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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은 동네북도 아니고 얼굴마담도 아니다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종흡

  이제 문희상의원을 새 국회의장으로 선출함으로써 제20대 국회 후반기가 본격적인 운영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새 의장에 바라는 바 크다.
 
  국회의장의 직위는 헌법상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3부 중의 하나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국회 사무를 감독하는 국가적 중책이다. 그 선출도 상임위원장 등 다른 국회직과는 달리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를 요하도록 함으로써 최소한 제도상으로는 의원들의 신임이 두터운 사람이 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 권익의 최후 수호자로서 그 직책이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볼 때 대통령의 피임자 내지는 소속정당의 대리인과 같은 이미지가 부각되어 있어서 그의 중립적 위치가 크게 훼손되었던 게 사실이었다. 과거 국회의장의 면모를 보면 적어도 민주당 정권 시절인 제5대 국회까지만 해도 이승만, 신익희, 곽상훈 등 국민적 신망을 받는 거물 정치인들이 직을 이어 갔다. 후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특히 유신 이 후부터는 그 위상이 점차 쇠퇴하면서 강력한 대통령과 그 소속 정당인 여당이 지명하는 직 정도로 인식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회의장의 지위와 역할이 지금처럼 더욱 위축되게 된 계기는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1988년 실시된 제13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 3김이 이끄는 야당들이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된 시기였다.
 
  당시 종전에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되어 있던 국회법상의 여러 조항이 각 당 원내대표(교섭단체 대표)들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제도화함으로써 국회 운영의 주도권이 명실공히 각 정당의 손에 돌아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국회의장에 대한 불신에서 초래된 것으로 이해된다. 결과적으로 의장이 국회를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는 의사정리권과 질서유지권이 현행 국회법상으로는 명목상으로만 의장의 권한으로 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 후 대가 바뀔 때마다 국회 개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위상을 회복시켜주자는 논의가 있기는 하였으나 실현되지 못하였고 다만 한 가지 보완장치로 도입한 것이 이른바 국회의장의 재임 중 소속정당 이탈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유일하게 영국의회에서 관례상 정립된 것으로 우리 제도와 다른 점은 영국의장은 여야소속에 구애받지 않고 의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의원 중에서 선출된다는 점이다. 선출됨과 동시에 당적을 이탈하며 재임 중 정당 활동에 일체 참석치 않음은 물론 평의원과의 식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절제된 생활을 한다. 그 대신 본인이 다시 출마할 의사를 표명하면 그 선거구에는 모든 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아니한다. 전후 한 동안 파행과 충돌 사태를 경험한 일본 의회도 그 해소방안으로 의장당적이탈과 함께 의사협의회를 구성한 적이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 국회의장은 재임 중 잠시 소속정당을 이탈하였다가 이임 후에는 다시 복귀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야당 의원의 눈에는 의장이 되기 위해서 일시 친정을 떠나 있는 사람 정도로 비치게 마련이다.
 
  이러저러한 연유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국회가 열릴 때마다 해괴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회기가 개시되면 국회 운영의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지니고 있는 의장은 국회 의사일정 마련의 협상창구인 각 당 원내대표 회담 결과가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게 되고 끝내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들을 의장실에 초치하여 차 대접을 하면서 타협을 종용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다.
 
  회기 중 쟁점 사안을 둘러쌓고 각 당간의 첨예한 대립양상이 벌어져 본회의나 위원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되어도 의장으로서는 각 당간의 타협을 독촉하는 이외에 뾰족이 해낼 일이 없다. 더욱이 쟁점 의안의 처리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극한대립이 야기되어 여당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강요하고 야당은 이에 극렬 반대하는 경우 의장은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 마련이다. 여당의 입장을 들어주자니 야당의 불신을 받게 될 것이고 야당의 편을 들어주자니 정치적 후원자인 친정 여당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의회제도면에서 각국의 의회 지휘체제를 보면 의장의 단독적 결정권을 보장하는 단일 지휘체제와 의장이 원내에 공식적으로 설치된 의장협의기구와의 협의 또는 자문을 받아 결정하는 집단 지휘체제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 예는 미국과 영국의 의회이고 후자의 예는 독일, 프랑스 등 대륙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의회에서 의장의 강력한 단일 지휘체제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양국 모두 양당제의 전통이 확립되어 있는 데다가 미국의 경우 분권화된 정당 체제와 이에 따른 약한 의원의 당의 기속성 그리고 정부와 의회의 대립 구도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우는 반대로 강한 당의 기속성과 정부·여당 대 야당의 대립 구도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철저한 의장의 중립이 요구되었고 이의 해결책으로 의장의 당적 이탈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경우에 있어서는 집권화 된 정당과 강한 당의 기속성 그리고 대립 구도에 있어서는 영국과 비슷하나 다당제·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의회운영을 위하여 원로이사회, 의사부 등과 같은 공식 의사협의기구를 설치하여 의사 분쟁의 여지를 사전에 해소하고 있다.
 
  우리 국회도 선진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회의장이 그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해 줌으로써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정도라도 초연하여 국회 운영의 중심적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해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장도 미국이나 영국의 의장처럼 정당 간 이해의 조정자인 동시에 갈등의 완충지대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여야 간의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할 것이고 과감한 제도적 개혁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이면서도 내각제적 정치행태를 많이 보이고 있다고 볼 때 프랑스의 의사부, 독일의 원로이사회 등 구라파국가 의회에서처럼 의장단, 각 당 대표, 상임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의장이 주재하는 가칭 국회운영이사회와 같은 기구를 국회의 공식기구로 창설하여 각 당간의 타협이 실패할 경우 제2차적 조정기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장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국회사무총장도 다음 국회부터는 종래와 같이 잠시 거쳐 가는 낙선의원이나 정당 인사를 임명하지 않고 선진의회처럼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로 보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독립성을 강화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무총장은 행정부 장관과는 달리 정책의 결정이나 집행자가 아닐 뿐 아니라 국회 기능의 순수한 관리자이어야기 때문에 여야 간의 완충지대가 되어야 마땅하다. 지금의 인사 관행은 전두환 정권부터 시작된 아주 잘못된 것이다.
 
  새 국회의장의 과업은 우리 국회를 자율과 독립성이 보장된 국회,일하는 국회,토론이 있는 국회,열린 국회,특권 없는 책임 국회가 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그 무엇보다도 절박한 것은 국회를 하루속히 정상 국회(Normal Legislature)로 탈바꿈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상 국회는 아무리 어려워도 변칙과 공전이 허용되지 아니하고 절차를 따르려 애쓰며, 서로 자제와 포용을 하는 협치의 국회이다. 정상 국회가 됨으로써 국회는 비로소 진정한 민주시민의 모범으로 그리고 산 교육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쓴 이: 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박 종 흡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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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흡 이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입법감시위원장)
 
성균관대 행정학박사
국회입법차장(前)
공주대 객원교수(前)
現 수필가 시인
등록일 : 2018-07-16 10:18 | 조회: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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