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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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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 "이 나라가 자기들만의 나라인가, 이대로면 모든 게 속절없이 무너져"

바른사회운동연합

※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바른소리쓴소리 인터뷰에 소개한다.
 
 

윤증현 前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72)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렇게 말문을 꺼냈다..

"요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지금 정부가 하는 걸 보면 희망이 안 보이고 내가 말해봐야 바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의욕이 없어졌다."
 
그는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한 주역이다. 당시 그가 3%의 경제성장 목표를 -2%로 대폭 수정했을 때 정부 위신(威信)의 추락이어서 반대가 심했다. 그는 '정부는 정직해야 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이듬해에는 성장률을 6%로 회복시켰다.

그런 그가 "정책이 잘못됐거나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을 바꾸거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정책 잘못을 시인할 줄 모른다"며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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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전 장관은“경제 컨트롤타워가 청와대 비서관인가. 왜 경제부총리 자리를 뒀는가”라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당신이 성장 중심의 우파(右派) 경제에 속하니까 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못마땅한 것 아닌가? 경제를 보는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나?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무엇이 국민을 잘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답이 나와 있다. 지금 세계 경제성장률은 3.9%로 호황(好況)이다. 우리는 2.9%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혼란이 일어나고 역대 가장 낮은 고용률과 높은 실업률이 무얼 말하는가. 통계청 자료에서 입증되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니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정책은 현 정권의 존재 이유인데 바꿀 수 있겠나?
 
"어떻게 이뤄 놓은 대한민국인데 이 나라가 자기들만의 나라인가. 이런 식의 정책 운용이면 모든 게 속절없이 무너진다."

―여권에서는 지금 경제의 어려움은 지난 정권의 적폐 탓이라는데?

"무책임한 소리다. 완전히 망하고 싶으면 '전임자와 언론 탓으로 돌리라'는 말이 있다."

―높은 실업률, 취업난, 신성장 동력 부재 등은 역대 어느 정권도 들어왔던 소리다. 경제가 어렵다고 했지 경제가 좋다는 언론 보도를 한 적이 별로 없는데?

"과거 정권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극복하고 이 정도까지 왔다. 하지만 이번 정권의 경제 운용은 몹시 위험하다."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경제정책의 내용과 체계는 확실히 잡혔다'고 했다. 성과가 나려면 시간을 두고 좀 더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나?

"정책이나 투자의 회임(懷妊) 기간이라는 게 물론 있다. 하지만 현 정권이 지금까지 해온 탈원전, 최저임금, 주 52시간 정책마다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방향이 틀렸으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악화된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검증된 바 없고 말이 안 되는 이론이다. 현실을 비틀어 이론에 맞추려 하니 지금의 혼란이 나타나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서민층의 소득을 늘려줘 돈을 쓰게 해 성장하겠다는 것인데.

"소득을 늘려서 성장이 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생겨야 소득이 느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것인데 그 임금을 누가 주나? 정부가 주는가? 그건 민간 기업이고 소상공인이다. 이번처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들고일어나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고 한 적이 지금껏 있었나."

―내년 최저임금 8350원 인상 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난리가 났지만,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는데.

"경악스러운 발언이었다. 한노총과 민노총 등 대기업 노조원의 복지만 보이고, 이런 영세 자영업자들은 국민으로 안 보이는 모양이다. 영세민들의 일자리가 다 날아간다.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는 정부 재정을 집어넣고 가맹점 본사와 건물주를 때리는 것이 정상인가."

―보수 정권에서 성장 중심으로 해오면서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가 심화됐으니, 분배와 복지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하지 않는가?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와 정책의 배열 때문이지 분배와 서민 소득을 신경 안 쓴 역대 정부가 어디에 있느냐. 양극화가 심하다고 하는데 OECD 국가에서 그렇게 심하지 않다. 최저임금도 낮은 것이 아니다. 사실을 왜곡해 선전 선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현 정권에서 서민 계층이 더 어려워졌다. 시장과 통계가 증명하고 있지 않나. 현 정부는 시장에 대한 존중이 없다.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지금 정부는 민간과 기업, 시장이 해야 하는 일을 자기가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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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소득을 늘려주고 저녁 있는 삶을 해주겠다는 선의의 취지는 받아들일 만하지 않은가?

"무슨 말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있다. 국민 세금을 받는 공무원이 책상에 앉아 시장도 모르면서 잘못된 정책을 만들어 국가 자원을 낭비하고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데 선의라서 용납될 수 있나.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당장의 부작용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제는 세계적 추세가 아닌가?

