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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의정치카페] 비명계 “퇴진이 혁신” 외치지만… 이재명, 당직개편으로 후폭풍 막기

허민 *(現)문화일보 대기자/ 전임기자, ,

비명계 “퇴진이 혁신” 외치지만… 이재명, 당직개편으로 후폭풍 막기

 

(23.03.28_문화일보게재)

 

허민의 정치카페 - 민주당 ‘혁신론 동상이몽’

 

더불어민주당이 위기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이 헛발질해도 민주당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질 않는다. 위기 극복을 위해 주류인 친명도 비주류인 비명도 혁신을 외치고 있다. 양쪽의 혁신은 인적쇄신이라는 지점에서 합류한다.


하지만 둘의 인식에는 긴 강이 가로놓여 있다. 친명의 인적쇄신은 이재명 대표 결사옹위, 즉 ‘대표직 유지’ 조치로 인한 후폭풍을 막으려는 응급처치 구상이다. 반면 비명의 인적쇄신은 ‘퇴진이 혁신이다’와 맞닿아 있다.


◇인적쇄신 동상이몽


이재명 대표의 당직 유지를 위한 방책은 민생 행보 및 대정부 공세를 ‘씨줄’로, 당직개편 등 인적쇄신을 ‘날줄’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공식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울산까지 내려가 현장 최고위원회를 주재했다. 검찰 기소 후 첫 현장 최고위 회의다. 이 대표는 3월 내내 현장 방문과 각종 간담회 참석 등 민생 스케줄을 집중 소화했다. 이런 일정과 메시지는 그대로 대정부 공세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통상 전략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고,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 대회’에 3주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가 비명 쪽의 퇴진 요구에 대응해 내놓은 내적 수습책은 인적쇄신 명분의 당직개편이다. 일부 친명이 내려오고 비명 의원들이 상당수 등용됐다.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바뀌었고, 전략기획위원장과 미래사무부총장, 일부 대변인도 바뀌었다.


인적쇄신은 비명 쪽의 ‘퇴진론’을 잠재웠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본질적인 건 당 대표의 거취로, 당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주 전 의원은 “인적쇄신으로 사법 리스크를 대처할 수 있을지 퀘스천 마크”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친명 조정식 사무총장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이 대표의 뇌 속에는 없는 선택지였다.


비명이 제기하는 인적쇄신의 탄착점은 이 대표의 빠른 사퇴다. ‘퇴진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진퇴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그러나 퇴진이 끝이 아니다. 이후 비대위원장 선임을 포함한 새 지도부 구성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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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혁신인가


혁신, 즉 ‘革新’이란 가죽을 벗겨내 바꾸듯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이다. 혁신은 반성과 성찰로 시작해 묵은 사람과 제도와 기풍을 갈아엎는 과정이다. 조지프 슘페터에 따르면 ‘창조적 파괴’다.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진솔한 평가, 대선 패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한 일이 없다. 문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인사는 사석에서 기자에게 “문 정부가 국민 분열의 책임이 있고,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잘못이 있다”고 말했으나 공론장에서의 발언은 아니었다.


문 정부 실정에 대한 반성은 친문의 반발이 우려돼,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은 개딸들의 반발이 두려워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검사 정권’의 공세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논리로 ‘이재명 방탄’에만 급한 나머지 반성은 없이 단결만 외쳤고, 성찰은 빠진 채 위기 대응만 요구했다.


혁신은 갈등과 대결, 때로 전복을 동반한다. 치열한 고투 없인 온전한 발전도 없는 법이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2년 불량 세탁기 사건이 터지자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며 신(新) 경영을 선언했다. 그게 혁신이다. 위기에 처한 민주당에 대입하면 “김대중 정신 빼고 다 바꾸라”쯤 될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해 집권 5년 만에 역(逆) 주류세력 교체를 당하고 있는 정당이 이렇게 미적대는 건 정상이 아니다.


