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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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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정치는 자유의사로 참여한 시민들이 토론과 합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공동체가 지켜야 할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민주주의는 정치를 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정치와 민주주의는 말로 한다(정치란 무엇인가, 함재봉 저). 정치와 민주주의 유일한 수단은 말을 통한 설득이다. 강제나 폭력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은 정치영역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치는 연설이다. 명 연설은 국민을 감동시킨다. 정치 지도자는 이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어 권력을 잡는다. 어려운 난국도 감동적인 말로 돌파한다. 역사상 그런 예는 무수히 많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비롯, 케네디, 처칠 영국 수상,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루터 킹 목사 등등. 그들의 명연설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고전이다.


 링컨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년 11월19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 연설 중 하나이자, 가장 위대한 연설로 손꼽힌다. 그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 지구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이 위대한 과업에 우리 자신을 바치자”는 말로 미국의 건국이념을 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이 어떤 나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지 그 비전을 보여 줬다.


 1940년 5월13일, 2차대전 중 총리로 임명된 처칠은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 없다…,우리의 정책은 전쟁이고, 우리의 목표는 승리…모두 일치 단결하여 앞으로 나가자”며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다’고 호소했다. 처칠은 이 연설로 독일과의 전쟁을 피하려는 대독(對獨) 유화론에 쐐기를 박고 국민의 항전의지를 불태워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나라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묻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1961.1.20)도 왠만한 사람 모두가 외울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다. 그의 이 연설은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시민이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의 당선과 이 연설은 당시 젊은 세대에게 공적영역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이들을 정치로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되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이 연설을 듣고 정치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마르틴 루터킹 목사는 1963년 8월28일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로 전세계에 흑인인권운동의 당위성을 각인 시켰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의 네 어린 자식들이 자신들의 피부색이 아니라 자신들의 인격으로 대접받는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입니다…”라는 구절은 미국인 모두를 감동시켰다. 그의 이 연설은 ‘말콤 엑스’처럼 무장투쟁을 주장하던 흑인사회에서 비폭력 인권운동이 대세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사(2017.5.10)도 한 때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바라는 모든 이를 감동시켰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취임사와 ‘달리 갈라치기 정치, 이념 집착 정책’ 등 전혀 다른 행보로 국민을 실망시켜 정권재창출에 실패했지만-.


 이처럼 정치인의 연설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큰 무기다. 뛰어난 수사(修辭)로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갈갈이 찢어진 나라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말로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기에 얼마나 좋은 자리인 가. 그런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쓸데없는 말이나 실언으로 평가절하나 당하고 있다. 


 최근의 한일 관계를 예로 들어 보자. 여론 조사를 보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절반이상의 국민이 원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징용해법 등을 통한 관계 정상화 추진은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정부의 대 국민 설득 능력 부족과 실언으로 점수를 까먹은 탓이다. 연금과 노조개혁,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정의 큰 틀도 마찬가지다.  방향은 옳은데도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포장이 엉성해 품질도 조악한 것처럼 보이는 탓이다. 


 대통령의 말 하나하나가 모두 정치행위다. 고도의 수사와 정제된 언어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없는, 검사 출신 윤대통령의 언어는 거칠다. 직설적이고 감동이 없다. 게다가 언론 환경도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홍보, 정무 담당 보좌진의 역할이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참모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아닌가. 유능한 참모를 기용,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윤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등록일 : 2023-05-24 10:39    조회: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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