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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의도시산책] 주택사업, 왜 이익이 넘치는가

이건영 *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공학 박사 * 前 국토개발연구원 원장/ 건설부차관

[이건영의도시산책] 주택사업, 왜 이익이 넘치는가

 

(2022.12.19_세계일보게재)

  



 연일 뉴스 지면을 뒤덮는 대장동 사건을 보면 복마전 게임 같다. 솔직히 속이 쓰리고 배가 아프다. 성남시 변두리에 6000가구를 짓는 주택사업. 서민용 공공사업이라는데 여기서 1조5000억원 잭팟이 터지고, 성남시는 5000억원이란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이익 환수’를 하고, 병풍 노릇을 해준 모모 인사들은 ‘50억 클럽’에 들어 돈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게 사업 이윤인지 배당인지 뇌물인지 떡고물이란 건지?


 1970년대까지 주택개발은 주로 토지구획정리사업이었다. 정부가 도시계획에 따라 땅을 구획하고 개발한다. 그리고 땅주인들에게 40∼50% 감보(減步)한 환지를 내준 다음, 남은 체비지(替費地)를 팔아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땅주인들은 땅이 줄었지만 땅값이 서너 배는 오르므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서울 영동지구(서초·강남 일대)가 이런 방식으로 개발되었다. 논현동, 역삼동 등지의 작은 필지들은 환지받은 땅들이다.


 1980년대에는 택지개발촉진법이 등장하여 토지의 전면 수용을 통한 대규모 도시개발이 가능하게 되었다. 수도권 5개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주변의 대규모 택지개발은 이런 방식으로 개발되었다. 저가에 강제로 수용된 토지는 원칙적으로 조성원가로 실수요자에게 분양되었다. 주택난으로 허덕이던 당시 상황에서 볼 때, 대규모로 저렴한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당시 서울을 방문한 일본 주택전문가가 토지수용과 개발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신도시 건설과정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일본의 주택사업은 주로 소규모 환지 방식에 의존한다.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이 마무리되자 그 주변은 난개발로 몸살을 앓았다. 때마침 준농림지역 규제마저 완화되었고, 죽전, 수지, 운정 등지는 신도시 시설의 수혜지역이었다.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디벨로퍼들이 명함 한 장 들고 알음알음 소문 없이 땅을 찾아다녔다. 아파트 몇 채 지을 수 있는 땅이 계약되고, 시청에 공작하여 용도변경이 되면 대형 건설사에 떠넘기고 사라졌다. 광역시설이 잘 갖추어졌으므로 무임승차라서 이익이 짭짤했다. 도시계획도 없이 도장부터 찍어두었던 지방정부는 나중에 도로를 내고 상수원을 끌어오고 학교를 지어주는 식의 뒷북행정에 시달렸다. 디벨로퍼들이 한 탕 두 탕 하는 것을 지켜보던 지방정부들은 그 후 저마다 도시공사라는 걸 설립해 직접 택지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때까지 공공기관이 독점한 도시개발사업에 민간도 참여할 물꼬가 터진 것은 2003년 도시개발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공영개발을 못 박은 택지개발촉진법은 국보위 시절 만든 ‘무서운 법’이라며 폐기법안이 상정되었다(처리되지는 않았음). 개발이 부진하던 지방에서는 민간 자본이 나서고 정부가 지원하여 제법 성공한 민간개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삽질만 해도 돈이 되는 수도권에서는 주택사업이 노다지로 변질되었다. 경험도 실적도 없는 몇몇 도시공사와 역시 실적도 경험도 없는 디벨로퍼들의 합작이라니! 민관 합작의 형식을 취하면 토지수용과 용도변경이 수월해지기 때문인 것이다. 대장동 개발에서 보는 성남도시공사와 ‘성남의 뜰’이 이런 사례다.


 주택개발사업은 경제활동이다. 경제활동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따라서 투입보다 창출되는 가치가 더 크다. 숭실대 김성배 교수가 분당 개발사업을 분석한 자료를 보자. 당시 총 투입비용은 8조8000억원. 여기서 창출된 가치는 20조6000억원. 따라서 개발이익이 무려 11조8000억원이었다. 이익은 시행사, 건설사, 아파트 구입자, 지방정부 등으로 분산되었다.


 왜 주택사업에서 개발이익이 창출되는가? 첫째, 토지수용권을 바탕으로 필요한 토지를 값싸게 매입하기 때문이다. 개발행위를 하려면 땅이 필요하므로 작은 땅들을 사들여 병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농지는 잘게 나누어져 있다.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지주와 협상을 통해 보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다 몇몇 알박기에 부딪히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수용은 시가보상을 원칙으로 하지만 시세보다는 싸다.


 둘째, 용도지역의 변경이다. 대부분 농지, 자연녹지, 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있던 허허벌판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의 가치로 변경되는 것이다. 또한 땅 한 평 집 한 채로는 불가능하지만 집합적 개발과 관련 도시시설 설치로 인한 승수효과가 오랫동안 주변지역까지 확산된다.


 즉, 주택사업의 이익이란 단순한 경제행위에 따른 이익도 있지만, 토지수용과 용도지역 변경이란 공권력 행사에 따라 발생한 이익이 더 큰 것이다. 토지수용권은 심각한 사유재산 침해를 전제로 하므로, ‘공공의 이익’이란 명확한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개발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장치도 없는데, 값싸게 사서 비싼 용도로 바꿔 이익을 보겠다는 민간업자에게 수용권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토지수용과 도시계획 변경이 필요한, 규모가 큰 주택사업은 원칙적으로 ‘공영개발’이 맞는다. 이를 민간에 허용할 경우 ‘공익에 맞는 도시’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만들 것이다. 공공시설은 최소화하고, 공원·녹지는 줄이고, 용적률은 최대한 높이고, 임대주택은 피하고, 분양가는 높게 책정할 것이다. 즉 ‘도시’가 아니라 ‘상품’을 만들 것이다. 도시개발법은 다시 손질해야 한다.


등록일 : 2022-12-20 11:57     조회: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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