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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년기획 인터뷰] "위기를 위기로 인식 않는 위정자들…한국경제 최대 리스크"

금융위기 당시 `특급 소방수` 윤증현 前장관

바른사회운동연합

▲ 사진설명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윤경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73)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된 수많은 정책적 노력에 대해 진한 아쉬움과 염려를 드러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는 정부가 세운 목표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전술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경제에 대한 거시적 진단부터 일자리 정책을 비롯해 노동개혁, 규제개혁, 혁신성장, 저출산 문제, 교육개혁에 이르기까지 그의 분석과 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윤 전 장관은 2007년 금융위원회 전신인 금융감독위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2년 만인 2009년 2월 금융위기를 수습하라는 특명을 받고 경제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2009년 0.7%로 급락했던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6.5%로 올라서자 그에겐 `특급 위기 소방수`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한국 경제 위기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현 상태를 위기라 할 수 있나.

▷위기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경기 순환적 측면에서 보면 첫째,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 둘째,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셋째,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산업 경쟁력이 추락했다. 마지막 남은 반도체마저도 중국의 추격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외부 요인까지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찌 위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정치인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위기를 위기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를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까.

▷과거 두 차례 큰 위기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였다. 이때는 실물경제, 즉 펀더멘털은 큰 문제가 없었다. 외환·금융시장을 살리면 튼튼한 실물이 경제 회복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금 위기는 실물경제도 무너지고 있다는 게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분배 위주 정책이 빚은 참사다. 전혀 구조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정책 등을 밀어붙인 여파다. 다시 금융이나 외환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실물과 함께 `이중 쇼크`가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이럴 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결국은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고 민간을 중심에 두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를 누려온 국민은 지금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혼란스러워한다. 자유시장경제로 전면적인 국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것이 무색하게도 고용 상황이 최악인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정부가 일자리를 정책 목표 우선순위에 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결과가 전혀 기대 밖으로 나온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전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이미 좋은 직장을 가진 노조원들에게만 효과가 있는 정책이었다. 노조라는 울타리 밖에 있는, 지금 당장 취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는 오히려 줄이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목표와 전략·전술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고용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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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현 정부에서 노동개혁 문제는 전혀 다루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2100만 근로자 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가입한 이들은 200만명에 불과하다. 지금 그 사람들이 전체 근로자 이익을 대변하고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노조를 결성할 형편도 안 되는 근로자들, 미취업자들에게 이들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냐는 것이다. 현 정부와 같은 친노조·반기업 기조에서는 경제의 미래가 없다. 정부가 어떻게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례를 참고했으면 한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에 미국 경제가 순항했던 가장 큰 근본 바탕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고, 노동시장 질서를 확실하게 잡은 것이다. 대처 총리는 강성 노조인 탄광노조가 무리한 파업에 돌입하자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동시에 서민들에게 공급되는 전기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비밀리에 호주에서 석탄을 수입해 보관해 놓고 6개월간 파업에 맞섰다. 노동개혁은 그 정도로 용의주도하고 치밀하게 해야 한다. 그런 결기가 아니고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개혁하기는 힘들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수평적인 협조가 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가 상당히 어렵다. 민주노총은 외부에서 아무리 질타해도 대화를 위한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지 않나. 정말 노조에 호소하고 싶다. 이제 좀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돌아가자고. 현 노조원들은 나름대로 혜택을 받고 기득권을 누린 사람들 아니겠나. 세상에 일자리가 없어 피눈물 흘리는 젊은 청년이 얼마나 많은데, 노조원들이 일자리를 자식들에게 승계하는 게 말이 되나. 노동개혁은 정치권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자면 국가 지도자의 결단이 필수적이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은 함께 이뤄야 한다. 노조가 강성인 이유는 떨어져 나갔을 때 사회안전망이 약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말하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규제는 역대 모든 정권에서 되풀이된 문제였다. 이전부터 논의돼 오던 의료산업화, 교육산업화, 관광산업화 등에서 거의 진척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이익집단과 이에 편승한 시민단체, 또 이들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합세한 결과다. 규제 개혁은 정치인들과 함께 정부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정말 책임감 있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이 기득권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승적으로, 그리고 고압적으로 협의·조정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혁신성장과 투자의 주체는 기업인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과 기업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자유와 자율을 바탕으로 한 창의력의 발현이 핵심이다. 정부는 기업이 뛰어놀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를 감시하면 된다. 기업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지 않고 공정경제만 강조하면 기업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공정경제가 혁신성장과 충돌한다는 말인가.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은 단기적으로 충돌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조화가 필요한 대상이다. 그런데 요즘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일을 보면 좀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얘기하는 데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가장 합리적인 지배구조는 국가와 여건, 전통, 업종, 관행 등에 따라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중심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중 어느 것이 가장 적절하냐는 문제와도 같다.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모든 기업에 똑같은 지배구조를 강요할 때 리스크가 잉태된다.

