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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반도체 협정과 미국의 포함(砲艦)외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

미일 반도체 협정과 미국의 포함(砲艦)외교


 1990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이 주도했다. 세계 10대 반도체 업체 가운데 일본 업체는 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미쓰비시, 마쓰시타 등 6개업체나 됐다. 이들은 세계10대 반도체 업체 생산액의 65%를 차지했다. 미국은 10위 안에 인텔, 모토로라, TI등3개 업체가 들어갔다. 비중은 44%로 계속 퇴조하고 있었다. 유럽은 필립스가 10위내에 명함을 내밀었다. 한국은 1개 업체도 10위 안에 끼지 못했다.


 욱일승천의 일본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반격에 나섰다. 반격 무기는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이 아니라 힘이었다. 1985년 6월 24일 미통상대표부(USTR)에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 NEC등 7개 업체에 대한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의 반덤핑혐의 제소가 그 시발이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반덤핑 조사에 나서는 한편 반도체 협정체결 강요 등 전방위 적인 압박에 나섰다. 양국은 일본 반도체 수요의 20%를 무조건 ‘외국산’으로 채운다는 협정을 맺었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포함(砲艦)외교 같은 미국의 강압에 손을 들었다. 우리에게 다행인 것은 미국이 협정에 ‘미국산이 아닌 외국산’이라고만 규정, 무조건 미국제품을 사라는 식의 낮 뜨거운(?) 짓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오늘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존재하게 됐다. 


 2020년도 상황은 어떤 가. 세계 10위안에 든 업체는 미국이 6개, 한국이 2개, 대만과 유럽이 각 1개 업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등 2개 업체가 8백68억달러어치의 반도체를 만든다. 세계10대업체 생산액의 29%다. 미국은 10위안에 인텔, 마이크론, 퀄컴, 브로드컴, Nvidia, TI등 6개 업체가 들어가 있다. 이들 업체의 반도체 생산액은 1천5백67억달러로 10대업체 생산액의 52%다.  대만의TSMC는 4백54억달러, 유럽계 인피니언은 1백10억달러어치의 반도체를 만든다. 일본은 1개 업체도 10위안에 들지 못했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5개국(G5)이 맺은 플라자 합의도 금융을 통한 미국의 대일 포함외교다. 미국은 막대한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1달러대 2백25엔하던 엔화의 대 달러 환율은 1년후 1백20엔까지 하락했다. 90년대에는 한때 1달러당 80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본 업체들은 같은 값(달러)을 받고 수출한 대금이 엔화로는 종전의 절반수준으로 하락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수출단가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무역은 상대가 있는 법. 멋대로 값을 올릴 수가 없다. 일본은 기술개발과 원가절하로 최대한 버텼다. 원가절감을 위해 공장은 해외로 이전했다. 그러나 그 것도 한계가 있었다. 엔고(高)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버블이 발생, 주식과 부동산의 유례없는 호황이 이어졌다. 미국 부동산 사들이기 열풍도 불었다.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한 맨해튼의 록펠러 빌딩마저 일본인 손에 넘어갔다. 일 황궁을 팔면 캘리포니아를 사고, 토쿄를 팔아 미국 전체 땅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화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러나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일본이 거품을 끄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버불경제는 붕괴됐다.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저금리로 빌려 부동산을 사들였던 기업이나 개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리 인상마저 겹쳐 줄도산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 사들였던 부동산은 되 팔았다. 이 때 미국이 주도한 국제결제은행의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 8% 준수’는 치명타가 됐다. ‘묻지마 부동산대출’로 부실화된 일본 은행들은 도산, 합병이라는 수순을 밟아야 했다.  물건 만들기로는 도저히 일본을 누를 수 없었던 미국은 금융정책이란 수단을 통해 반도체처럼 일본을 다시 넉 아웃 시켰다. 


 “미국은 교섭이 뜻대로 안된다 싶으면 총잡이처럼 행동한다”-. 미국과 오랜 기간 통상교섭을 했던 황두연 전 통상 교섭본부장의 말이다. 서부극에서 보면 총잡이는 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상대의 실력이나 숙련도는 관계없다. 1대1 대결에서 이기면 된다. 그 것이 정의다.  당연히 빠르고 정확하게 총을 쏠 수 있는 총잡이가 이긴다. 미국은 통상교섭에서도 막판에 가면 “우리 제안에 예스 또는 노로만 답하라”는 식으로 윽박질러 뜻을 관철한다.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면 ‘전가의 보도인 수퍼301조를 발동, 제제에 들어가곤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관행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미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 감축법은 미국산 전기차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공정무역을 강조하던 미국의 공공연한 차별이다. 최근 반도체 지원법도 마찬가지다. 3백90억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미끼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면서 기업의 재무제표보고, 초과이익 환수, 기업비밀 공개 등 상식을 초월하는 요구를 한다. 네델란드의 ASML이 만드는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도 중국에는 수출을 하지 못하게 한다. 한국을 비롯 대만, 일본 등에게는 반도체와 자동차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도록 강요한다. 기술과 가격경쟁력으로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던 중국 화웨이의 몰락도 미국의 또 다른 포함외교 결과다.


 지금 한국은 북한의 핵 도발, 미중 기술패권경쟁, 칩(Chip)4 동맹가입,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등으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외교적 해법으로 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일 반도체 협정처럼 외교는 힘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적으로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경쟁력강화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여야는 상대방 죽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주말이면 친일규탄, 노조 시민단체 등 각종 이익단체의 내 몫 챙기기 소음만 무성하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무너진다. 


등록일 : 2023-03-16 09:54     조회: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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