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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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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법관의 저울이 흔들릴 때

김종민 *S&L 파트너스 변호사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前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법관의 저울이 흔들릴 때


(2024.04.01._법률신문 게재)

 

사법불신은 공정사회의 적법은 정의로워야

 

하지만 정의롭게 보이는 것도 중요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법치주의 위기로 직결된다

 


정치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법 앞의 평등이나 사법정의 같은 거창한 말 이전에 일반시민의 상식을 말하고자 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야기다. 재판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침대 재판’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4년간의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수사와 기소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까지 충분히 고려해 증거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결을 선고했을 텐데 항소심 재판부가 법정 구속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검사와 변호사로 30년간 지내면서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실형이 선고된 사건을 법정 구속하지 않은 사례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황운하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함께 기소돼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권력과 경찰 조직을 이용해 선거 부정에 개입한 심각한 사건인 데도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에 1심 판결이 선고되면서 송철호 전 시장은 임기를 마쳤다. 제21대 국회의원 27명이 재판 중이고 그중 20명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고 하는데 형 확정이 늦어지는 틈을 타 4년 임기를 채우고 재출마까지 한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법정구속을 면한 조국 전 장관은 조국혁신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고 황운하 의원도 같은 당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나섰다. 형사사법은 무엇보다 효과적이고 신속해야 하는데 일그러진 대한민국 사법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이 아닐 수 없다. 


법은 누구의 편인가. 시민들이 법을 존중하고 따르게 하려면 그 법이 근본적으로 공정하다고 믿고 사법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헌법에서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고 법관의 신분보장을 규정하는 것도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수호하라는 국민적 명령의 표현이다. 법치주의는 통치자가 아닌 법이 주권자이며 통치자가 누구이든 법이 그의 행동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이 누구에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면 법치주의를 말할 수 없다.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법이 적용돼야만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커먼로(common law)’가 ‘공통의 법’이라고 불린 건 치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깊은 의미를 잊으면 안 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정치질서의 기원》에서 성공적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국가, 법치주의, 책임정부라는 세 가지 정치제도가 안정적 균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법률제도가 정당해야 하고 권위를 갖추었다고 인식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비자는 ‘거울이 흔들리면 밝지 못하고 저울이 흔들리면 바르지 못하니 법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제화공이 본분을 잃고 타락했다고 해서 국가가 위기를 겪지는 않지만 법률과 국가의 수호자들이 타락하면 국가는 망하고 말 것이라고 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경고도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사법불신은 공정사회의 적이다. 법은 정의로워야 하지만 정의롭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과연 조국 전 장관이 아니었어도 유사한 사안에서 예외 없이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법치주의의 위기로 직결된다. 법관의 저울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정의와 형평의 상징이어야 한다.

등록일 : 2024-04-01 09:50     조회: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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