"정책은 진공(眞空)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주어진 현실 환경에서 그 정책이 수용될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려면 업종과 지역별 차등화를 해야 한다. 조선소와 반도체,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이 다르고, 서울과 지방의 물가도 다르지 않은가. 주 52시간제도 업종마다 다를 수 있다. 휴일과 밤낮이 없는 언론사가 정말 52시간제를 할 수 있나. 지킬 수 없는 법을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근무시간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율 협의로 해야 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지 않은가, 그 나름대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인데.

"이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상식선에서 너무 이탈해 있다."

― 관료 선배로서 이런 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나?

"이들이 어떤 자세로 공직을 맡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떤 조언을 한들 먹힐지 자신이 없다. 이렇게 입장이 다른 이들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이다. 원전(原電) 건설에 앞장서 온 산자부가 정권이 바뀌자 원전 폐쇄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맞는다고 느낀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를 놓고 청와대와 경제 부처, 여당 간에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그래서 시장이 더욱 혼란스럽다. 김동연 부총리의 말은 전혀 먹히지 않는 것 같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청와대 비서관인가. 대체 왜 경제부총리 자리를 뒀는가. 그가 역할을 못하도록 한 것은 결국 대통령인 셈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청와대 핵심들이 생각하는 경제정책 방향과는 안 맞는 사람이 아닌가?

"그러면 애초에 그쪽 생각과 맞는 사람을 앉혔어야지. 원래 일은 내각이 하고 청와대는 지원해야 한다. 지금은 거꾸로 됐다. 청와대에서 모든 걸 장악하고 각 부처는 있으나마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의 지배 구조'를 운운하는데, 대기업의 지배 구조를 탓하기 전에 현 정부의 지배 구조가 훨씬 더 문제가 있다."

―청와대는 마치 모든 계열사를 좌지우지하던 과거 재벌 회장의 비서실을 연상케 한다. 미국 백악관 직원은 400명이 안 되는데 지금 청와대 비서실 직원은 500명이 넘는다

"청와대 조직이 너무 방대하다. 이번에 최저임금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자영업자·소상공인 담당 비서관 신설을 확정했다고 한다. 비서관만 만들면 해결되나. 청와대에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이 따로 있는데 이해가 안 된다. 일자리 없는 경제가 있나, 경제수석이 일자리 빼놓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는가."

―정부의 지배 구조부터 바꿔야겠지만, 현실에서는 이 정권은 칼자루를 쥐고 대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요즘 대기업은 마치 줄 서서 기합받는 졸병 같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지금처럼 대기업의 지배 구조에 칼을 대려고 했다. 정권의 역점 사업이었다. 당시 기자가 금감위원장인 내게 의견을 물었을 때 '굉장한 위험한 짓을 한다. 기업의 지배 구조는 무엇이 옳은지 정답이 없다. 그 나라의 사회·문화 환경과 업종별로 다를 수 있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내 종업원에게 봉급 많이 주고 국가에 기여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 말이 파장을 일으킨 적 있다."

―대기업이 우회 상장 등을 통해서라도 지배 구조에 집착하는 것은 후계 상속과 관계돼 있다. 정상적으로 하면 상속세가 너무 높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모기업을 팔아야 하거나 아예 경영권을 내주게 되기 때문이다.

"자녀 상속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일 수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양도세와 부가세까지 합쳐 65%에 달한다.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법인세, 배당세, 개인소득세, 양도세까지 이미 다 냈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만 했는데, 인정해줄 부분도 있지 않은가?

"일자리 창출을 첫째 목표로 한 것은 잘했다. 그런데 정책이 엇박자가 나면서 더 혼란해졌다."

―대통령도 나라가 잘되는 쪽으로 해보려는 것이지, 망하는 쪽으로 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시장을 존중하고 성장 담론이 있어야 한다. 투자를 해야 성장이 이뤄지는데, 투자가 일어나려면 규제를 혁파해야 하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어떤 길을 말하는가?

"의료를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 바이오 산업 등에 민간이 투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도대체 21세기에 원격진료도 허용 안 되는 나라가 어디 있나. 노동 개혁은 현 정권 들어와 노조에 밀려 훨씬 더 후퇴했다. 이런 규제와 기득권이 요즘 말로 '적폐'다. 현 정책의 궤도 수정 없이 항해하는 것은 자해(自害) 행위다. 이대로 가면 이 정권은 결국 경제로 망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2/2018072201953.html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등록일 : 2018-07-26 14:32     조회: 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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