정치 혁신의 핵심은 비우고 채우기다. 조선조 문신 김육은 상소문에 이렇게 적었다. ‘어찌 염치를 모두 잊어버리고,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 모르면 되겠습니까.’ 퇴진할 줄 모르는 후과(後果)는 어떨까. 당시 문인 임억령의 말대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 모르면 엎드러거꾸러질(顚跌) 것”이다.


◇이재명의 결심


최고의 혁신은 지도력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앞에는 두 개의 혁신 과제가 있다.


첫째, 개딸들과 헤어질 결심. 이 대표는 개딸들이 비명 이원욱 의원을 ‘악마화’하며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금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당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문자 폭탄, 막말과 욕설, 조작 등 개딸들의 집단행동을 중대한 해당 행위로 다스려야 한다.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개딸들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면 공당의 자격이 없다.


둘째, 이 대표 본인의 질서 있는 퇴장. 사법 리스크를 안은 지도자가 조직의 부담을 덜기 위해 퇴진을 명확히 해야 하는 건 최소한의 책무다. 친명 핵심인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이 대표가 연말이 가기 전 대표직을 내려놓고 차기 지도부의 소프트 랜딩을 돕는 ‘질서 있는 퇴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문화일보 3월 14일자 6면 ‘허민의 정치카페’ 참조).


전망을 말하자면 둘 다 어렵다. 이 대표가 개딸들의 폭주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우려를 표명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팬덤의 열광적·전폭적 지지에 기대 정치 생명을 이어가는 그가 이들과 헤어질 결심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선택에 가깝다. 질서 있는 퇴장 역시 앞으로도 검찰의 소환 통보나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미 ‘옥중공천’이란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대신 이 대표가 택한 옵션은 내적으로는 친명 진영이 장악하고 있던 당직 일부를 개편한 탕평책이고, 외적으론 대정부 투쟁을 앞세워 총단결을 부르짖는 우회 돌파책이다.


◇은폐되는 위기 담론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는 언론 기고문에서 진보정당의 위기가 은폐·축소되는 두 가지의 이유를 꼽았다. 하나는 ‘적=보수 진영’과 싸우는 민주화 프로젝트가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적’이 집권하면 보수정부 비판론과 견제론이 내부의 위기론을 압도한다는 것.


확실히 투쟁 담론은 위기 담론이 설 자리를 빼앗는다. 문제는 위기 담론의 은폐가 위기의 소멸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혁신이 없으면 위기는 파국을 부른다. 당직개편이 민주당 위기의 근본적 방어책이 될 수는 없다.


용어설명


‘창조적 파괴’는 조지프 슘페터가 1912년 발표한 ‘경제발전론’에서 제시한 개념. 기업의 이윤과 경제 발전은 혁신적 기업가정신과 ‘창조적 파괴’로 인한 생산요소의 결합에서 파생된다고 역설.


‘신(新) 경영’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선언. 그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종사자들에게 폐습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자고 촉구.


세줄요약


혁신론 동상이몽 : 위기의 민주당에 혁신론이 번지는 중. 친명과 비명의 혁신론은 동상이몽. 친명은 이재명 대표직 유지 후폭풍을 막기 위한 인적쇄신을 강조하나, 비명은 ‘퇴진이 혁신이다’라는 구호와 맞닿아 있음.


무엇이 혁신인가 : 혁신은 반성과 성찰로 시작해 묵은 사람과 제도와 기풍을 갈아엎는 것.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진솔한 평가나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을 한 일이 없음. 혁신은 때로 갈등과 대결, 전복을 동반.


이재명의 결심 : 이 대표가 개딸과 헤어질 결심, 본인의 질서 있는 퇴장 등 혁신과제를 이행하기는 어려울 듯. 현재 대정부 투쟁 담론이 위기 담론을 은폐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혁신이 없으면 위기는 파국으로 이어질 것.


등록일 : 2023-03-29 10:23     조회: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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