양성을 상실했기 때문. 현실에 뿌리박고 추상성을 탈피하며 비전을 만들어내야 ‘진짜 자유론’이 될 것.

 

등록일 : 2022-09-21 09:59     조회: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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