―요즘 기업하기 어려워 가업 승계를 포기하려는 기업인이 많다.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업 승계는 전혀 나쁜 게 아니다. 기업 하나가 그냥 세워지는 게 아니다. 자식한테 넘기고 싶은 것을 (사회가) 부인하면 안 된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가업 승계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100~200년간 지속하는 기업이 많다. 독일은 히든챔피언이 1만7000개다. 실질 상속세율이 5%도 안 되는 게 큰 배경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50%고, 대주주 경영권 승계 할증이 더해지면 65%까지 늘어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다. 회원국 중 절반가량인 17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상속 재산은 이미 다 세금을 낸 것이라 이중 과세라는 이유 때문이다. 사업소득세, 배당소득세, 이자소득세 등 다 내고 은퇴해 자식한테 넘기려니까 또 세금을 내라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 그래서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많은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업 승계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속·증여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소득인데 왜 상속세는 세율이 더 높아야 하나. 상속·증여세율을 OECD 평균인 26%로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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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저출산 문제인데.

▷우리 경제에서 제일 심각한 게 인구 문제다. 숫자가 줄면 일할 사람도 없어지지만 시장 규모도 줄어든다.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나라가 없어지는 셈이다. 저출산 추세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비효율적인 저출산 대책을 인구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펴라는 말이다. 다행히도 전 세계적으로는 인구가 늘고 있다. 남는 인구를 우리가 데려올 생각을 해야 한다. 이미 우리가 다문화 사회가 된 지도 오래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처럼 폐쇄적으로 갈 게 아니라 인구와 이민 문제를 전담할 `인구청`을 만들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잇단 대책으로 집값이 잡히고 있는데 이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나.

▷근본적인 해결은 아직 안 됐다. 교육 문제도 반드시 같이 손봐야 한다. 서울 강남 집값은 오히려 정부가 급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게 특목고와 자사고 모집 일정을 일반고와 겹치게 한 점이다. 이는 특목고와 자사고 선호를 줄이는 것으로, 강남 내 교육 수요를 오히려 늘리는 일이다. 특목고는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기능을 해왔다. 이런 것들을 정부가 국무회의 등을 통해 조율해 줘야 한다. 보유세는 올리는 게 맞는다. 그러나 정책은 늘 동전의 양면을 봐야 한다.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는 낮춰줘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유지된다.

―정부가 교육개혁에 너무 무관심한데.

▷우선 대학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전국에 400개나 있지 않나.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교육개혁은 혁명을 하듯이 해야 한다. 대학에 맡겨야 한다. 특히 대학 설립을 자유화했으면 없애는 것도 자율화해야 한다.


▶ 윤증현 전 장관은…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법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 석사 △1971년 행시 10회 △재무부 금융국장, 재정경제원 세제실장, 금융정책실장 △1999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2004년 8월~2007년 8월 금융감독위원장·금융감독원장 △2009년 2월~2011년 6월 기획재정부 장관 △2011년 윤경제연구소 소장

[대담 = 정혁훈 경제부장 / 정리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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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경제
등록일 : 2019-01-07 15:52     조회: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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