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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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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국회의 모습 초라하기만 하다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종흡

  지난 5월 말로 제20대 국회 전반기가 막을 내렸다. 앞으로 2년이 더 남아 있는 시점에서 국회가 한 일의 공과를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냉철한 평가 없이는 미래를 점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우선 제19대 국회를 되돌아보자. 우리는 19대 국회가 헌정사 상 최악의 비능률 국회로 평가했었다. 과반 수 의석이 넘는 여대야소의 국회로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4년의 임기 내내 여야 간의 극한적 투쟁과 갈등으로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싶었던 개혁 쟁점법안은 물론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의회정치의 미덕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거나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국회법 조항의 덫에 걸려 방치된 채 폐기되었다. 의안 처리율 49%, 가결률 18%는 역대 국회 중 최저의 수치였다.
 
  19대 국회는 지나간 일로 치고 이제 20대 국회의 현실로 눈을 돌려 보자. 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출범한 정치구조 상의 여건으로 보아 이번 국회가 순탄하리라고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동란, 4·19, 5·16, 10월 유신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지난 전반기 국회 2년 역시 정치적 격변기였다고 생각된다.
 
  2016년 초 보수여권의 공천파동에서 비롯된 민심이반, 그 해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시위,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박근혜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여당의 분열, 20173월 헌재의 탄핵 판결, 이어진 대통령 보궐선거와 정권교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전개된 남북미 간 대화의 급진전 등 참으로 짧은 기간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201669일 개원 직전부터 전개된 이러한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은 국회의 활동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적 외생변수들이 전개될 때 국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정치적 아레나(arena)에 스스로 함몰되어 국민이 위임한 헌법적 권한과 책무를 게을리 해도 되는 것일까. 선진 의회에서 여야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혹은 중대한 사회적 사건이 발생한다고 해서 의회 본연의 임무수행이 파행되거나 중단되는가. 의회의 성숙도를 가름하는 잣대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지난 헌정사를 뒤돌아볼 때 우리 국회의 후진성은 너무나 명백하다. 조금 지나친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국회 모습은 건국 후 제5대 국회까지의 활동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한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회에 주어진 권한의 강화와 확대를 위하여 많은 제도적 보완노력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회소집요건의 완화, 회기제도의 보완을 통한 연중국회 지향, 국정감사와 조사의 부활, 청문회제도의 도입 등이 다 그런 것이다. 어찌 보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의회가 지니고 있는 좋은 제도는 다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7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이러한 제도와 현실 사이에 너무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 같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20대 국회 전반기의 모습 또한 예외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먼저 회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자. 343회로부터 360회까지 18회의 국회를 소집하여 총 회기일은 509일이다. 이 수치는 외관상으로는 2년 중 69.7%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국회가 문을 열어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연중국회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내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 18회의 회기 중 7회의 회기는 공전되거나 많은 날이 파행되었다. 509일의 회기일 중 본회의 개회일 수는 90일에 불과하고 그것도 안건처리가 아닌 대정부질문이나 공전일 등 47일을 제외하면 43일에 불과하다.
 
  위원회 회의 현황 또한 다를 바 없다. 18개 위원회(16개 상임위와 예결특위 및 윤리특위)의 회의 개최일 수를 보면 총 509일의 회기일 중 전체회의 907, 소위원회 659일이었다. 이 수치를 분석해 보면 위원회 평균 전체회의 50, 소위원회 37일이 열린 것으로 두 회의를 합하더라도 87일에 불과하다. 위원회중심 운영제도 하에서 이러한 위원회 실적은 너무나 초라하다.
 
  두 번에 걸친 정기국회 기간 중 국가의 예산을 다루는 예결특위의 회의 실적 또한 지난 국회보다 개선된 점을 찾아 볼 수 없다. 346회 정기회에 전체회의 9, 소위 13, 354 정기회 중 전체회의 8, 소위 12회에 그쳤다.
 
  다음은 입법기관인 국회의 법안처리 현황은 어떠할까. 국회에의 법안제출 동향을 보면 17대 국회 이후 법안 수 특히 의원발의 법안의 기하급수적 폭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동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총 건수(2018531일 기준 통계)13,405건으로 의원발의 12,106, 위원장 발의 612, 정부제출 687건이다.
 
  이 중 28%3,748건이 처리됨으로서 현재 9,657건이 계류되어 있다. 처리건수 중 가결건수는 1,438건으로 10.7%의 가결률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2년의 잔여기간이 남아 있어 임기 말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지난 19대에 이어 최악의 오점을 다시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전반기 국회의 실태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위에서 분석한 회의운영과 법안처리 현황만을 보더라도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국회운영의 고비용·저효율이다. 외생적인 정치적 이슈나 정파적 갈등 또는 사회적 사건, 사고에 매몰되어 입법, 예산심사, 국정통제와 같은 국회 본연의 임무에 소요하는 시간보다 대립과 갈등에 소모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회의 오랜 고질병이다.
 
  둘째는 무더기 의안처리의 적폐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벼락치기로 시험 공부하는 수험생의 모습과 흡사하다. 원내대표 간의 합의 없이는 의장이 의사일정조차 정하기 어려운 현행 국회법 제도도 문제이지만 의사일정이 확정된 후에야 가동되는 자율성 없는 위원회도 문제다. 안건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임시회의 경우 하루나 이틀, 정기회의 경우 6일이나 7일 정도 여는 의회가 우리 국회 말고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는지 궁금하다.
 
  전반기 국회의 예를 보자. 19일 간의 회기로 열린 358회 임시국회의 경우 하루밖에 안 연 본회의에서 73건을 처리하였고 349회 임시회에서는 무려 하루에 167건을 처리한 바 있다. 우리 국회도 선진 의회처럼 하루 속히 본회의와 위원회 회의를 정례화 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 관하여는 하루 속히 국회법 관련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셋째는 토론의 부재다. 대의민주 국가에서 토론 없는 의회는 죽은 것과 같다. 우리 국회에서 토론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오래 전부터 강조된 바가 있다. 청문회와 공청회와 같은 제도의 도입도 실은 토론을 위한 정보와 자료수집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법안 어느 하나도 국민의 민생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없다.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요한다.
 
  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얼마나 토론이 이루어지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어 알 수는 없으나 여야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토론을 생략한 채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본회의 경우는 더욱 토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반기 국회의 마지막 회기의 마지막 날 본회의의 예를 보자. 50여 건을 무더기로 처리하면서 토론을 한 법안은 최저임금법 단 한 건이었다.
 
  미국의회에서는 법안이 제출되면 발의 의원이 중심이 되어 토론담당 팀이 구성되고 이들이 위원회 심사과정에서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토론을 주도한다. 우리 국회도 이제는 이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후반기는 특권 없이 일 잘 하고 신뢰받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쓴 이: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 종 흡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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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흡 이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성균관대 행정학박사
국회입법차장(前)
공주대 객원교수(前)
現 수필가 시인
등록일 : 2018-06-22 10:04 | 조회: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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